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영국, 2022년 채널4 민영화 "넷플릭스 시대 변화한 공영방송 역할" vs "방송 다양성 악화 우려"
영국 정부, 광고 재원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채널4 오는 2022년까지 민영화 발표, 매각 혹은 다른 방식의 독립 법인화 추진. 영국 스트리밍 시대 '공영방송'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반증. 채널4 내부에선 "독립 제작 생태계" 훼손 반대
영국의 대표적 상업적 공영 지상파 방송 채널4(Channel 4)가 이르면 2022년 민영화된다.영국 가디언(The Guardian)은 향후 수주일 내 방송사 민영화를 위한 공식적인 협의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지난 5월 영국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부 장관(The secretary of state for digital, culture, media and sport) 올리버 다우든(Oliver Dowden)은 가디언의 질의에 “방송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제공하기 위해 현 의회가 끝날 때까지 채널 4를 민영화 할 것이라고 확언”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해 말까지 민영화 결정이 내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어쨋든 채널4의 민영화 작업은 시작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방송, 예술 정책 장관이 채널4 민영화 총책임]
민영화와 관련한 구체적 계획도 세워지고 있습니다. 영국 내 방송과 예술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문화 정책 장관(the culture minister) 존 위팅데일(John Whittingdale)이 채널4 민영화 과정을 총 책임집니다.
위팅데일 장관은 지난 1996년에도 민영화를 지지한 바 있습니다. 이에 지난 2015년 문화부 장관이 되고 난 뒤 민영화를 추진했지만 결국 실패했습니다. (참고로 우리 말로는 둘다 장관으로 번역할 수 밖에 없지만 영국에선 Secretary는 부처와 대외를 담당하고 Minister는 법률 및 대내 정책을 맡습니다. )
FT의 보도에 따르면 위팅데일 장관은 이번에 다시 오는 2022년 말까지 채널4의 민영화 실행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민영화 이후 지배 구조 및 운영 추체, 콘텐츠 투자 방안 등을 담는 법입니다.
지난 5월 영국 의회 디지털 문화미디어스포츠위원회와의 면담에서 다우든 장관은 “채널4의 민영화(privatization)는 2020년 10월 처음 시작된 공영방송의 미래 정책(government review of public service broadcasting)의 일환으로 검토되었다”고 언급했다. 이는 지난2020년 3월 영국 의회가 발표한 ‘공영방송의 미래(The future of public service broadcasting)’ 권고안 중 정부가 수용할 정책들을 선별하는 작업이었다.
[채널4 “상업적 공영방송 설자리” VS “상업화에 대한 반대”]
다우든 문화 정책 장관은 “매각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 스트리밍 서비스가 급속히 확산되는 가운데 방송 지형이 빠르게 변화고 있어 전면적 검토가 가능하다(He said a sale was not definite but that the “rapidly changing broadcasting landscape”, with the growth of Netflix and Amazon Prime, meant sweeping changes were possible)고 영국 의회에 설명했습니다.
다우든 장관은 채널4가 만약 이번 의회가 끝나기 전에 민영화될 수 있냐는 질의에 “우리는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We have not ruled that out, no)”라고 답했습니다. 현재로선 당초 계획보단 미뤄졌지만 영국 정부의 채널4 민영화 의지가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답변입니다.
위팅데일 장관(Whittingdale)도 지난해 “BBC와는 달리, 채널4는 광고를 재원으로 생존한다. 그러나 스트리밍 서비스의 등장과 다른 경쟁 서비스의 출현으로 이 모델은 상당히 부담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습니다.
특히, 영국은 스트리밍 시대 상업적 공영방송의 ‘독특한’ 역할도 고민 중입니다. 위팅데일은 “우리는 채널4와 여전히 두 번째 공영방송이 필요한지, 아니면 어떤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이것이 바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민영화에 대해 채널4 내부는 반발하고 있습니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알렉 마혼(Alex Mahon) 채널4 CEO와의 인터뷰를 통해 “민영화가 될 경우 일부 프로그램의 방송이 취소될 수 있다”며 “채널4 민영화는 우리와 영국을 위해 좋지 않을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는 또 만약 민영화가 진행되면 독립 제작사들이 만드는 콘텐츠, 젊은 세대를 위한 쇼, 전국 균형 발전을 위해 런던 이외에서 생산되는 프로그램들을 취소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채널4는 영국 정부의 균형 발전 정책에 따라 런던 이외 글래스고, 브리즈번, 리즈 등에 창작 거점을 두고 있습니다.
한편, 채널4는 지난 1982년 런칭했습니다. 소유 구조는 공영(Channel Four Television Corporation)며 상업 자본(광고 90%)으로 운영되는 공영 방송입니다. 공적 자금이 투입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 소유에 따라 모든 자금이 프로그램 제작에 쓰입니다. 광고 매출은 공영방송 서비스 리밋(public service remit)에 의해 다양한 오디언스를 위한 콘텐츠 제작(외주 위탁)에 사용됩니다.
영국의 사례지만 우리나라에도 주는 메시지가 있습니다. 다매체가 아닌, 스트리밍으로 모든 방송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광고 재원으로 하는 상업적 공영 방송의 ‘공적’ 기능이 어디까지일지에 대한 의문도 있습니다. 게다가 구독 미디어가 대세가 되고 있는 BBC와 채널4 모두를 구독으로 유지하기에도 어려울 겁니다.
그러나 가장 큰 고민은 정말 채널4가 공영 방송의 역할을 하고 있는 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입니다. 독립 제작 생태계에 도움을 주는 방법은 채널4가 아닌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디즈니+를 규제하면서 더 많이 도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