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rect Media]유니비전-텔레비사 합병, 미주 지역 최대 스페인어 방송사 탄생…넷플릭스에 대응한 '히스패닉 동맹' 한국의 선택은
미국 기반 스페인어 방송 유니비전, 멕시코 기반 히스패닉 콘텐츠 제작 텔레비사(Televisa), 5조 3,4000억 원 규모 인수 계약 맺어, 합병 후 텔레비사 콘텐츠로 스트리밍 서비스 등을 통해 미국 히스패닉 시장 공략
(2021-04-15)
세계에서 가장 큰 스페인어 방송사가 탄생했습니다. 미국을 기반으로 둔 방송사 유니비전(Univision)은 멕시코의 케이블TV 메이저 방송사 텔레비사(Televisa)를 합병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거래는 48억 달러(5조3,400억 원) 규모입니다. 이 두 회사는 합병 후 스트리밍 서비스에 전력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유니비전의 경우 전임 Viacom CFO였던 웨이브 데이비스(Wade Davis) CEO 취임 이후 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입니다. 이번 계약은 유니비전과 몇몇 사모 펀드가 함께 했습니다. 사모펀드에는 소프트뱅크 라틴아메리카 펀드가 10억 달러 규모로 참여했습니다.
유니비전과 텔레비사의 합병은 어느 정도 예견됐었습니다. 미국 플로리다에 기반을 툰 유니비전은 NBC유니버설의 텔레문도(Telemondo)와 함께 북미 지역 히스패닉 방송 시장을 양분해왔습니다. 그 힘은 텔레비사의 콘텐츠입니다. 그동안 유니버전은 프로그램 상당수를 텔레비사를 통해 40년 동안 수급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 계약으로 라틴 아메리카 월드컵 방영권을 포함한 스포츠, 뉴스, 스페인어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 모두 가진 초대형 방송사가 탄생하게 됐습니다. 미국 히스패닉 방송 시장에서 최대 파워를 가질 것으로 보입니다.
[스트리밍 시대 대응, 히스패닉 콘텐츠 장벽 구축]
두 회사의 합병 법인 이름은 텔레비사-유니비전(Televisa-Univision)입니다. 새로운 회사는 유니버전 CEO 웨이드 데이비스가 이끕니다. 데이비스 CEO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혁신적인 조합은 미국 스페인어 시청자들에게 가장 익숙한 네트워크(유니비전)과 스페인어 콘텐츠 엔진인 멕시코의 미래 플랫폼과의 합병”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텔레비사의 스페인어 콘텐츠로 유니비전 미국 내 시청자들을 공략하겠다는 의지입니다.
이 합병 배경에는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 공략도 있습니다. 유니비전은 지난 3월 연내 스페인어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 프렌데TV(Prende TV)를 런칭하겠다고 밝힌바 있습니다. 미국 내 스페인어 기반 첫 스트리밍 서비스인데, 오리지널 콘텐츠와 스포츠 중계권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이 서비스는 40개 라이브 채널이 포함되며 1만1,000시간의 VOD콘텐츠를 방송한다는 계획인데 대부분이 텔레비사 프로그램입니다. 미국 내 히스패닉 인구는 6,300만 명에 달하며 전체의 19%를 차지합니다.
콘텐츠 제공과 함께 텔레비사는 통합 법인의 최대주주(45%)가 됩니다. 유니비전은 36%를 보유하게 됩니다. 인수 대금의 경우 30억 달러는 유니비전이 현금으로 지급하며 나머지 7억5,000만 달러는 유니비전 주식으로 나머지 7억5,000만 달러는 매년 5.5%의 배당금 지급을 약속하는 유니비전 우선주로 받게 됩니다.
[세계 최대 스페인어 방송사의 미국 진출]
텔레비사는 세계에서 가장 큰 스페인어 콘텐츠 제작사입니다. 지난해 8만6,000 시간의 연예 오락, 뉴스, 스포츠, 다큐멘터리, 드라마 등을 생산했습니다. 통합 법인은 미국과 멕시코 및 다른 히스패닉 시청 시장에도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진출합니다.
이번 합병에 대해 일부 멕시코 정부의 강제 조항도 있습니다. 뉴스 콘텐츠의 경우 멕시코 회사가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텔레비사는 “뉴스 콘텐츠 제작은 멕시코 미디어 메이저 회사인 더 아즈카라가(The Azcáraga) 계열 소유의 회사에서 아웃소싱 해 뉴스 콘텐츠가 멕시코에서 만들어질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IP는 모두 텔레비사-유니비전 합병 회사가 보유합니다. (뉴스 아웃소싱은 최근 트렌드지만 한국에선 가능하지 않은 모델입니다.)
글로벌 방송 시장이 스트리밍 시대에 본격적으로 접어들면서 사업자, 지역, 언어권 콘텐츠 장벽들이 본격화 하는 모양새입니다. 이번 유니비전과 텔레비사의 합병도 이런 흐름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 콘텐츠 기업들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콘텐츠, 미디어 전문 온라인 매체 데드라인(Deadline)에 한국 스트리밍 서비스 ‘웨이브’의 관련 기사가 실렸습니다. 읽어 보신 분들이 많겠지만, 저는 기사 처음 웨이브(WAVVE)를 스트리밍 서비스가 아닌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지칭한 부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웨이브에서 언급한 명칭일 수 있지만, 전 이것이 스트리밍 서비스의 정명(正名, 바른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비스에서 시작해 콘텐츠를 즐기는 플랫폼으로 성장해야 하는 것이 스트리밍의 미래입니다. 영화도 플랫폼이 됐고 TV도 안방 플랫폼입니다. 게임은 더 말할 이유가 없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서비스와 플랫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방향성 유무’입니다. 소셜 미디어도 서비스고 포털도 서비스입니다. 그렇지만, 플랫폼은 그들만의 오리지널이 있어야 합니다. 미디어 플랫폼이라면 당연히 ‘콘텐츠’ 입니다. 데드라인도 기사 글 머리 문장(Hook)에서 이 부분을 먼저 인용합니다. “오는 2025년까지 9억 달러(1조 원)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하기로 했다. 자체 쇼와 영화를 만들어서 넷플릭스와 디즈니+에 대응하는 오리지널 전략과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다.”
글로벌 미디어 사업자들의 연간 투자하는 규모에 비하면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오리지널로 향하는 방향성입니다. 저는 구독자의 마음으로 웨이브가 방향성을 유지했으면 좋겠습니다. 콘텐츠에 대한 애정이 있는 저로선, 웨이브나 그리고 제 2, 3의 한국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가 잘 성장해 ‘다양한 곳’에서 재미있는 드라마, 영화를 오래 동안 봤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두 다 웨이브나 넷플릭스만 본다면 그것도 좋은 콘텐츠 생태계는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