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rect Media]코로나바이러스 이후 일상화된 스트리밍에 대응하는 미국 미디어 기업
스트리밍 시대 본격화, 할리우드 스튜디오, 제작-유통 조직 분리 본격 움직임 가속, 2021년 1분기는 HBO MAX의 선전 기대
(2021-04-19)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 주요 인물이 모여 있는 할리우드 라디오&TV소사이어티(Hollywood Radio & TV Society, HRTS)는 수십 년 동안 각 회사 사장단 점심을 매년 9월 개최해왔습니다. 이 자리에는 할리우드 스튜디오 임원이나 대표 등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 주요 인사가 모두 모입니다. 특히, 그해 새롭게 임명된 C레벨 임원들은 이 곳에서 자신을 공식적으로 소개하고 미디어 업계 일원으로 인정 받아왔습니다.
참석자들 면면은 화려했합니다. 밥 아이거 디즈니 CEO 등 공통점은 수십 년 동안 할리우드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이라는 것입니다. 분명 미디어가 아닌 할리우드 인물들입니다.
그러나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면서, 엔터테인먼트 사장단 출신 성분도 바뀌고 있습니다. 방송사들이 대형 미디어 기업에 의해 인수 합병되면서 제작 가치보다는 주가 등 수익에 더 집중하는 이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습니다. 방송보다는 미디어에 적합한 인물들이 대세가 되는 겁니다. 그리고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애플 등 실리콘밸리 기업들도 할리우드에 성큼 다가서고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의 의미는 화려한 네트워크를 가진 제작이나 보도에 배경을 둔 엔터테인먼트 CEO들의 지위가 점점 약화된다는 것을 말하기도 합니다.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미디어 기업의 의한 인수 합병이 일어나고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세가 된 뒤 질서가 바뀌고 있습니다. 과거 유사했던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의 제작 부서 구조, 결재 라인 등 내부 조직도 각자 상황에 따라 변하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은 엔터테인먼트 스튜디오에 더 빠른 구조 개편을 요구했습니다.
[제작과 유통 조직 분리]
최근 할리우드 기업 내 트렌드는 단일 콘텐츠 조직으로의 전환입니다. 미래가 스트리밍 서비스에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는 미디어그룹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NBC유니버설과 디즈니 등은 콘텐츠 담당 임원을 플랫폼의 성장과 확장을 감독하는 비즈니스 중심 팀과 분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콘텐츠에 중심을 두는 (제작)과 각 플랫폼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찾고 유통하는 (조직)을 나눈 것입니다. 전통적인 할리우드 스튜디오는 제작에 무게를 두는 만큼, 유통이나 플랫폼 전략은 다소 약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엔 투자 규모도 커지고 있어 관리에 더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제프 프로스트 소니픽처스 TV부문 대표는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비즈니스에 더 집중함으로써 기업이 창조적인 부분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하는 실리콘밸리의 변화”라고 설명했습니다.
(뉴스레터 제약 상 한 기업만 소개합니다. ) 디즈니는 21세기 폭스를 인수하고 디즈니+ 런칭, CEO교체 등을 겪으면서 조직이 매우 복잡해졌습니다. 그러나 큰 변화는 생산과 유통의 분리입니다.
생산과 관련, 디즈니 제너럴 엔터테인먼트 콘텐트(Disney General Entertainment Content, DGEC)라는 이름의 부서가 생겼습니다.이 곳에선 ABC, 훌루, FX네트워크, 20세기 TV, ABC 시그니처 스튜디오, 디즈니 채널 네트워크, 내셔널 지오그래픽 파트너 등의 프로그램 제작과 마케팅이 이뤄집니다.
또 유통만 담당하는 부서도 생겼습니다. 디즈니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디스트리뷰션(Disney Media & Entertainment Distribution, DMED) 부서도 신설됐는데 ABC가 보유한 TV방송사와 디즈니+와 훌루 등 스트리밍 서비스 운영을 책임집니다. 참고로 DGEC는 피터 라이스(Peter Rice)가 책임지고 DMED의 책임자는 카림 다니엘(Kareem Daniel)이 임명됐습니다.
조직 신설은 스트리밍 서비스와 기존 TV방송국 사이, 콘텐츠의 균형 편성을 위해서입니다. 스트리밍 서비스와 방송사 채널 간 균형은 오디언스와 플랫폼 수익 사이의 최대 효과를 기대합니다.
다시 말하면 콘텐츠가 서비스될 제대로 된 플랫폼을 찾아줘, 숨어 있는 오디언스를 최대한 끌어내는 겁니다. 만약 한 제작사가 Hulu와 FX에 동시 피칭할 경우 두 플랫폼 모두가 관심을 가진다면, 디즈니는 효율성을 따져 방송할 플랫폼을 결정합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넷플릭스는 과거 스튜디오들의 의사 결정 구조를 채용했습니다. 한 조직이 유통과 제작을 모두 책임지는 구조입니다 벨라 베자리아(Bajaria)는 최고 콘텐츠 책임자(executive overseeing all of their English and vernacular Original content)로 모든 콘텐츠 생산과 유통을 맡고 있습니다.
이를 볼 때 정답은 없습니다. 조직의 분리와 통합. 중요한 것은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자세입니다. 그래도 하나 뽑아야 한다면 ‘플랫폼에 최적화된 콘텐츠’ 생산 구조입니다. 넷플릭스가 과거로 회귀한 이유도 스트리밍 서비스만 신경쓰면 되기 때문 아닐까요.
한편, 2021년 1분기에도 미국 내 스트리밍 서비스 가입자가 증가했습니다. 시장 조사 업체 칸타(Kantar)에 따르면 이 기간 미국 스트리밍 서비스 가입자는 전년 동기 대비 7%가 늘어, 2억4,100만 명을 기록했습니다.(물론 조사 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증가 추세는 맞습니다.)
서비스 간 비교에는 워너미디어의 HBO MAX가 가장 좋은 실적을 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칸타에 따르면 HBO MAX는 2021년 1분기 미국 내 전체 OTT 가입자 증가 중 14.4% 차지했습니다. 지난해 4분기 이후 연속 2분기째 1위입니다.
HBO의 대선전은 오리지널 콘텐츠 덕분입니다. 지난해 12월 HBO MAX에는 영화 <원더우먼 1984>가 극장과 동시에 공개됐습니다. 2021년 1분기에도 DC의 슈퍼 히어로 영화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리그 Zack Snyder’s Justice League>가 서비스됐고 3월 31일에는 <고질라 vs 콩 Godzilla vs. Kong >이 극장과 함께 상영됐습니다. 이들 대작 영화들이 가입자를 끌어 모은 겁니다.
참고로 넷플릭스는 오는 20일 2021년 1분기 실적을 발표합니다. 전년 동기보단 증가세가 둔화됐을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