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크리에이터는 스트리밍 때문에 싸우고 운동선수는 스트리밍을 통해 다가온다
스트리밍이 바꿔놓은 미디어 시장 변화를 보여주는 극단적 사례들. 올림픽을 미국 독점 중계하는 스트리밍 서비스 피콕(Peacock), 7월 이후 다운로드 급등. TV시청률 감소와는 대조적, 아울러 거대 기업 디즈니를 상대하는 스칼렛 요한슨. 메이저와의 싸움이 버겁지만 미래를 위한 필연적 싸움으로 인식
(2021-08-05)
2020도쿄 올림픽이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NBC유니버설의 스트리밍 서비스 피콕(Peacock)은 이미 위너입니다. TV시청자는 줄었지만 올림픽 경기의 몰입감이 더해갈 수록 스트리밍을 통해 현장을 보는 오디언스가 대폭 늘었기 때문입니다.
피콕에선 16개 경기 중계뿐만 아니라 스포츠 다큐멘터리, 일일 경기 정보 프로그램 등 오리지널 방송도 볼 수 있습니다.
앱 가치 측정회사 앱토피아(Apptopia)가 버라이어티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피콕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7월 다운로드 숫자는 6월에 비해 96% 증가했습니다. 총 다운로드 숫자는 419만 번입니다. 미국 내 결과지만 오히려 올림픽의 영향을 알 수 있는 주요 지표입니다. 게다가 같은 조사에 넷플릭스 등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는 이 같은 결과를 가지고 오지 못했습니다.
피콕의 다운로드 숫자(주간)도 올림픽이 개막한 7월 말에 집중됐습니다. 이 뉴스는 TV시청률 저하에 고통받고 있는 NBC유니버설을 기쁘게하기 충분했습니다.
그렇다면 참고로 어떤 경기를 전후에 피콕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는지도 궁금합니다. 정답은 ‘체조'입니다. 최고 인기 종목이자 미국 체조 영웅 시몬 바일즈의 멈춤으로 뉴스가 집중됐던 체조는 영화 신작 개봉(보스 베이비)보다 더 큰 다운로드 숫자를 피콕에 안겨줬습니다.
한편, NBC유니버설은 스트리밍으로 웃음을 짓고 있지만 스트리밍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도 있습니다. 영화 블랙위도우(Black Widow)의 배우 스칼렛 요한슨입니다.
얼마전 배우 스칼렛 요한슨(Scarlett Johansson)이 디즈니(Disney)의 마블에 소송을 걸었습니다. 디즈니가 자신의 출연한 영화 ‘블랙위도우(Black Widow)’를 극장과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Disney+)에 동시 공개해 피해를 봤다는 주장입니다.
본인의 출연료와 성과가 극장 개봉 성적에 맞춰져 있는데 스트리밍에서 동시에 방송되면서 박스 오피스 매출이 줄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녀의 법적 분쟁은 개인이지만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기존 할리우드의 개봉 질서를 바꿔놓을 수도 있는 움직임입니다. 요한슨은 이메일을 통해 디즈니가 극장 독점 개봉을 약속했지만 이를 어겼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스튜디오들은 전체 영화 시장의 트렌드가 스트리밍으로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권리를 포기할 가능성이 없습니다. 과거처럼 극장 수익이 보장되고 고정된 개봉 공간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콘텐츠를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개봉의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물론 소송이 심화될 경우 요한슨은 디즈니와 일을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디즈니와의 껄끄러움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장의 변화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과 넷플릭스가 만들어놓은 스트리밍 세상은 이제 TV시장이 과거로 돌아갈 수 없음을 말해줍니다.
특히, 극장과 스트리밍 서비스의 동시 개봉도 마찬가지다. 워너미디어가 만들어놓은 이 질서는 앞으로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 박스 오피스도 위에 표를 보면 알 수 있듯팬데믹이 끝나면 회복되겠지만, 예전 수준은 아닐 수 있습니다.
이 질서를 막을 유명 배우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추세는 개인이 멈출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크리에이터와 스트리밍 사업자, 제작사 사이 OTT시장 수익 배분을 두고 치열한 갈등을 벌일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