[Direct Media]뉴욕과 디즈니+의 상생...<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흥행 첫 주 성적
3월 5일 뉴욕 지역, 극장 50주만에 다시 문 열어, 그러나 5일 개봉한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흥행성적은 신통치 않았지만 앞으로의 희망은 충분
(2021-03-08)
지난 3월 6일(토) 미국 인디애나 지역 소도시 블루밍턴(Bloomington). 다운타운에 위치한 독립 극장인 ‘인디애나(Indiana)’. 토요일 낮 평소 같으면 붐빌 시간이지만, 1년째 여전히 문이 닫혀 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영향입니다. 상세 공지를 봐도 언제 문을 열지 알 수 없습니다. 극장 업계로선 답답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지난 주말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희망의 빛이 비췄습니다. 뉴욕 지역 극장이 다시 문을 연 겁니다. 뉴욕은 지난해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이후 50주 만에 다시 문을 개방했습니다. 미국에선 뉴욕과 LA 지역이 가장 큰 극장 시장인 만큼, 이 지역에서의 영화 흥행 성적은 향후 극장의 미래와도 직결된 문제여서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시기 상조였습니다. 기대했던 첫 주말 영화 신작 흥행은 시원치 않았습니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라야와 라스트 드래곤 Raya and Last Dragon>은 미국 개봉 첫 주 2,045개 스크린에서 개봉했지만 인상적인 데뷔를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실적은 860만 달러 입니다. 지난 2월 말 개봉한 <톰과 제리 Tom&Jerry>의 141만 달러에도 미치지 못한 실적입니다.
이 두 영화 모두 스트리밍 서비스에 동시 개봉한 작품입니다. 다만,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디즈니+에서 30달러 받고 유료로 상영했습니다. 한국을 포함 글로벌 시장에서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중국과 러시아의 막강한 지지를 받았습니다. 이 지역 매출이 840만 달러와 28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보통 이런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가족 영화의 경우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이전에는 흥행성적 1위와 함께 큰 수익을 벌어 들였습니다. 그러나 애니메이션 영화의 제작비가 1억 달러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개봉 첫 주 1,000만 달러 미만의 흥행 실적을 기록할 경우 극장 수익으로는 제작비를 뽑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사실 저조한 흥행에는 미국과 캐나다 극장 체인인 시네마크(CineMark)가 이 영화를 개봉하지 않기로 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시네마크는 디즈니의 극장과 스트리밍 서비스 동시 개봉 정에 반대하면서 이 영화의 극장 개봉을 거부했습니다
워너미디어도 올해 모든 영화를 극장과 스트리밍에 동시 공개하는 같은 정책을 내세웠지만 상황은 달랐습니다. 워너는 대신 영화 수익 배분을 극장에 유리하게 조정해주면서 갈등을 피했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는 상생 전략으로 워너미디어의 <톰과 제리>는 개봉 둘째 주 미국 내 시장에서 660만 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그래서 전체 극장 매출을 2,300만 달러까지 끌어올렸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이 영화는 1,169만 달러(36개 국가 진출)의 수익을 올리며 전체 박스 오피스 매출을 5,730만 달러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이에 디즈니에게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의 중요도가 더 커졌습니다. 이 곳에서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이 얼마나 선전해주는 지가 향후 디즈니의 영화 개봉 전략에 수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뮬란>도 스트리밍 서비스에 30달러(PVOD)로 개봉했지만 극장과 동시는 아니었습니다.
한편, 미국에선 백신 공급으로 인한 면역 효과가 나타나면서 많은 지역 극장들이 다시 문을 열고 있습니다. 이번주(3월 5일) 시카고, 뉴욕, 포틀랜드 지역 극장이 다시 손님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관객 허용률이 25%(정원 대비), 전체 50명을 넘지 못한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게다가 아직 극장을 문을 연 곳보다는 문을 닫고 있는 곳이 많습니다.
그러나 뉴욕 지역 영업 재개는 오는 여름 100% 극장 오픈이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기에 충분했습니다. LA도 디즈니랜드의 영업을 오는 4월 1일부터 허가하는 등 극장 오픈이 임박했습니다. 여름 개봉을 앞두고 있는 대작 영화에겐 매우 좋은 소식입니다.
물론 이번 주 성적에서 봤을 때 당분간 고전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스트리밍 서비스의 역할 증대로 영화 개봉 시장에서 극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예전만 못할 것으로도 예상됩니다.
어쩌면 극장 개봉보다 같은 날 공개되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흥행 실적을 더 기다릴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한국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라고 영화를 웨이브나 티빙에서 처음 보지 않을 이유는 없습니다.
그러나 극장은 공간이 주는 매력으로 남아 있을 겁니다. 저 역시 블루밍턴 극장의 팝콘 맛이 매우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