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 불굴의 미래주의자(never-say-die futurist)/스트리밍 시대 파라마운트를 맡은 브라이언 로빈스
스트리밍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할리우드도 큰 변화를 겪고 있음. 콘텐츠 및 포맷 변화에 이어 이제는 인적 변화까지 이어지고 있음. 과거 극장 First인물은 서서히 퇴장하고 '오디언스의 기호 변화'와 '다양한 포맷'에 콘텐츠를 최적화할 수 있는 인사들이 부상하고 있음. 최근 파라마운트픽처스를 맡은 브라이언 로빈스는 그 대표적인 인물
(2021-09-16)
(오늘은 사람 이야기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사람까지 이어진 미디어 구조 변화입니다. 그래서 알 지 못하는 사람일 수 있지만 이해 못할 주제는 아닐 겁니다.)
지난 2017년 미국 주요 미디어 기업 바이어컴(Viacom 후에 ViacomCBS)은 할리우드에서 가장 노련한 인물 중 한명이었던 제임스 N. 지아노풀러스(James N. Gianopulos)에게 영화사 파라마운트픽처스(Paramount Pictures) 재건을 맡겼습니다.
이런 기대에 지아노풀러스는 전성기를 넘겨 쇠락해 가던 1910년대 스튜디오를 2년 만에 다시 살려냈습니다. 영화 제작자, 프로듀서들과의 관계 회복이 이뤄졌고 TV사업부문을 처음부터 세팅하고 파라마운트의 영화 부문의 수익성을 올려놨습니다.
그러나 지아노풀러스 대표(69살)는 지난 9월 13일(월 미국 시간) 전격 경질됐습니다. 회사 내부에서도 몇 명만 알고 있을 정도의 정밀 폭격이었습니다. 바이어컴CBS는 스트리밍 서비스(Streaming Service) 파라마운트+를 위해 극장을 신봉하는 ‘할리우드의 내부자’를 숙청했다는 평가입니다.
이 사건은 할리우드의 지금 모든 것은 ‘스트리밍으로 통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됩니다.
이제 스트리밍은 할리우드의 새로운 통화이자 질서입니다.
지아노풀러스의 뒤를 이은 이는 58살의 브라이언 로빈스(Brian Robbins)입니다. 바이어컴CBS는 이 회사의 어린이 TV비즈니스를 맡았던 로빈스가 지아노풀러스를 대신해 파라마운트픽처스의 대표를 맡는다고 전했습니다.
대신 바이어컴CBS는 로빈슨의 책임을 조금 덜어줬습니다. 로빈스에게 파라마운트픽처스 영화 사업 부문과 스트리밍 서비스 콘텐츠 공급을 맡기기로 하고 파라마운트 텔레비전 스튜디오(Paramount Television Studios)는 현재 쇼타임 네트워크 CEO 데이비드 네빈스(David Nevins)의 책임으로 조정했습니다.
[스트리밍, 스튜디오 세대를 밀어내다.]
지아노풀러스와 파라마운트의 계약은 2년 정도가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지아노풀러스 교체설은 계속 흘러나왔습니다. 이번 결정은 바이컴CBS의 대주주 쉐리 레드스톤(Shari Redstone)은 직접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직접적인 교체 배경은 세대 교체. 그러나 실제 내용은 그가 바이어컴CBS의 생각과는 달리 스트리밍 시장에 대해 수세적이었다는 이유가 큽니다.
지아노풀러스는 스트리밍 서비스 파라마운트+에 회의적이었습니다. 기존 영화-극장 개봉 모델을 대체할 만큼 수익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모회사 바이어컴CBS는 달랐습니다. 그들은 파라마운트+에 미래를 걸었습니다. 이를 위해 바이어컴과 CBS를 합쳤을 정도입니다.
지아노풀러스는 스트리밍과 관련 바이어컴CBS와 맞서는 모양새도 보였습니다. 파라마운트 신작 영화들을 스트리밍 서비스에 제때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톰 크루즈가 주연하는 <미션 임파서블>이나 <탑건(Top Gun)2>와 같은 대작의 경우 개봉 시점을 계속 미뤘습니다. 올해 개봉하는 모든 영화를 HBO MAX에 동시 개봉한 워너미디어의 전략과는 완전 다른 흐름이었습니다. 워너의 이 결정에 대해 평가가 다양하지만, “스트리밍 서비스 HBO MAX”를 위해선 아주 긍정적 신호였습니다.
이에 반해 파라마운트픽처스는 최근 델타 변이가 기승을 부리자 이들 영화 개봉을 다시 미뤘습니다. <탑건2>는 오는 11월에서 내년 5월로 연기됐고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는 내년 하반기로 조정됐습니다.
게다가 파라마운트픽처스 매출 만을 위해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한창이던 지난해 <The Trial of the Chicago 7>, <Coming 2 America>, <Without Remorse> 등의 영화를 파라마운트+가 아닌 넷플릭스 등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에 넘기기도 했습니다.
이 결정은 지아노풀러스의 운명도 바꿔놨습니다. 정작 계속 영화 개봉을 연기하면서 파라마운트픽처스의 올해 매출도 좋지 않았습니다.
[할리우드와 작별하는 ‘극장 퍼스트 세대’]
소비자들의 시청 습관에 이어 할리우드 영화 문법을 바꿔놓은 스트리밍 서비스는 이제 인적 구성도 흔들고 있습니다. 극장 시대를 주름 잡던 인물 스튜디오에서 사라지고 멀티 포맷(Multi Format)과 소비자들의 생리에 익숙한 이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Z세대는 과거보다 소비하는 엔터테인먼트 종류가 훨씬 다양합니다.
이런 엔터테인먼트 믹스(Entertainment Mix)세대를 만나기 위해 사람도 바꿔야 합니다.
바이어컴CBS의 예를 들었지만 이미 다른 스튜디오에도 변화가 있습니다. 오랜 기간 유니버설픽처스를 이끌었던 론 메이어(Ron Meyer)는 지난해 이미 자리를 비웠습니다. 또 디즈니 스튜디오를 책임지던 최고 크리에이티브 경영자 알란 혼(Alan F. Horn)도 연내 회사를 떠날 것으로 확실시 됩니다.
영화에서 “극장이 가장 중요하다는 신념을 가진 세대”들이 할리우드와 작별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지금 영화 극장의 침체가 전적으로 팬데믹이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상황은 보다 복잡합니다.
바이어컴CBS의 CEO 밥 바키쉬(Bob Bakish)는 성명에서 “경영진 교체는 계속 변하고 있는 콘텐츠 소비자들의 기호와 습관을 파악하는 동시에 더 많은 관객과 연결되려는 시도”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바키쉬는 로빈슨을 “전문가(Expert)”라고 지칭하며 그가 기존 플랫폼과 새로운 플랫폼의 강점들을 파악해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콘텐트를 만들어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물론 지아노풀러스도 포맷 변화에 대응하는 혁신적인 인물이었습니다. 지아노풀러스는 40년 할리우드 생활에서 VCR도입, 온라인 영화 렌털 등의 변화를 겪으면서 극장을 지켜냈습니다. 그러나 그의 역할을 파라마운트를 재건시켜놓은데서 끝났다. 바퀴쉬도 마지막 성명에서 그의 노력에 감사했습니다.
[새로운 CEO는 유튜브 오리지널을 만든 불굴의 미래주의자]
파라마운트를 이끄는 로빈스는 TV업계 출신입니다. TV아역 배우와 제작자로도 활동했습니다. 그래서 할리우드 일부 사람들은 그의 경력을 폄하하기도 합니다. 로빈슨은 영화 프로듀서와 디렉터로 일한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흥행한 작품은 있지만 성과가 그리 좋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로빈스의 역사는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그는 1980년대 아역 배우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ABC에 방송됐던 유명 시트콤 <Head of the Class>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1990년대와 2000년 대는 TV프로듀서와 영화 감독(에디머피 주연의 <노빗 Norbit> 연출)으로도 활동했습니다.
지금의 로빈스를 만든 건 2009년 작업입니다. 그때 그는 전통적인 할리우드에서 벗어나 뉴미디어 포맷에 도전했습니다. 할리우드의 전형성에 환멸을 느낀 그는 젊은 오디언스를 위한 유튜브 스타(Lucas Cruikshank 등)들이 출연하는 저예산 영화를 만들며 새로운 경험을 합니다.
이어 Z세대 여성을 겨냥한 오리지널 유튜브 스튜디오 어썸니스TV(AwesomenessTV)를 시작합니다. 어썸니스TV는 이후 멀티채널네트워크(MCN)라는 이름으로 확산된 유튜브 전용 채널, 스튜디오의 시초 모델입니다. MCN은 이후 인플루언서로 성장했고 인플루언서는 지금의 크리에이터들이 됩니다. 어썸니스TV는 지금 틱톡이 점유한 숏 폼 콘텐츠 생산에 집중한 초기 스튜디오이기도 합니다.
어썸니스TV의 진가를 알아본 할리우드 내부자 제프리 카젠버그((Jeffrey Katzenberg) 드림웍스 애니메이션(DreamWorks Animation)대표는 이 회사를 2013년 3,300만 달러에 인수합니다. 이후 이 회사는 바이어컴으로 넘어가고 로빈스도 함께 바이어컴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인수 당시 로빈슨은 패스트컴퍼니(Fast Company)와의 인터뷰에서 “더 이상의 영화 비즈니스는 없다”며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망가졌고 난 그것을 기회로 본다(The model’s broken, and I see that as an opportunity.)”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바이어컴CBS에서 로빈스는 파라마운트 플레이어(Paramount Player)라는 제작 스튜디오를 이끌다가 지난 2018년 니켈로디언(Nickelodeon) 대표에 임명됐습니다. 바이어컴CBS의 어린이 채널입니다. 이 채널에서 그의 진짜 실력이 발휘됩니다. 어린이 콘텐츠의 중요성과 스트리밍 서비스의 확산이 화학적으로 맞물리면서 니켈로디언 콘텐츠는 파라마운트+의 핵심이 됩니다.
로빈스는 평소 지론대로 파라마운트+(Paramount+)에 온 힘을 실었습니다. 로빈슨은 파라마운트+에 오리지널 프로그램 등 어린이 다양한 포맷의 콘텐츠를 공급해왔습니다.
니켈로디언을 전통적인 케이블TV채널에서 벗어나 스트리밍 서비스로 이동시켰습니다. 이런 노력에 과거 히트작을 다시 만든 리부팅 작품 <iCarly>은 파라마운트+에서 큰 히트를 쳤습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그는 바아이컴CBS내부에선 끊임없이 시도하는 ‘불굴의 미래주의자(never-say-die futurist)’로 불린다”고 평했습니다.
바이어컴CBS의 이 같은 시도가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바이어컴은 IT와 기술에 매우 익숙하고 빠른 기업이어서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성공사례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디즈니와 바이어컴CBS를 비교하기보다 변화를 거부하다가 흔적 없이 사라진 다양한 회사를 기억해야 할 겁니다. 그들의 시도를 추적하고 분석하고 기록해 전달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