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영국 정부 ‘넷플릭스 아마존 공영방송 콘텐츠 시청률 공개해야”
영국 정부, 디지털, 문화 미디어, 스포츠위원회(Digital, Culture, Media and Sport Committee, DSMSC) 권고안 답변에서 "아마존, 넷플릭스에 영국산 콘텐츠에 대한 시청률 데이터 공개 요청할 것"이라고 언급. 영국 정부는 "PSB 제작 콘텐츠는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만큼, 도달율 등의 파악을 위해 필수"
(2021-06-18)
영국 정부가 미국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자들에게 영국 공영방송들이 만든 콘텐츠의 시청률 및 상세 시청 패턴에 대한 정보 공개를 명령했습니다. 영국 정부는 공적 자금이 투입돼 만든 콘텐츠인 만큼 데이터를 대중에 오픈해야 한다는 겁니다.
넷플릭스의 ‘셜록(Sherlock)’, ‘라인 오브 듀티(Line of Duty)’, ‘피키 블러인더스(Peaky Blinders)’나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플리백(Fleabag)와 같은 유명 작품이 해당합니다. 이들 작품 모두 BB1과 BBC3가 원래 제작사입니다.
그러나 미국 스트리밍 사업자들은 개별 콘텐츠 시청률이 ‘민감한 영업 기밀’이라는 입장이어서 향후 통상 문제 등 많은 파장이 예상됩니다.
[영국 정부 BBC 제작 콘텐츠, 시청률 공개 명령]
영국 정부가 넷플릭스(Netflix)와 아마존(Aamzon)에게 시청률 공개를 요청한 방송사는 BBC, ITV, 채널4(Channel4), 채널5(Channel 5) 등 영국 공영 방송사(public service broadcasters, PSB)입니다.
영국 정부가 행동에 나선 이유는 의회 권고 때문입니다. 지난 3월 영국 의회 디지털, 문화 미디어, 스포츠위원회(Digital, Culture, Media and Sport Committee, DSMSC)는 ‘The future of public service broadcasting’라는 이름의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이 데이터(공영방송 시청 데이터)는 방송사와 미디어 규제 기관인 오프콤(Ofcom)에 모두 제공되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위원회는 “영국 공영 방송(PSB)의 도달 범위를 완전히 분석할 수 있도록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최고 수준의 시청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며 영국 정부의 대응을 주문했습니다.
이와 관련한 영국 정부의 입장이 6월 17일 공개됐습니다. 정부는 답변을 통해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최고 수준의 시청률 데이터를 공유해야 한다는 위원회 의견에 동의한다”며 “영국의 공영 방송 시스템(evaluation of the PSB system) 현황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분석을 위해 자발적으로 데이터가 제공되길 바란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부는 “넷플릭스가 경쟁사에 시청률 데이터를 넘겨주는 문제는 권고 정도에 그치겠지만 방송 규제 기관인 오프컴과는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만약 자발적인 정보 제공이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부가 영국 공영 방송 콘텐츠가 어떤 성과를 내는지를 알기 위해 데이터 제공을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며 행정 명령 가능성도 열어뒀습니다.(the government could legislate data sharing should streamers be unwilling to be transparent about how shows like Fleabag (Amazon) and Peaky Blinders (Netflix) are performing on their services)
사실, 넷플릭스, 아마존, 애플 등의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자들은 정확한 시청률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아 세계 각국에서 많은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영국 DCMSC에 따르면 넷플릭스와 아마존은 “이런 정보들은 공개하기 민감한 영업 기밀”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DCMSC는 이에 동의하지 않고 있습니다. 위원회는 지난 3월 미래 보고서에서 “영국 공영방송사가 만든 콘텐츠의 시청률 자료 공유를 오프콤과 PSB와 관련된 기관에 제공하는 것이 상업적으로 민감한 행동이라고 믿지 않는다”며 “스트리밍 서비스는 공영 방송의 중요한 2차 유통 플랫폼이다. 그러나 시청률 데이터가 없으면 PSB의 도달율을 정확히 평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미디어 대기업과 영국 공영방송의 생존 싸움]
시청률 데이터 논쟁은 넷플릭스 등 미국 미디어 대기업에 잠식되고 있는 영국 방송 시장을 지키려는 영국 공영방송들의 안간힘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영국 공영방송들은 시청자들이 전통적인 TV보다 넷플릭스를 더 많이 찾는 시대에서 그들의 콘텐츠가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 받길 원하고 있습니다. 오프콤은 넷플릭스에 방송되는 영국 공영방송(BBC, ITV, 채널4, 5)의 프로그램만 1,276 시간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2020년 6월 기준). 영국 젊은 층들은 BBC 프로그램을 스트리밍 서비스 BBC 아이플레이어(iPlayer)보다 넷플릭스에서 보는 것이 더 익숙해지고 있다. 그래서 정작 영국 작품인데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인지하는 시청자 층도 많습니다.
이와 관련 DSMSC 는 보고서에서 “미디어법 개정 시에는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자들이 콘텐츠를 제작한 방송사의 로고를 서비스 프로그램에 부착해야 하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넷플릭스는 영국 채널4의 ‘빌어먹을 세상따위(The End of the F…ing World)’ 등 이미 상당수의 영국 방송사의 작품 썸네일과 스트리밍 전 화면에서 회사 로고를 노출 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청률 데이터 강제 공개 문제는 조금 다릅니다. 넷플릭스와 아마존 등은 만약 영국 정부가 시청률 공개를 강제화한다면 법적으로 다툴 가능성이 큽니다. 특정 데이터에 대한 시청률 및 시청자 분포, 성별, 총 시청 시간 등은 스트리밍 서비스 구독자 학보를 위한 핵심 정보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국 정부에 데이터를 제공하게 되면 넷플릭스의 콘텐츠 지배를 우려하고 있는 전세계 국가에서 비슷한 행정 명령이 잇따를 것으로 예측됩니다. 넷플릭스는 북한, 시리아, 중국 등을 제외한 190여 개 국가에 진출해 있습니다.
한편, 넷플릭스의 비밀은 한국도 비슷합니다. 인기 콘텐츠(10위) 정도를 제외하곤 다른 지표를 거의 공개하지 않습니다. 넷플릭스에 대한 예속이 강해지지만 데이터를 모르는 우리는 속수 무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