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rect Media]돌아온 빅스크린과 우리 옆에 있는 스몰 스크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은 미국 극장가, 오디언스를 다시 극장에 모이게 하기 위해 안간힘, '극장 관람의 중요성'에 대한 강조 및 행사 개최, 그러나 시청 패턴 변화로 새로운 질서를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
“빅스크린이 돌아왔다.(Big Screen is back)”
지난 5월 19일(미국 시간) 수요일 LA에 위치한 AMC센트리 시티15 극장의 아침은 여느 때와 달랐습니다. 배우이자 전직 캘리포니아 주지사였던 아놀드 슈왈츠제네거(Arnold Schwarzenegger)가 수십 명의 할리우드 스튜디오 임원, 기자, 공연 업계 관계자들 앞에서 이렇게 외쳤습니다. “우리가 돌아왔다(We are back! We are back)”
영화 ‘터미네이터(Terminator)’의 전설적인 배우이자 올해 73세가 된 이 스타는 팬데믹으로 인한 14개월 간의 극장 폐쇄, 스트리밍의 침범 등으로 만신창이가 된 극장을 살리기 위해 나선 할리우드 지도자 중 한 명입니다.
이 자리에서 슈왈츠제네거는 “극장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의 이 자리에 설 수 없었을 것”이라며 “영화가 있어도 극장이 없다면 당신은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극장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3시간이 걸린 이 이벤트에는 디즈니,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 메이저뿐만 아니라 A24와 같은 독립 제작사 등 13개 영화 스튜디오들이 참여했습니다. 극장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여름에 새로 나올 신작 영화도 홍보했습니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미국 영화협회의 ‘극장이 돌아왔다(Big Screen is back)’는 캠페인은 이제 변화의 지점에 왔습니다. 미국 사회는 다시 문을 열고 있습니다.
극장도 기대감이 차오릅니다. 리서치 회사 NRG에 따르면 미국 영화 관람객의 70%가 이젠 극장이 어느 정도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올 초 만해도 이 수치는 45% 수준이었습니다.
[광란의 20년대(Roaring Twenties)를 기대하며]
얼마 전 극장에서 직접 영화를 봤다는 영화 감독 JJ 에이브라함스는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극장에 다시 간 것만으로 기분이 아주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극장의 재부상을 예견하며 “올해는 1918년 1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정상(Normal)을 회복하려는 의지가 만들어낸 광란의 20년대(Roaring 20s)와 분위기가 유사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광란의 20년 대에는 경제 사회 문화가 새롭게 꽃피고 할리우드 영화사들이 일제히 문을 열었던 ‘문화의 전성기’ 였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간단하지 않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끝나면 관객들이 돌아온다는 단순한 공식이면 영화계가 이렇게 절실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영화계가 맞이한 고민은 팬데믹뿐만 아닙니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관객들을 극장에 복귀시키지 않는 또 다른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 미디어 업계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둘러싸고 전쟁 중입니다.
AT&T의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Discovery)의 합병도 결국 스트리밍 시장, 넷플릭스와 벌이는 주도권 싸움의 일환입니다. 아마존도 제임스 본드의 스튜디오 MGM 인수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미국 극장 업계도 관객의 감정에게만 기댈 수 없었습니다.
[새로운 질서를 받아들이며]
얼마 전 미국 리갈(Regal) 시네마와 영국 상영관을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2위 극장 체인 시네월드(Cineworld)가 디즈니 스튜디오와 새로운 영화 유통 협약에 합의했다고 데드라인이 보도했습니다.
시네월드와 디즈니 간 계약의 골자는 극장 독점 개봉 기간을 기존보다 대폭 단축하는 겁니다. 그 대신 극장 독점 기간을 존중하기로 했습니다. 기존 3개월(90일)의 영화 극장 독점 개봉 기간은 45일로 줄어듭니다. 그리고 극장과 스트리밍 서비스 동시 개봉(유료)도 허용키로 했습니다.
이 계약에 따라 디즈니의 20세기 스튜디오와 마블도 영국과 미국에서 45일 간의 극장 독점 기간을 가진 뒤 스트리밍 서비스로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프리 가이 Free Guy>(8월), 마블의 <상치와 10개의 반지 전설 Shang-Chi And The Legend Of The Ten Rings>(9월)가 그 대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스트리밍 서비스와 공존을 기대하며]
‘독점 90일’을 지키던 미국 극장을 변화시킨 건 스트리밍 확산과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입니다. 과거 넷플릭스(Netflix)가 영화를 스트리밍 서비스에 직행시켰을 때 극장들은 일제히 반발하며 넷플릭스 영화를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극장이 과거처럼 독점 기간을 고집할 수 없습니다. 그럴 경우 스튜디오들은 ‘극장 패싱'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 가입자를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규모에선 모르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구독자 1억명이 넘는 서비스만 3개(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디즈니+)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미국 극장 업계는 스트리밍 서비스와 공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들도 콘텐츠 제작을 위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아직까진 극장이 필요합니다.
공존의 질서 속에도 승자와 패자가 생겨날 겁니다. 현 상황을 지키려는 극장은 큰 변화가 없겠지만, 스트리밍 서비스는 다릅니다. 극장 그리고 오디언스와의 새로운 관계 설정을 통해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부상하려는 움직임이 부단하게 나타날 겁니다.
AT&T의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Discovery)의 합병도 결국 스트리밍 시장, 넷플릭스와 벌이는 주도권 싸움의 일환입니다. 아마존도 제임스 본드의 스튜디오 MGM 인수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여기서 LA타임스를 소환합니다. 이 신문은 센추리 센터 행사 기사를 인터뷰를 인용해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인간 관계(Human Connection)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 그것이 없다면 왜 영화를 만드는가?” 미디어 비즈니스도 결국 같습니다.
AI와 알고리즘이 지배하지만, 오디언스와의 단단한 커넥션을 가질 콘텐츠는 필수입니다. 식상한 논리지만, 결국 커넥션이 가능한 콘텐츠만이 변곡점에서 구해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