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rect Media] HBO MAX, 글로벌 프로젝트 가동…넷플릭스화(化)에 대한 거리 두기
HBO MAX, 오는 6월 남미 진출, MAX오리지널과 현지 콘텐트로 승부, 넷플릭스도 캐나다에 콘텐트 개발 사무소 개설...본격화되는 글로벌 사업자의 해외 진출
(2021-02-12)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지금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추운 날씨가 서서히 풀리면서 미국 스트리밍 서비스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를 넘어서기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입니다. 먼저 HBO MAX가 나섰습니다. 워너미디어의 스트리밍 서비스 HBO MAX는 보도자료를 통해 오는 6월 말 남미 39개국과 캐리비안 지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이외에서 국가에서 서비스 계획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서비스 지역은 자메이카, 멕시코, 엘 살도르, 아르헨티나, 브라질, 컬럼비아, 코스타리카, 도미니카 공화국 등 사실상 남미 지역 모든 국가입니다. 이들 지역에선 지금 HBO MAX의 전신인 HBO GO라고 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되고 있는데 이 고객은 6월 이후 바로 HBO MAX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 현지 파트너와 함께 손을 잡고 협력 모델 진출에도 나섭니다.
<미국 스트리밍 사업자들의 해외 진출 본격화>
라틴 아메리카에 서비스되는 HBO MAX는 기존 HBO, 워너미디어, DC, 워너브러더스의 콘텐트와 함께 새로운 어린이 프로그램과 지역 특화 콘텐트, 오리지널 콘텐트도 선보일 예정입니다. HBO MAX 인터내셔널 대표 요하내스 라처(Johannes Larcher)는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는 HBO MAX의 라틴 아메리카와 캐리비안 지역 진출에 매우 흥분된다”며 “미국 이외 지역 첫 진출이며 글로벌 시장을 향한 시동”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라처(Larcher)는 또 “HBO MAX 프로그램과 함께 남미에서 제작된 콘텐트를 함께 제공해 지역민들을 위한 잊지 못할 서비스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워너미디어에 따르면 미국 내 HBO MAX 가입자는 4,100만 명, 전세계 6,100만 명(HBO GO) 정도입니다.
라틴 아메리카에선 HBO MAX 서비스가 시작되면 기존 HBO GO는 서비스는 종료됩니다. 구독자는 모두 자동적으로 HBO MAX로 전환됩니다. 이 앱의 운영은 글로벌 기술 조직이 맡습니다. 이 조직은 향후 계속될 해외 진출과 미국 시장에서의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기술 이슈를 담당하게 됩니다. HBO MAX는 라틴 아메리카에 이어 유럽 서비스도 준비 중입니다. 올 연말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먼저 노르웨이, 스페인, 중부 유럽, 포르투갈이 첫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방식은 라틴아메리카에서처럼 HBO MAX+로컬 콘텐트, 단독+협업 등의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 등 아시아 지역은 아직 서비스 일정이 나오지 않았는데 아마 유럽과 비슷한 시기라고 점쳐집니다.
HBO MAX의 해외 공략은 지역 경쟁이 치열해질 것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지금 한국 등 해외에서 제대로 서비스하고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는 넷플릭스(Netflix)뿐입니다. 그러나 올해에는 디즈니+, 피콕(Peacock), 애플 TV+ 모두 해외 확장을 선언했습니다. 이 경쟁에선 한국도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아마 일본에 이어 한국은 올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사업자들의 진출 선언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중 디즈니+(Disney)+가 앞서고 HBO MAX, 피콕 등이 한국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글로벌 사업자, 한국 진출, 기회이자 위기>
글로벌 사업자들의 한국 진출은 콘텐트 산업에서 봤을 때 기회이자 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넷플릭스가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와 같지만, 방송 시장 주도권이 스트리밍으로 넘어간 상황에서의 진출은 다시 한번 고민하게 합니다.
특히, 한국 진출을 고민하는 대부분 사업자들의 서비스 방식이 ‘글로벌 공통 콘텐트+로컬 콘텐트(Local Content)’여서 국내 제작 스튜디오 입장에선 스탠스가 애매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 방송 시장을 잠식(글로벌 공통 콘텐트)당할 수도 있고 프로그램을 판매해 글로벌 진출로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고민이 계획 깊어지지만 현실을 외면할 순 없습니다.
이와 관련 넷플릭스가 최근 캐나다 투자와 함께 현지 사무소를 확장한다는 뉴스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회사 CEO인 테드 사란도스(Ted Sarandos)는 회사 블로그를 통해 캐나다에 새로운 오피스를 만들고 지역 오리지널 콘텐트(content chief dedicated to commissioning local originals)를 위한 최고 콘텐트 책임자를 뽑는다고 밝혔습니다. 사란도스(Sarandos)는 “지난 2017년 이후 캐나다에 20억 달러(2조1,040억 원)을 투자했다”며 “캐나다 드라마 <Anne with an E> 등 오리지널 콘텐트에 투자해 글로벌로 공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넷플릭스는 지난 2012년 캐나다와 첫 오리지널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온타리오에서 찍은 <헴록 글로브 Hemlock Glove>였는데 그 이후 캐나다는 넷플릭스(Netflix)의 매우 중요한 파트너가 됐습니다. 지난해에도 인기 드라마 <Never Have I Ever>를 만들어 글로벌 시장에서 서비스했습니다.
지난 3년 간 넷플릭스는 캐나다와 콘텐트 공동 제작 및 개발 강도를 더 높였습니다. 캐나다 전역의 콘텐트 크리에이터와 함께 글로벌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20여 개의 제작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일하고 있는 크리에이터만 600명이 넘습니다. 이와 관련 넷플릭스는 “공동 제작과 구매(라이선싱)를 통해 캐나다의 이야기를 글로벌에 알리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캐나다 넷플릭스 사무실은 토론토(Toronto)에 있는 제작 허브에 추가로 만들어집니다. 지난 2019년 넷플릭스는 토론토와 벤큐버 지역에 8개 층 스튜디오와 오피스를 임대한 바 있습니다.
여기서 넷플릭스의 캐나다 사례를 든 이유는 그들의 위대함을 소개하려는 목적은 아닙니다. 투자가 아닌 육성이며 구매가 아닌 정착에 가까운 그들의 투자 방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 위함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이 해외 콘텐트에 투자했고 구매도 많이 하고 있지만 넷플릭스만큼 토착화를 이룬 사업자가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과거엔 미디어 플랫폼이 지역별 분화가 이뤄졌지만 지금 넷플릭스 가입자는 2억 명이 넘습니다.
넷플릭스와의 협업은 분명 필요하지만, 한국 입장에선 넷플릭스 현지화를 돕다가 넷플릭스화 Becoming Netflix)되는 건 경계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사업자의 한국 진출은 우리에겐 기회일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아닌 우리 속도로 글로벌 사업자와 만나야 합니다. 콘텐트는 문화고 문화는 다양성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