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소리'가 사라진 올림픽에 가족이 왔다. /스트리밍의 시각을 넓히고 있는 스포츠 다큐멘터리
일본 정부, 도쿄 '긴급 사태 선포'로 2021도쿄 올림픽 사상 초유의 관중 경기로 결정. 미국 올림픽 중계사인 NBC도 크게 당황. 특히, 현장 중계음 없는 심심한 중계가 시청률 하락으로 이어질까 노심초사, 그러나 올해는 스포츠 다큐멘터리의 원년이 될 것이라는 평가도 있어
(2021-07-13)
2021 도쿄 올림픽(2021 Olympic Games)이 관중 없는 올림픽으로 결정된 가운데 가장 당황하는 방송사 중 하나는 바로 NBC입니다. 미국 올림픽 중계권을 가지고 있는 NBC는 이제 팬 없는 축제를 준비해야 하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TV광고는 모두 판매된 상황이어서 수익에는 큰 손실이 없지만, ‘재미 없는 스포츠 중계’가 걱정입니다. 지난 2017년 은퇴하기 전 올림픽 취재 경험만 11회에 달했던 전설적인 스포츠 캐스터 밥 코스타스(Bob Costas)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NBC는 엄청난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관객 없는 올림픽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코스타스는 올림픽 경기의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를 ‘팬들이 뿜어내는 열기와 에너지’로 꼽았습니다. 그들이 만들어 내는 소음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만약 스포츠 경기에서(그것도 올림픽에서) 팬을 지운다면 그 결과는 바로 시청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코스타스는 분석했습니다.
시청자들은 TV를 보겠지만, 몰입도가 한껏 떨어질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올림픽을 계기로 콘텐츠를 차별화하고 자사의 스트리밍 서비스 피콕(Peacock)을 확실히 띄워보려는 NBC유니버설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소리 없는 올림픽' 바로 도쿄 올림픽의 특징입니다. 여기에 ‘가족’ 있는 올림픽, 이것이 바로 올해 올림픽의 관전 포인트입니다.
[소리 없는 올림픽]
소리의 소멸에 대해 NBC는 실망감을 애써 감췄습니다. NBC스포츠 대변인은 무관중 경기에 대해 “관중이 없다는 것은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라며 “그러나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시청 경험을 향상시킬 계획을 계속 세워왔다”고 언급했습니다.
NBC가 팬데믹 상황 중계에 익숙하다고 속내는 복잡합니다. 메이저리그 야구 중계나 NFL 중계 때 인공적인 관중 소리를 넣기도 했지만 종합 스포츠는 사이즈가 다릅니다.
때문에 올림픽에 인공 효과음(artificial crowd noise)을 삽입할 것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설령 인공 사운드를 입힌다고 해도 쉽지 않습니다. 수십 개의 경기 종목에 녹음된 관중의 소음 소스도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2020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야구장 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였고 팬데믹 당시 게임에 현장음을 삽입하는 임무를 맡았던 아멜리아 심멜(Amelia Schimmel)은 당시 현장 소음을 모으기(?) 위해 두 달 전부터 고생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녀는 CNN인터뷰를 통해 팬들의 소리와 경기의 백색 잡음을 찾아다녔다고 어려움을 털어놨습니다.
그러나 도쿄 올림픽의 경우 겨우 개막 2주 전 무관중이 결정됐기 때문에 소리 소소를 얻을 기회가 사실상 없습니다. 게다가 평소 익숙한 인기 종목이 아닌 다이빙이나 수영, 육상, 체조 등은 현장음을 흉내내기 쉽지 않습니다. 경기의 긴장감에 따라 관객들이 내는 소리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최악의 경우는 시트콤의 박수처럼 억지로 만들어내는 겁니다. 체조 경기장에 수영 관중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시청 경험을 완전 망칩니다.
[소리의 빈자리, 다큐멘터리가 차지]
소리 없는 올림픽이지만 그나마 볼꺼리를 제공할 것은 스포츠 다큐멘터리입니다. 많은 오리지널 스포츠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은 NBC의 스트리밍 서비스 피콕(Peacock)에서 방송됩니다. 피콕의 새로운 이미지를 위해선 인기 스포츠의 단독 중계로는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NBC는 이번 올림픽 중계 컨셉트를 ‘친구와 가족(Friends and Family)’으로 잡았습니다. 이를 위해 NBC는 상당수의 카메라를 선수뿐만 아니라 선수 가족에게 배치했습니다. 메달을 따는 영광의 순간뿐만 아니라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과 선수들의 가족과의 생활을 담은 다큐멘터리도 대거 준비됐습니다.
얼마 전 공개된 ‘Golden’은 미국 체조 대표팀의 올림픽 준비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인데 대표 선발전을 준비하는 힘든 연습 장면보다 오빠와 싸우는 평범한 여동생의 모습이 더 인상적입니다. NBC올림픽 경기 중계 프로듀서인 롭 하이랜드(Rob Hyland)는 6월 말 기자 간담회에서 “TV와 모든 플랫폼을 통해 이런 감동적인 순간을 보여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피콕은 미국 남자 농구대표팀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FOR BALL AND COUNTRY’, 다섯 명의 체조 선수가 주인공인 ‘GOLDEN’,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여자 축구 경기 금메달의 주인공이자 이제 중년이 된 여성들의 이야기 ‘THE SISTERS OF ’96; THE 1996 USA WOMEN’S OLYMPIC SOCCER TEAM’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스포츠 다큐멘터리의 인기도 서서히 올라가고 있습니다. 과거 실시간 TV에서는 시청률 압박 때문에 자주 편성되지 못했던 장르입니다.
그러나 언제든 찾아볼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는 ‘스포츠 다큐멘터리’를 품기에 충분합니다. 스포츠를 모르는 사람들도 스포츠 다큐멘터리에 대한 매력에는 금방 빠집니다. 때문에 스포츠 다큐멘터리는 스포츠의 인기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최근 버라이어티가 조사한 바(Sports’ New TV Formula)에 따르면 Z세대들은 스포츠에 앞서 스포츠 다큐멘터리를 먼저 혹은 즐겨 접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실 젊은 층의 취향에는 경기 하이라이트(비디오 클립) 편집해 보여주는 스포츠 다큐멘터리가 더 맞을 수도 있습니다. 좋은 스포츠 다큐멘터리는 스포츠 오디언스의 성장을 이끌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스포츠 다큐멘터리 소비 증가는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 증가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스포츠 다큐멘터리를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