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멀티포맷의 미래, 오지 미디어는 어떻게 타락하게 됐나.
인터넷, 팟캐스트, 뉴스레터, 유튜브, 페이스북 등 다양한 콘텐츠 포맷으로 디지털 미디어의 선두주자로 불리던 오지 미디어(Ozy Media). 유튜브 임원 사칭으로 나락으로 떨어져/. 광고 중심 디지털 미디어 유튜브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벌인 해프닝.
(2021-10-07)
요즘 미국에선 뉴미디어 오지 미디어(Ozy Media) 의 가짜 인터뷰가 큰 후폭풍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유명 케이블 TV앵커출신이자 인플루언서인 카를로스 왓슨(Carlos Watson)이 2013년 설립한 이 회사는 뉴스레터, 홈페이지, 팟캐스트, 유튜브 등 다양한 포맷으로 뉴스를 제공하는 멀티포맷 미디어로 각광을 받았습니다.
A&E 등 케이블TV채널에도 왓슨이 직접 출연하는 인터뷰 프로그램을 대거 공급했습니다. 오지 페스티벌 등 행사도 진행해 시장이 안착한 뉴미디어로 불렸습니다. 투자 은행 골드만삭스도 4,000만 달러를 지난해 말 투자했습니다.
오지는 이렇게 성공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문제는 의외에 곳에서 터졌습니다. 이 회사의 공동 창업주이자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사미어 라오(Samir Rao)는 투자자 골드먼삭스와의 전화 투자 회의에서 유튜브 임원을 사칭했습니다.
유튜브 오리지널 콘텐츠 대표인 알렉스 파이퍼(Alex Piper)인 척 하면서 ‘오지미디어의 유튜브 내 성과’를 과대 홍보했습니다. 광고 기반 뉴미디어게는 유튜브 클릭수는 매출에 절대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거짓말은 골드먼삭스(Goldman Sachs)가 우연히 유튜브 실제 담당자와 통화를 하게 되면서 밝혀졌습니다. 이 사실은 최근 뉴욕타임스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카리스마 넘치는 왓슨 CEO는 오지미디어(OzyMedia)를 유연성을 가진 멀티플랫폼 미디어 회사로 키우고 싶어 했습니다. 기존 기성 뉴스 미디어들이 제공하지 않는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를 만들어 다양한 세대를 오디언스로 모으길 원했습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 미디어 전문 기자 벤 스미스(Ben Smith)의 회사 운영에 대한 의혹 보도 이후 급격히 추락합니다.
결국 창업주인 카롤로스 왓슨은 사과 후 사이트 문을 닫겠다고 말해 기자 등 직원들이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직원과 일부 주주들도 회사에서 떠나겠다고 밝혔습니다.
콘텐츠 제작에도 차질을 빚어 BBC에서 30년을 근무하고 지난 6월 콘텐츠 책임자로 부임한 케이티 카이(Katty Kay)도 “뉴욕타임스 기사가 매우 충격을 줬습니다. 회사와 더 이상 관계를 이어갈 수 없다”며 사임했습니다.
케이블TV 채널 A&E도 대표 프로그램인 ‘The Carlos Watson Show’ 편성을 취소했습니다. 월마트, 페이스북 등 광고주들도 프로그램 후원에서 철수했습니다. Ozy의 직원들은 뉴스를 통해 사이트 폐쇄를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습니다. 일부 직원들은 사이트가 폐쇄될 우려에 자신들의 기사를 급하게 저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왓슨은 4일 미국 CNBC에 출연해 미디어를 완전 폐쇄하는 대신, 잠시 쉬면서 새로운 투자자나 매수자를 찾겠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광고 모델 디지털 미디어의 취약함]
상황은 일단락되고 있지만, 오지 미디어의 부정은 미국 디지털 미디어 업계에 많은 파장을 낳고 있습니다. 광고 이외 별다른 수익 모델이 없는 대부분의 디지털 미디어가 유튜브라는 플랫폼에 얼마나 취약한지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입니다.
때문에 유튜브에서의 약점을 드러낸 오지 미디어가 재오픈 이후에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앞선 표에서도 알 수 있듯 오지 미디어의 유튜브 성적이 시원치 않다는 것을 공공에 알렸기 때문입니다. 오지 미디어가 포스트하는 콘텐츠들은 첫 주에는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지만 일 주일 이후 인기도가 확 떨어집니다. 특정 인에 의존하는 특성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 때 젊은 세대들에게 신선함의 상징으로 큰 주목을 받았던 매체로선 매우 부끄러운 행동입니다. 왓슨이 다시 자신의 브랜드를 완성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타락한 이미지를 살리는 건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방법이 없는 오지는 다시 사이트 열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과거처럼 광고 매출을 위해 유튜브와 페이스북 구독자 확대에 주력할 겁니다. 사실 정도의 차이지만, 정확한 성과 측정 지표가 없는 디지털 미디어 시장에 본인들이 유리한 결과를 내세우거나 일정 수준 부풀리는 것은 일반적인 영업 행위입니다.
[객관적 지표 없는 디지털 미디어 장기전에 대비해야
그러나 이는 장기적으로는 해당 사업자가 아닌 전체 사업의 침체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소비자와 광고주들이 객관적인 데이터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하면 해당 매체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이어집니다.
유일한 시청률 집계기관 닐슨(Nielsen)에 대해 미국 방송사들이 일제히 반기를 들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크게 유행하고 팬데믹이 본격적으로 확산된 이후 미국 방송사들은 TV콘텐츠 성과 측정과 관련해 닐슨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TV를 보는 시간이 늘었지만, 생각만큼 가구 시청률이 늘지 않았던 것에 의심을 품은 방송사들은 이 기간 닐슨이 가구 시청 패널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됐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를 핑계로 패널 가정을 방문하지 않았고 응답이 없이 집을 비운 패널들을 관리하지 않은 겁니다.
때문에 방송사들은 실제 보다 TV시청률이 2~4% 정도 하락했다고 닐슨을 비난했습니다. 그러나 닐슨은 자신들의 잘 못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NBC유니버설과 ViacomCBS 등 닐슨을 대체할 별도 시청률 측정 기관을 찾겠다고 나섰습니다. 뒤늦게 닐슨은 일부 데이터 검증에 동의하고 나섰지만 미국 시청률 인증 기관 MRC 의 인증도 받지 못한 채 사면초가에 빠졌습니다.
스트리밍과 구독 경제의 시대, 미디어의 성과에 대한 다양한 지표가 나올 수 있습니다. 시청자나 투자자, 광고주들은 이런 선진화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투자나 시청에 나섭니다. 그러나 이들 데이터가 일부 홍보를 넘어 조작된다면 매체는 신뢰를 잃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