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rect Media]미 연방대법원, “미디어 기업 여론 독과점 기업 아니다.”, FCC의 미디어 기업 소유 제한 완화 승인
미 연방대법원, 시민단체 제기한 '미디어 기업 소유 제한' 완화 반대 소송에서 기각. 3년 만에FCC의 주장 만장일치로 들어줘, 대법원 "미디어 경쟁 상황 변화로 소유 제한을 완화'해도 독과점 우려 낮다고 판결" "미국 지상파와 신문 미디어 시장 M&A 본격화 신호탄"
(2021-04-02)
미국 연방 대법원(The Supreme Court)이 지역 방송 권역의 미디어 소유에 대한 연방 정부(FCC)의 규제완화안을 만장 일치로 승인했습니다. 브렛 캐버노 대법관의 심리로 진행된 법원은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지난 2017년 3차례에 걸쳐 미디어 소유 제한 규정을 완화한 것은 행정절차법상(APA) 합리적인 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인 2017년 FCC는 미디어 환경 변화를 이유로 크게 3개 카테고리의 소유 제한 규제를 완화를 추진했습니다. 먼저 하나의 법인이 같은 방송 권역(same market)에서 여러 개 방송사를 보유할 수 있도록 하고 TV방송사와 신문, 또는 TV방송사와 라디오 스테이션 등 매체의 교차 소유하는 것을 금지(cross-ownership)하는 규정도 삭제했습니다.
[대법원, 미디어 기업 더이상 여론 독과점 기업 아니다.]
폐지된 규정 중에는 8개의 의견 테스트(eight-voices test)라는 규정도 있었는데, 한 방송 권역에서 또 다른 방송사를 인수하기 위해선 인수 후에도 그 지역에서 8개의 개별 운영 방송사들이 남아있어야 한다는 규제입니다.
또한 상위 4개 점유율을 가진 방송사 중 2개 이상을 보유할 수 없다는 규정도 2017년 폐지됐습니다. 이들 미디어 소유 제한 규제는 1970년대부터 이어져왔습니다. 지역 시장에서 특정 미디어의 독과점을 방지하고 여론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2017년 FCC가 소유 제한을 완화한 가장 큰 이유는 ‘미디어 시장의 환경 변화’입니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등장 및 구글, 페이스북 등 뉴미디어의 온라인 광고 시장 장악으로 미디어 기업에 대한 여론 독과점 우려가 줄었다는 겁니다.
경영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미디어 방송사들은 인수합병에 대한 기대감과 통합 운영 시너지를 예상하며 이 결정을 환영했습니다. 그러나 규제 완화 반대 진영(Prometheus Radio Project)은 필라델피아 연방항소법원에 “이 개정이 여성과 소수 계층이 방송 매체를 소유하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청원을 제기했습니다. 2019년 7월 연방항소법원(the 3rd Circuit)은 이를 받아들여 FCC 규제 완화를 보류했습니다. 이에 FCC와 뉴스커뮤니케이션, 폭스, 싱클레어 미디어그룹 등 미디어그룹들은 이 사건을 고등법원에 항소했습니다.
1년 이상의 심의 끝에 대법원은 항소법원의 판결을 뒤집고 FCC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당시 FCC가 미디어 시장 경쟁 상황, 지역성 보존, 다양성과 소수 계층과 여성의 소유권 보호 등을 고려했다”며 “3개의 소유 제한 규정은 더 이상 공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결했습니다.( https://www.supremecourt.gov/opinions/20pdf/19-1231_i425.pdf)
이번 판결에 대해 미디어 사업자들은 일제히 환영했습니다. 2,000여개가 넘는 지역 언론사들의 연합인 뉴스 미디어 연합의 데이비드 채이번(David Chavern) CEO는 “이번 규제 철폐 승인은 로컬 미디어 시장에 보다 많은 투자가 만들어내고 크로스 플랫폼 시너지가 발생해 로컬 미디어의 성공을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디어 M&A 가속화, 같은 권역서 신문+방송 운영 가능]
대법원의 이번 결정은 미국 미디어 업계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넥스타 미디어, 싱클레어, 하스트 등 대규모 지역 미디어들은 생존을 위한 덩치 키우는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물론 전체 방송사 소유 제한(미국 가정 시청자의 39%)가 있지만 특정 권역 내 점유율이 완화되는 만큼 수익성이 높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인수합병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대법원이 미디어 환경 변화를 이유로 FCC의 규제 완화를 강력히 지지함에 따라 다양한 미디어의 이종 결합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신문과 방송, 라디오 방송과 신문 등 각자 플랫폼의 약점을 보완하면서 합종연횡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넥스타나 싱클레어 등 1~2위 미디어 그룹보단, 테크나(Tegna), E.W 스크립스(E.W Scripps)와 같은 10위 권 내 지역 방송사들의 생존 움직임이 예상됩니다. 최근 E.W 스크립스는 26억 달러에 아이온 네트워크를 인수한 바 있습니다. 2017년 현재 미국에선 1,761개의 지역 방송사가 존재합니다.
이런 기대감에 판결 이후 규제 완화 수혜가 예상되는 방송사들의 4월 1일 주가도 상승했습니다. 싱클레어 브로드캐스트 그룹의 주가는 장중 5% 가량 올라 2.23% 상승했습니다. 더 많은 방송사를 인수해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감입니다. 1위 지역 지상파 방송사 넥스타(Nexstar)의 주가도 1.6% 오른 상황으로 마감했고 테그나(Tegna)와 폭스(FOX)도 1~3% 주가가 높아졌습니다.
[향후 전망]
인수 합병 후 지역 미디어 그룹들은 확대된 오디언스를 앞세워 페이스북 등에 빼앗긴 온라인 광고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함께 지역 뉴스를 중심으로 한 중소 규모 로컬 뉴스 스트리밍 서비스도 잇달아 등장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현재 미국 2위 지역 지상파 미디어 싱클레어(Sinclair)가 보유한 190여 개 지역 스테이션을 묶어 서비스하는 스티어(Stirr)라는 스트리밍 서비스와 유사합니다. 이를 통한 추가 수익도 예상됩니다. 물론 인수로 인한 주가 상승이나 점유율 순위 변동도 예측됩니다.
한편, 한국의 경우 2000년 통합 방송법 때 만들어졌던 소유 제한 규정에 묶여 있습니다. 2009년 신방 겸영과 대기업의 방송 참여를 골자로 하는 미디어법 개정이 있었지만, 종합편성채널 승인이라는 단편적인 결과만 낳았고 방송 시장 구조 개편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때의 사건을 개정이 아닌 개악으로 보는 시각도 분명 존재합니다.)
지역 지상파 방송사의 경영 상 어려움, 광고 재원의 한계 등을 이유로 소유 지분 제한이 논의 됐지만 그때마다 ‘방송의 공공성’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모든 방송 플랫폼에 대한 규제 일원화가 문제입니다. 방송에 대한 이 프레임을 계속 가지고 간다면 앞으로도 규제 완화를 통한 ‘미디어 기업’ 부활 내지 육성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래서 방송 방송계에선 규제 개혁이나 개정이 아닌 규제가 없는 영역에서 사업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정설로 받아들여집니다. 사실 한국 방송 규제를 이야기하면 용어 자체 선택이 매우 조심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