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rect Media]지배적 지상파 방송의 존재 유무 논란/FCC, 외국 정부 운영 채널, 방송 고지 의무 강화..한국 영향도 검토 필요
미국 방송통신위원회(FCC), 22일 외국 정부의 미국 지상파 채널 임대 및 프로그램 시간 대여 제동 거는 규칙 제정, 앞으로 중국, 러시아 등의 해외 정부가 투자하거나 제작비를 댄 채널(프로그램)의 경우 프로그램 시작과 끝에 해당 정보 고지 의무화/지상파 방송에만 해당하는 규제라는 반발
앞으로 미국에서 해외 정부 기관이 후원한 프로그램을 지상파 방송을 통해 방송하거나 채널을 임대할 경우 이를 시청자들에게 명확히 고지해야 합니다.
중동이나 중국 등 미국 내에서 방송사(보도)를 운영하면서 해당 국가의 정부를 옹호하거나 홍보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일부 방송사들은 스트리밍 시대, 지상파 방송에만 부여되는 과도한 규제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미국 방송통신 규제 기관 FCC는 4월 22일 전체회의를 열고 외국 정부나 정치 단체에 의한 미국 방송 규정을 강화하는 안건을 통과시켰습니다. 방송 시 해당 내용을 시청자들에게 정확히 고지하는 내용입니다.
이 규제는 FCC에서 ‘해외 정부 지원 프로그램 투명성 강화(Enhancing Transparency of Foreign Government-Sponsored Programming)’라는 안건으로 회의에 상정됐습니다. 안건은 만장 일치(4대 0)로 통과됐습니다. 이에 FCC의 외국인 공개 규정(foreign disclosure rules) 지난 1963년 이후 처음으로 개정됐습니다.
주 내용은 외국 정부나 대리 단체이 운영하거나 제작비를 제공하는 방송 프로그램(TV나 라디오)에 대한 정보 공개를 명확히 의무화하는 것입니다.
규정 의결에 따라 미국 방송사들은 해외 정부나 정당, 해외 언론사 등을 대리하는 단체들이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방송될 때 시청자들에게 이를 고지해야 합니다. 프로그램 출처 고지 시, 방송사들은 FCC에 의해 정해진 언어와 정확한 규격(방송 고지 횟수 및 간격)에 따라야 합니다.
이와 함께 방송사들은 관련 내용과 방송된 프로그램도 일정 기간 보관해야 한다. 현재는 프로그램 시작과 끝, 그리고 1시간 이상 프로그램에는 최소 한번 고지로 간략한 내용만 결정돼 있습니다. 세부 사항은 조율이 필요하다고 FCC가 밝혔습니다.
FCC가 이 조항을 바꾼 이유는 해외 정부의 미국 지상파 방송 진출이 사실상 무방비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현행 규정상 외국 정부는 미국 지상파 방송 허가를 받을 수 없지만, 최근 중국이나 러시아, 아랍 등의 정부나 대리인들은 미국 지상파 방송사 채널이나 시간을 임대하는 형태로 미국 방송 시장에 이미 들어와 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정부는 이들 채널이 미국과 적대적인 정부의 정책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프로파간다’ 채널이라고 비난해왔습니다.
얼마전 미국 법무부는 카타르의 알자지라 방송국의 미국 지사(아메리카)에 대해 해외 요원 등록 법안(Foreign Agents Registration Act)을 준수하라고 강제했습니다. 미국 내 설립된 방송사이지만, 해외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곳인 만큼 정보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FCC의장 대행인 제시가 로센워셀(Jessica Rosenworcel)은 법안 표결 시 “중국과 러시아 정부의 지원을 받은 프로그램”을 예를 들었습니다. 그녀는 “지상파 방송 규제는 우리 국가 안보와 직결된 문제이며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는 일”이라며 “이는 투명성과 관련한 심플한 원칙이며 지금 법률 취지와 맞는다”고 그녀는 덧붙였습니다.
표결에 앞서 지난주 미국 지상파 방송사들의 이익단체인 NAB(National Association of Broadcasters)의 부회장은 릭 카플란(Rick Kaplan)은 블로그를 통해 “FCC가 구악과 같은 규제로 잘못된 세계로 가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는 “이제 전국 수백 개 방송사들은 방송 전에 채널이나 프로그램들이 외국 정부와 관련이 없다는 것을 파악해도 이를 다시 증명해야 하는 부담이 주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규제 형평성도 주장했습니다. 카플란은 “현재 위성방송인 디시와 디렉TV의 경우 외국 정부의 자금으로 운영되는 CGTN(중국)과 RT아메리카(러시아)를 방송하고 있지만, 이런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강조했습니다. 참고로 FCC는 ‘동일 규제’ 차원에서 아직 케이블TV나 위성방송에도 이 규제를 적용할지 여부는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FCC의 조치는 사실상 정부의 펀딩을 받는 채널에 해당하기 때문에 한국 공영 방송의 미국 내 지상파 방송 송출이나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프로그램, 편성 채널 등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한국 지상파 방송에 해외 방송 채널이 진출하는 것은 현재 법상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미국처럼 디지털 다채널 방송(MMS)이 상업 방송에 허용되지 않았고 외국인이 지상파 방송에 지배력을 행사 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국 방송 기반이 미국에 비해 안전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인터넷 영역에서 이런 프로파간다 채널 진출은 무방비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