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미국인의 신종 직업 디지털 형사(Digital Detective)
미국 전역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22살 개피 퍼티토 실종 사망 사건. 와이오밍으로 자동차 캠핑을 갔다가 실종된 이 여성을 찾아나서는 네티즌 수사대. 이들 수사대를 뉴스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미디어들. 이런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뉴스 소스로 인식하고 있는 소비자들. 소셜 미디어 뉴스를 생산하고 소비하다.
(2021-09-22)
미국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기사 1순위지만, 요즘 전역을 흔드는 뉴스가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와이오밍으로 여행을 갔다가 실종된 개비 퍼피토에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미국 플로리다 주에 사는 퍼티토는 7월에 약혼자인 브라이언 론드리와 승합차를 타고 동부 롱아일랜드에서 시작해 전국 주요 국립공원을 도는 캠핑 여행에 나섰습니다. 10월 말 할로윈 때 서부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도착한다는 계획이었습니다.
퍼티토는 여행 중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지속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밴라이프'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자신들의 여행을 기록한 사진과 동영상을 계속 올렸습니다. 때문에 많은 구독자도 확보했습니다. 그러나 퍼티토는 실종됐고 남자 친구가 예정보다 빠른 지난 9월 1일 혼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수사 당국은 론드리를 '관심 인물(사건의 주요 단서 아는 사람)'로 지목했습니다. 그러나 론드리는 경찰과 대화를 거부하며 수사에 협조하지 않다가 지난 9월 14일 플로리다 남부 습지대로 간 뒤 실종된 상태입니다. 수사관들은 드론과 수색견을 동원해 집중 수색을 했지만 론드리를 찾지 못한 채 중단됐습니다.
그러던 중 경찰은 와이오밍주의 그랜드티턴 국립공원 동쪽 캠핑장에서 개비 퍼티토의 인상착의와 일치하는 시신을 발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디지털 형사의 플랫폼 소셜 미디어 서비스]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시신은 경찰이 찾았지만 사실 수사는 디지털이 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개비 퍼티토와 브라이언 론드리의 실종은 이 둘을 차기 위한 수만 명의 ‘디지털 형사(digital detectives)’를 양산했습니다.
CNN의 미디어 전문기자 브라이언 스탈터는 이들을 안락의자 조사관(Armchair investigators)으로 불렀습니다. 이들 안락의자 조사관들은 커플의 소셜 미디어 사진을 여기저기에 퍼나르고 단서를 찾기 위해 디지털 세상을 휘젓고 다녔습니다.
때론 디지털 형사들이 온라인에서 만나 서로 퍼즐을 맞춰 보기도 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트렌드를 분석하는 기사(How the Case of Gabrielle Petito Galvanized the Internet)를 쓰기도 했습니다.
이 기사에 등장하는 코미디언이자 작가인 파리스 캠벨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 틱톡을 통해 지난주 초 지역 신문(The Daily Mail)에서 이 뉴스를 접하자 마자, 자신의 틱톡 계정(TikTok 15만 명 팔로워)을 이용해 퍼티토를 찾아 나섰습니다. 이후 캠벨은 뉴스를 포함한 40여 개의 관련 영상을 올려 관심을 유도했습니다.
세명의 자녀와 4마리 강아지와 함께 버스에서 살면서 전국을 여행하고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의 비디오를 만들어 온 카일 베튠(Kyle Bethune)도 실종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고 습니다.
대부분 인터넷 수색은 선의에서 시작됐지만 과정에는 흥미만 남았다. 주류 매체들이 경찰 발표를 따라 가는 사이 디지털 형사들은 그들만의 뉴스 미디어를 만들고 수사도 이어가는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지난 일요일 퍼티토로 추정되는 시신을 찾았다는 보도 이후 디지털 형사들은 이제 론드리를 찾는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 서비스가 뉴스의 중심이 되는 방식이 바뀌었습니다.
[소셜 미디어 서비스에서 뉴스를 보는 시선]
디지털 형사들이 퍼티토의 흔적을 찾고 있는 곳은 와이오밍이 아닌 소셜 미디어 서비스입니다. 이제소셜 미디어 서비스는 뉴스를 유통하는데 그치지 않고 뉴스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뉴스를 소비하고 뉴스를 생산하는 가장 중요한 곳이 소셜 미디어가 된 것입니다.
이제 10대들은 현장을 담은 TV보다 소셜 미디어 서비스에서 뉴스를 보는 것에 더 익숙합니다.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인 중 절반 가까이(48%)가 소셜 미디어 서비스를 주된 뉴스 소스로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미국 소셜 미디어 서비스들이 그들의 플랫폼 안에 가짜 뉴스, 허위 조작 정보 유통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 가운데 소셜 미디어 뉴스 이용 빈도가 지난해에 비해 약간 줄었지만 여전히 압도적인 비중입니다.
미국인들이 정기적으로 뉴스를 얻고 있는 소셜 미디어 중 1위는 페이스북입니다. 10개의 소셜 미디어 사이트 이용자들에게 정기적으로 뉴스를 보는 지에 대한 별도 질문에서, 미국 성인의 약 3분의 1(31%)은 페이스북에서 정기적으로 뉴스를 받는다고 답했습니다.
또 미국인 5명 중 1명(22%)은 유튜브에서 정기적으로 뉴스를 받는다고 응답했다.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은 각각 미국인의 13%와 11%의 정규 뉴스 소스였습니다.
소셜 미디어 서비스는 이제 뉴스의 생산자이자 주요 유통 창구, 소비 창구입니다. 규제 기관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 당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