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rect Media]미국인이 사랑한 한국 드라마, 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를 넘어서는 K드라마
미국 내 해외 콘텐트 소비 급증, 2020년 전체의 30%, 넷플릭스와 코로나바이러스가 만든 다양성
(2021-2-18)
미국인들의 해외 콘텐트 사랑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해외 TV드라마, 영화,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겁니다. 물론 글로벌 프로그램을 흡수하고 있는 넷플릭스(Netflix) 등 스트리밍 서비스, 코로나바이러스의 역할이 컸습니다.
과거 대중 문화 콘텐트에 대한 미국인들의 자존심은 강하기로 유명했습니다. 19세기 프랑스 사상가 알렉시 드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이 말하던 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가 콘텐트 분야에 분명히 적용됐습니다. 다른 나라 영화, TV프로그램을 잘 보지 않고 영어 자막도 싫어했습니다. 역사가 없는 나라에서 짧은 기간 아메리칸 콘텐트 역사를 만들었습니다.
<미국에서 미국 이외 콘텐트 소비 증가>
그랬던 미국이 바뀌고 있습니다. 콘텐트 영향력 평가 회사 패럿 애널틱스(Parrot Analytics)에 따르면 2020년 각 분기, 미국에서 소비된 해외 제작 콘텐트(non-U.S. content)의 비율이 2년 전에 급증했습니다. 웨이드 페이슨 데니(Wade Payson-Denney) 패럿 인사이트 애널리스트는 “지난 2019년 중반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이전에 시작된 해외 콘텐트 소비 증가는 2020년 내내 이어졌다”고 인터뷰를 통해 밝혔습니다.
<미국인 100명 중 2명. 한국 드라마나 영화 시청>
패럿은 2020년 3분기 미국 외 지역 생산 프로그램은 미국내 소비의 30% 가까이 차지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 오디언스들은 한국, 인도 스페인, 터키 등 과거에 익숙하지 않았던 지역의 콘텐트를 보다 더 많이 소비했습니다. 이 중 패럿이 뽑은 미국내 소비 상위 5위 해외 콘텐트는 이렇습니다. 2020년 4분기 기준, 영국이 8.3%로 1위였고, 일본이 5.7%로 2위, 3위는 캐나다 3.2%. 한국은 전체의 1.9%를 차지해 인도(1.5%)에 앞선 4위였습니다. 패럿은 또 한국 콘텐트와 함께 인도 콘텐트가 미국에서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인도는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점유율이 2018년 1분기 0.3%에서 2020년 말 1.5%까지 올라갔습니다. 이 인기를 이끈 대표적인 작품이 인도 스릴러 드라마 <니아긴 Naagin>입니다. 이 드라마는 패럿에서 지난해 평균 수요가 16.7배로 미국 내 인도 작품 1위를 차지했습니다.(패럿은 프로그램의 인기를 이렇게 배 수로 표시합니다.)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서비스 미국 내 문화 다양성 촉매제>
미국 내 콘텐트의 다양성의 토양을 만드는데는 넷플릭스가 가장 큰 공헌을 했습니다. 넷플릭스는 한국, 인도 등 글로벌 다양한 지역에서 콘텐트를 수집해 글로벌 시장에 공급합니다. 바로 ‘Local for Global’ 전략입니다. 이어 2억 명이 넘는 가입자로 국경을 넘어 콘텐트의 세계화 혹은 문화적 확산(cultural diffusion) 현상을 만들었습니다. 넷플릭스 플랫폼을 타고 미국에서도 해외 콘텐트가 급속히 늘어났습니다.
넷플릭스의 시대 이전엔, 해외 콘텐트 유통은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이 해외 영화나 TV시리즈 판권을 사서 미국 포맷으로 다시 만들어 제공하는 형태로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글로벌 방송 사업자입니다. 미국 시장이 포화되자 성장을 위해 해외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했습니다. 그래서 해외 시장 공략의 무기로 현지 콘텐트에 투자했고 이들 콘텐트를 미국에도 제공하기 시작한 겁니다. 세계 각지에서 원재료와 제품을 소싱(Sourcing)하는 다국적 기업의 형태 그대로 입니다.
이런 투자 형태는 글로벌 콘텐트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제 미국에서 ‘글로벌 관문’과 같은 특정 스튜디오나 사업자가 국내외 콘텐트 거래를 중계하는 형태는 사라지고 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해외 콘텐트 소비를 이끌다.>
미국에서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스트리밍 서비스 소비가 급격히 늘었습니다. 외부 활동이 줄어들면서 집에서 콘텐트를 보는 시간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스트리밍 사업자들은 늘어난 고객들을 위해 더 많은 프로그램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드라마 예능 제작 시설 일부가 문을 닫으면서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TV방송사들과 스트리밍 사업자들이 해외 콘텐트를 대거 소개했습니다. 이렇게 방송된 해외 콘텐트 중 일부는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넷플릭스의 경우 스페인에서 제작된 인질 드라마 <종이의 집 Money Heist>, 프랑스 TV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Call my Agent!"> 등이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Amazon Prime Video)가 구매한 프랑스 형사물 < The Bureau>도 지난해 큰 화제를 불러 모았습니다.
이외 국가별로 인기가 있었던 콘텐트도 있습니다. 미국에서 캔콘(CanCon)으로 불리는 캐나다 콘텐트(Canadian content) 중 드라마 <Schitt's Creek>는 지난해 에미상을 9개나 받을 정리도 인기를 끌었습니다. 사실 넷플릭스는 최근 4년 동안 20억 달러를 투자하고 사무실을 만드는 등 캐나다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한국 드라마, 즉 K드라마도 빠질 수 없습니다. 한국 콘텐트는 미국에서 양적보다 질적 성장이 눈에 띕니다. <킹덤 Kingdom>시즌2>, <더 킹 영원한 군주The King: Eternal Monarch >는 미국에서도 팬덤을 만들었습니다.
일본은 유명 과거 캐릭터를 앞세운 애니메이션이 인기가 많았습니다. <포켓몬 Pokémon: Mewtwo Strikes Back – Evolution>이 앞장섰습니다. 새로운 콘텐트를 생산하지 못한다는 의미에 우리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해외 콘텐트, 소비 장르도 확대>
미국 내 해외 콘텐트 소비 트렌드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있습니다. 음악이나, 소셜 미디어 서비스, TV, 영화 등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음악) BTS가 K뮤직 트렌드를 만들고 있는 가운데 다른 나라 출신 가수들도 미국 시장 내 점유율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블룸버그(Bloomberg)가 매달 집계하는 인기 음악 상위 25위 가운데 1월의 경우 25개 중 12개가 영어 이외 다른 언어를 쓰는 노래였습니다. 지난해 4월은 4개였습니다. 12개 음악 중 5명은 푸에토리코, 4명은 컬럼비아, 2명은 인도, 1명은 당연히 BTS 한국이었습니다.
틱톡(TikTok) 등 소셜 미디어 서비스에도 해외 콘텐트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인도나 멕시코 출신 틱톡 스타들이 미국 소셜 미디어 서비스에 속속 침투하고 있습니다. 2,50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인도 출신 틱톡스타 뷰티 칸(Beauty Khan)은 미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인플루언서입니다. 인도의 경우 현재 틱톡이 금지되어 있어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인도계 미국인을 겨냥한 콘텐트도 급속히 늘고 있습니다.
(TV) 해외 제작 콘텐트의 미국 내 점유율이 가장 높은 영역입니다.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미국에서 제대로 생산되지 못한 콘텐트의 빈자리를 해외 프로그램으로 채우고 있습니다. 콘텐트 가치 측정 플랫폼인 디젤랩(Diesel Labs)에 따르면 2020년 미국 내 방송(스트리밍+TV)된 TV시리즈 중 21.8%가 해외에서 만들어진 작품들이었습니다. 지난 2019년은 18.3%였습니다. 가장 많이 수입된 장르는 드라마, 액션, 어드벤처 였습니다.
(영화) 미국 공략에 가장 선봉에 서 있는 영화는 한국 언어로 만들어진 작품들입니다. 오스카 최고 작품상에 빛나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Parasite>, 골든 글로브 수상이 기대되는 <미나리 Minari>는 미국 영화지만 한국어로 스토리가 진행됩니다. 특히, <기생충>의 수상은 외국어 영화로는 오스카 92년 역사상 처음입니다. 이에 앞서 넷플릭스의 외국 영화 <로마 Roma>는 오스카상에서 10개 부문의 수상 후보작에 올랐습니다.
(넷플릭스)사실 넷플릭스는 조금 다른 차원에서 따로 봐야 합니다. 미국 내 해외 콘텐트 소비를 이끄는 가장 큰 주체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부터 넷플릭스는 각 국가별 상위 인기 10위 프로그램을 뽑는데, 미국 내에선 해외 콘텐트가 심심치 않게 1위에 오르고 있습니다. <Never Have I Ever>는 인도계 미국인이 등장하는 드라마인데 미국, 인도를 포함해서 10여 개국에서 1위를 기록했습니다. 비슷한 분위기는 영국에서도 있습니다. BBC스튜디오가 만든 넷플릭스 <브리저튼 Bridgerton>와 <크라운 The Crown>은 미국에서의 영국 콘텐트의 인기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세네갈 출신 이민자 2세가 주인공인 <뤼팽 Lupin>는 한 달 사이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7,000만 명 이상이 시청하며 넷플릭스 톱10에 진입한 첫 프랑스 드라마가 됐습니다. 괴도 신사 뤼팽의 여러 버전이 있었지만 흑인 뤼팽이 탄생한 것은 처음입니다. 점유율과 함께 문화적 다양성도 넷플릭스를 통해 구현됩니다.
<문화 역전 현상, 우리의 기회는>
미국 내 콘텐트 다양성 확산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제 시작이라는 분위기입니다. 문화와 출판 관련 강의 지식 플랫폼 ZEITGUIDE의 브래드 그로스먼(Brad Grossman) CEO는 엑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과거에는 많은 영화와 연예인들이 항상 미국 문화를 해외에 수출하는데 앞장섰다”며 “지금은 오히려 해외에서 인기 있었던 작품들이 미국에 들어오기도 하는 등 더 이상 성공을 위한 기본 원칙이 미국 콘텐트일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다시 말해, 미국이 여전히 큰 시장이지만, 이 곳에서 잘되는 콘텐트는 미국에서 만들어질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이 미국 시장에서 해외 콘텐트의 인기와 성공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한 순간의 바람으로 머물기는 이미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잡았다는 분석이 강합니다. 특히, 스트리밍 서비스의 확산이 해외 콘텐트의 지위를 더 공고할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넷플릭스가 이런 트렌드를 만들었고 앞으로도 디즈니+, HBO MAX 등을 통해서도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습니다.
한국 드라마, 영화는 이미 미국 시장에서 자리 잡았지만 더 강력한 물길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수출 지상주의자는 아니지만, 많은 미국인들이 우리 콘텐트의 재미를 느끼게 만드는 것은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교롭게도 물길(Wave)은 우리나라의 어떤 서비스와도 발음이 같습니다
(보너스 입니다.)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오디오 소셜 미디어 서비스 클럽하우스(Clubhouse)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가 거의 85만2,000건에 달했습니다. 1년 전인 지난해 11월(5만7,000번)과 비교하면 1,395% 증가한 수치입니다.
사실 지난해 클럽하우스는 출시하지마자(2020년 3월) 매달 256%의 증가세가 있었습니다. 유명인도 있지만 이런 성장세는 모두 오디오 크리에이터 덕분입니다. 클럽하우스에서도 한류 열풍이 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