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rect Media]LA의 돔(Dome) 조명 58년만에 꺼지다...70mm 스크린 '시네라마 돔 할리우드' 폐업
퍼시픽 시어터,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영향으로 LA 선세대로의 돔 영화관 '시네라마 돔 할리우드' 등 16개 소속 극장 모두 폐업, 지난 3월 40여개 매장 보유했던 알라모 드래프트에 이어 2번 째 극장 도산...코로나와 스트리밍 바람 속에 '영화의 역사' 사라져
(2021-04-14)
지난 12일(미국 시간) 밤 LA 영화팬들에게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 들렸습니다. LA선셋대로(6360)에 위치한 영화관 ‘시네라마 돔 할리우드(Cinerama Dome Hollywood)’가 영구적으로 문을 닫는다는 소식입니다. 돔 형태 영화관 ‘The ArcLight Hollywood(퍼시픽 영화관)’가 위치해 관광객들에게도 유명했던 곳입니다.
지난해부터는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영향으로 폐쇄돼 있었는데 운영사인 ‘the ArcLight Cinemas and Pacific Theatres’이 4월 12일(미국 현지 시간) 이곳을 포함한 16개 지역 모든 극장(300개 스크린)을 폐쇄하고 경영에서 손을 뗀다고 밝혔습니다.
‘시네라마 돔 할리우드’는 지난 1963년 퍼시픽 영화관의 모회사인 the Decurion Corp이 건설했습니다. 많은 영화들의 글로벌 첫 상영 장소로 각광받았으며 지난 2000년 리모델링을 마쳐, 15개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60년 가까운 시간(58년), 이 돔은 영화 관객과 시네필에게는 매우 중요한 장소였습니다. 70mm 와이드 화면의 울트라 파니비전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장소는 흔치 않습니다. 무엇보다 의미 있는 건 지구상에 남은 유일한 콘크리트 돔이라는 겁니다.
아크라이트는 LA 근교 샤먼 오크스(Sherman Oaks)를 포함 유명 관광지에 영화관을 다수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국인도 자주 방문하는 웨스트 할리우드 지역 더 글로브(The Grove) 쇼핑몰에도 ‘퍼스픽 영화관’이 있습니다. 퍼시픽 영화관은 성명을 내고 “모두가 바라는 결론은 아니라는 안다”며 “영화관을 살리기 위해 모든 노력을 펼쳤지만, 돌파구가 보이지 않았다”고 영업 종료를 알렸습니다. 직원들도 모두 해고됐습니다.
미국 극장주협회(the National Association of Theater Owners)는 “중소 극장 체인들은 더 어려울 수 밖에 없다”며 극장 업계의 도산을 우려해 왔습니다. 실제, 지난 3월 미국 텍사스 지역에 40여개 극장을 운영 중인 알라모 드래프트하우스 시네마(the Alamo Drafthouse Cinema)가 파산을 신청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해에는 넷플릭스가 LA 할리우드 지역에서 운영했던 이집션(Egyptian) 극장도 영업을 중단했습니다.
아크라이트의 영업 중단 소식에 할리우드 영화 관계자들과 이곳에 얽힌 추억이 있는 관객들의 아쉬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골든글로브 외국어 영화상 후보작에 올랐던 영화 <페어웰 The Farewell>의 감독 루루왕(Lulu Wang)은 트위터를 통해 “정말 절망적인 소식”이라며 “내가 쿠엔틴 티란티노를 처음 만난 곳이 할리우드 아크라이트 극장 로비”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퍼시픽 시어터의 창업주인 윌리엄 포르만(William R. Forman)는 지난 1963년 7월 스펜서 트레이시(Spencer Tracy), 버디 해킷(Buddy Hackett) 등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 배우들을 초청해 와이드 스크린 시네라마 돔 건설을 알렸습니다. 포르만은 첫 70mm 영화인 스탠리 크레이머(Stanley Krama)의 <미친 세상 It’s a Mad, Mad, Mad, Mad, World>를 상영하기 위해 돔이 1963년 11월까지 완공될 것으로 영화사 UA(United Artists)에 약속했습니다. 실제 공사에도 16주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결국 70mm 전용 울트라 파나비전(Ultra Panavision)으로 찍은 이 영화는 시네라마에서 상영됩니다.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은 영화 산업을 흔들어 놨습니다. 2020년 4월 이후 거의 모든 극장이 폐쇄돼 1년 사이 제대로 개봉된 영화가 한편도 없습니다. 파라마운트 스튜디오는 올해(2021년)도 개봉 실적이 ‘0’입니다.
극장들도 어려워하고 있습니다. 4월 초 LA와 뉴욕 지역의 AMC와 리걸시네마(Regal Cinemas)가 문을 열었지만, 아직은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인한 좌석 제한과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의 대작 영화 개봉 연기로 정상은 아닙니다. 최근 디즈니가 <블랙위도우> 개봉을 5월에서 7월로 미뤘고 파라마운트 스튜디오도 <탑 건2>의 공개를 11월로 순연했습니다.
그러나 슬프지만 의미있는 사실은 최근 미국 스트리밍 구독자 수가 미국 인구를 넘어섰다는 소식입니다.
스트리밍 시장 분석 회사 암페어 애널리시스(Ampere Analysis)는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훌루, HBO MAX 등의 구독자 총합 3억 4,000만 명으로 미국 인구(3억 3,020만 명)를 넘어섰다고 밝혔습니다. 한 명이 여러 개 서비스를 가입해서 가능한 수치입니다. 올해 3월 31일 기준인데,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인한 재택 근무,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스트리밍 시장 참전, 오리지널 콘텐츠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같은 조사에서 미국 인터넷 사용자의 57%가 스트리밍 서비스가 영화나 TV를 보는 주요 창구라고 답했습니다.
미디어의 역사를 만드는 주체가 바뀌고 있습니다. 새로운 세대의 새 주인공은 당연하지만, 기억이 사라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미국도 이제 지역을 지키는 영화관이 사라지고 대형 기업(AMC, 리걸)의 체인만 남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은 이미 그렇게 됐습니다.
제가 어린 시절 영화를 보며 꿈을 키웠던 극장은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는 장소지만, 그 역할은 ‘찜질방’으로 바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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