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마블(Marvel) 신작 “샹치”의 흥행 대박, 디즈니+의 미래에 미칠 영향
마블 최초 아시아 수퍼히어로 ‘샹치 텐 링스의 전설’ 미국 노동절 연휴 개봉해 역대 최고 실적인 8,000만 달러(1,050억) 박스 오피스 올려. 디즈니+ 아닌 극장 독점 개봉으로 이뤄낸 성과. 아시아인이 전체의 17%를 차지하는 등 새로운 히어로에 열광. 향후 디즈니의 개봉 전략에도 관심 집중
(2021-09-08)
디즈니 마블픽처스(Marvel Picture) 신작 영화 ‘샹치 텐 링스의 전설(Shang-Chi and the Legend of the Ten Rings)’이 팬데믹 이후 극장 개봉 성적을 다시 썼습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서도 극장에서만 개봉한 이 영화는 미국 노동절(Labor Day) 연휴 북미 지역 박스 오피스를 역대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이 영화의 성공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최초 아시아계 히어로라는 생경함을 이기고 극장 개봉에 성공한 ‘샹치’는 디즈니의 영화별 개봉 전략을 점검할 이유를 줬다는 평가입니다.
“샹치”는 한국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김씨네 편의점’의 주연 배우인 시무 리우(Simu Liu)가 주연한 액션 영화로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히어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영화, 드라마 평론 사이트인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es)에서 영화 개봉 전 92%의 긍정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샹치, 팬데믹 이후 미국 주말 흥행 2위 기록]
컴스코어(Comscore)에 따르면 디즈니(Disney) 샹치는 미국과 캐나다 지역 극장에서 9월3~6일 4일간 9,000만 달러(1,045억 원)을 벌어들였습니다. 당초 업계의 예상(Boxoffice Pro) 6,300만 달러를 크게 뛰어넘는 흥행 성공입니다.
이 영화 대박에는 아시아계 팬들의 공이 컸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주말 사이 극장을 방문한 고객 중 아시아계는 전체의 17%를 차지했습니다. 디즈니가 제공한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했는데 평소 마블 영화의 비율에 비해 두 배 이상 되는 결과입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 하와이 호놀룰루, 밴쿠버 등 아시아 인구가 많은 도시에서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샹치’는 불황을 이겨내는 마블 히어로도 힘도 다시 확인시켜줬습니다. 주말 3일 기준 팬데믹 이후 역대 흥행 2위를 기록했습니다.
1위 역시 마블의 여성 히어로 ‘블랙위도우(Black Widow)’였습니다. 샹치의 선전으로 올해 노동절 주말 영화 북미 지역 박스 오피스(상위 10위)는 1억3,210만 달러로 지난 2014년 이후 최대였습니다. 1년 전(1,620만 달러)에 비해선 716%가 상승한 성적입니다. 9월 3일 현재까지 미국 누적 극장 매출은 2억 1,600만 달러입니다.
[스트리밍 시대 Only 극장, 도박, 성공으로 이어져]
전통적으로 미국 노동절은 영화계에선 비수기에 가깝습니다.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고(8월) 최대 경쟁자인 대학풋볼(College football)이 시즌 개막하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영향이 아직 사라지지 않아 흥행에 우려가 더 많습니다.
그러나 디즈니는 도박을 선택했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Disney+)와 동시 개봉을 포기하고 극장에서만 영화를 상영하기로 한 겁니다. 이로 인해 “샹치”는 올해 극장에서만 개봉한 두 번째 영화가 됐습니다. 블랙위도우는 극장과 디즈니+(30달러)에서 하이브리드 개봉돼 공개 첫 주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6,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영화 컨설팅 회사 프랜차이즈 엔터테인먼트 리서치Franchise Entertainment Research)의 데이비드 A Gross는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마블은 절대로 노동절에 영화를 공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샹치의 성공, 디즈니 극장 개봉 전략 바꿀까
초반이지만 ‘샹치’의 성공은 디즈니 전략 변경에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영화 개봉 전 디즈니 CEO 밥 체이펙(Bob Chapek)은 (샹치의) 극장 독점 개봉에 대해 “흥미로운 실험(interesting experiment)”이라고 언급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
실험 관점에서 디즈니+ 등 스트리밍 서비스 없이 극장 단독 개봉으로 얼마나 많은 관객이 모일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슈퍼히어로 영화는 팬데믹 이전 1억 달러 가량의 극장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또 어느 정도의 관객이 들어야 2억 달러 예산 영화의 수익을 지킬 것인가에 대한 질문도 이어집니다.
디즈니가 선택할 수 있는 영화 개봉 전략은 크게 3가지입니다. 극장 단독, 극장+스트리밍 서비스(하이브리드), 스트리밍 서비스 단독 등입니다. 대부분 예산 2억 달러가 넘어가는 영화는 3번째 디즈니+ 단독 개봉 전략은 제외됩니다.
관객들의 영화 관람 패턴은 이미 극장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팬데믹 이후 극장 수익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에 디즈니의 영화 개봉 전략과 시나리오는 미래 전략과 수익의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블랙위도우’가 하이브리드 개봉을 택하면서 디즈니+에서 성공을 거뒀지만 전혀 다른 영화인 ‘샹치’에 그대로 대입할 수 없습니다. ‘블랙위도우’도 디즈니+공개 이후 2주차 극장 흥행 성적이 급락했습니다.
여기서 디즈니의 고민은 더 깊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균질하지 않은 질을 가진 영화에 표준화된 개봉 전략을 세우는 일은 어렵습니다.
이 지점에서 세상의 관심은 오는 11월 5일 개봉하는 마블의 슈퍼히어로 영화 ‘이터널스(Eternals)’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한국 배우 마동석의 출연으로 한국에서도 관심이 뜨겁습니다.)
이 영화는 다양한 길을 갈 수 있습니다. ‘샹치’의 루트를 따라 극장에 단독 개봉한 뒤 45일 이후 스트리밍 서비스나 디지털 플랫폼에 공급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크루엘라(Cruella)’나 ‘블랙위도우’, ‘정글 크루즈(Jungle Cruise)’ 등과 같이 동시 개봉하는 대신 별도 과금(30달러)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MKM파트너스(MKM Partners)의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 에릭 핸들러(Eric Handler)는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 샹치가 개봉 첫 추 4일 동안 최소 7,000억 달러를 극장에서 벌어야 디즈니를 만족시킬 것”이라며 “이 경우 하이브리드 개봉을 결정한 ‘이터널(Eternals)’ 다시 고민할 수 있다”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이브리드 개봉에 대한 깊어지는 고민
스트리밍 확대로 하이브리드 개봉이 늘고 있지만 고민도 증가합니다. 핸들러는 “극장과 스트리밍 서비스 동시 개봉(day-and-date releases on streaming platforms)은 향후 DVD렌털 등과 같은 VOD매출을 줄일 수 밖에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스트리밍 동시 개봉으로 디즈니+가입자는 늘어날 수 있지만, 개별 영화의 수익에는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디즈니+에서도 30달러를 지불해야 하지만, 아직 극장 수익에 비해선 적다는 판단입니다.
‘블랙위도우’는 미국 극장에서 1억8,200만 달러를 벌었습니다. 그러나 주연 배우 스칼렛 요한센(Scarlett Johansson)은 디즈니를 고소했습니다. “극장 동시 개봉 전략이 극장 흥행 수익을 감소시켰고 결국 흥행에 연동돼 있는 그녀의 보너스(수천만 달러)에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는 논리입니다.
핸들러에 따르면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하이브리도 개봉 영화들의 수익에 매우 우려하고 있습니다. 예산이 많이 투입한 영화의 경우 고민이 더합니다. 영화의 자금을 댄 투자자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유니크 한 마블 캐릭터 ‘극장 단독’ 가능성 높아
결과적으로 예산이 대거 투입된 대작 영화는 지금처럼 극장 단독 개봉을 결정할 가능성이 큽니다. ‘샹치’는 일반인들에게 익숙한 유명 캐릭터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흥행에 불리하지도 않습니다.
과거 ‘블랙팬서(Black Panther)’, 캡틴 마블(Captain Marvel)’도 그랬습니다. 캐릭터에 감점 이입하는 계층(흑인, 여성, 아시아)들이 극장에 몰리면서 대박이 났습니다. 마블이 다양성을 가지는 캐릭터를 계속 만들어내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디즈니는 다양성을 강화하면서도 이야기의 통일성은 가져가고 있습니다. 더스틴 다니엘 크레톤(Destin Daniel Cretton)이 감독한 ‘샹치’의 이야기도 전작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뒤를 잇습니다.
디즈니는 최근 캐릭터의 다양성을 더욱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터널스’에는 돈 리(마동석)과 첫 번째 게이 슈퍼히어로가 등장합니다. 웨드부시 증권의 엔터테인먼트 산업 담당 애널리스트 마이클 패처(Michael Pachter)는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디즈니는 그들이 마이너 캐릭터를 뭔가 대단한 무언가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도 익숙하지 않은 캐릭터가 프랜차이즈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분석했습니다.
버라이어티는 내부 관계자의 인터뷰를 인용해 향후 2주 내 ‘이터널스’의 개봉 방향에 대해 결정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샹치’의 흥행성적을 감안할 수 밖에 없는데 이 경우 개봉 2주차인 9월 중순 실적이 디즈니 영화 개봉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통상 마블 영화들이 첫 주에 엄청난 관객을 모으다가 점점 진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참고로 전반적으로 하이브리드 개봉 전략을 도입한 영화들은 개봉 2주차 흥행 급감을 막지 못했습니다. 영화가 개봉되고 나면 호불호가 갈릴 수 밖에 없어 극장 대신 가정 관람을 결정하는 이들도 많다는 증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