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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잃은 미국 지상파...사모펀드와의 관계에 고민 중인 F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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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잃은 미국 지상파...사모펀드와의 관계에 고민 중인 FCC

미국 방송통신규제 기구 FCC, 사모펀드 스탠다드 제너럴이 신청한 테그나(64개 방송사 소유) 인수 허가를 1년 가량 보류 중. 만약 인수가 허가 된다면 사모펀드 거래 중 최대. 미국 지역 방송 허가 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이슈여서 FCC는 여전히 고민 중. 팬데믹 이후 힘잃은 지상파. 방송 시장 점유율 높이는 사모펀드. FCC의 선택은

Junghoon Han
Jan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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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잃은 미국 지상파...사모펀드와의 관계에 고민 중인 F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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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밍 서비스 확산으로 미국 레거시 방송의 침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TV를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보는 시청자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지역 지상파 방송의 침체는 심각합니다. 뉴스와 스포츠 중계로 버티고 있지만 이마저도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이 침투하고 있습니다. 이에 일부 미국 지역 방송은 합종현횡으로 위기 탈출을 준비 중입니다. 하지만, 지역성 훼손과 지상파 방송의 지역 독과점을 우려한 규제 당국의 움직임은 다소 더딥니다.

미국 주요 지역 방송 중 하나인 테그나(Tegna)의 매각도 방송통신 규제 기관인 FCC의 승인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방송 중심 투자 사모펀드 스탠다드 제너럴(Standard General)는 1년 여 전인 2022년 2월 주당 24달러, 총 금액 54억 달러의 자금(부채 포함 86억 달러)으로 테그나를 인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테그나는 트루크라임 네트워크(True Crime Network) 등 케이블TV채널과 미 전역(51개 권역)에 64개 지상파(뉴스) 방송(broadcast television)사와 가넷의 디지털 채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당초 미국 지역 미디어 1위 가넷 컴퍼니(Gannett Company) 소속이었지만 2015년 6월 공식 분리됐습니다.

테그나 지역 방송 채널(회사 홈피)

[데드라인 넘긴 역대 최대 지역 방송 인수 검토]

스탠다드 제너럴의 테그나 인수는 ‘미국 지역 방송 역사상 역대 최대 규모 중’ 하나입니다. 사모펀드의 거래 중에는 최대입니다.

만약 인수 확정된다면 지역 지상파 방송 법률과 규제 근간을 흔들 수도 있습니다.

방송의 디지털 전환 시대, 지역 방송의 시장 확정과 규제 방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모펀드는 이제 지역 방송 소유의 주인공이 됩니다.

스탠다드 제너럴은 2007년에 설립된  뉴욕 기반 헤지 펀드로 2013년 이후 한국계 미국인 수 킴(Soo Kim)이 투자 담당 책임자(Chief Investment Officer.)로 일하고 있습니다. 발리스 코퍼레이션(Bally's Corporation) 등 호텔, 식음료 기업과 미디어 기업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테그나 인수와 관련 FCC는 장고 중입니다.

접수 후 통상적인 검토 기간인 180일(6개월)을 이미 넘겼습니다. 이에 1월 20일을 최종 데드라인으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이 기간도 못지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5명 위원으로 구성된 FCC는 한 명이 공석(지지 손)인 상황에서 위원간 의견이 2대 2로 팽팽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최종 결론은 2월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번 거래는 노조와 라이벌 케이블TV회사, 일부 의원 등의 반대에도 직면해 있습니다. 지역 방송의 통합이 지역성을 죽이고 경쟁을 감소시켜 일부 대기업에 독과점을 허용한다는 논리입니다.

2023년 1월 11일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렌(Elizabeth Warren)은 FCC의장 제시카 로센워셀(Jessica Rosenworcel)에게 이 거래를 승인하지 말라고 요구했습니다.

 워렌 의원은 인수가 완료될 경우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방송 요금이 높아지고 직원 해고와 담합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워렌은 FCC에 보낸 서한에서 “당사자들도 이미 이 거래가 반경쟁적인 효과를 낼 것이는 것을 인정했다”고 언급했습니다.

독과점을 우려한 이유 중 하나로 워렌은 스탠더드 제너럴이 이미 또 다른 사모펀드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Apollo Global Management)와 손을 잡았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아폴로 글로벌은 애틀란타 지역 등 9개 권역에서 방송사를 거느린  ‘콕스 미디어 그룹(Cox Media Group)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역 독과점을 우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콕스는 또 11개 권에서 52개 지역 라디오를 보유한 대표적인 오디오 기업입니다.

워렌은 소비자 방송 이용 가격을 상승도 우려했습니다.

스탠다드 제네럴이 테그나를 인수해 규모를 키울 경우 케이블TV 등으로 부터 받는 재전송료(retransmission fee)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비용은 결국 광고주와 케이블TV 이용자들에게 전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지역 방송을 인수하는 주체가 수익을 가장 중요시 생각하는 사모펀드라는 인상 확률은 더 커진다는 분석입니다.

스탠다드가 테그나를 인수한 이후 아폴로 그룹은 보스턴과 매사추세츠 지역 방송사를 스탠다드에 매각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콕스 미디어 지역 채널

[독과점이 아닌, 빅테크에 맞서기 위한 선택]

워렌이 편지를 보낸 다음날 스탠다드 제너럴의 투자 책임자 수 킴(Soo Kim)은 만약 거래가 성사되지 못할 경우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인수는 구글과 페이스북 등 빅테크와 맞서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주장을 하며 그녀에게 면담 요청을 했습니다.

수 대표는 미국 지역 방송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광고 시장 축소, 경쟁 증가에 따라 심각한 비용 절감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CNN, 가넷, 워싱턴포스트와 같은 대형 미디어 그룹도 구조조정을 하는 상황”이라며 “거래 불허는 미국에서 여성과 소수 인종이 이끄는 가장 큰 미디어 기업의 탄생을 막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스탠다드 제너럴이 여성 CEO(Deb McDermott)와 한국계 미국인 대주주(수 킴)이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한 발언입니다. 소수 인종 기업이 미국 메인 방송 시장이 진입하는 것을 박탈하지 말라는 논리를 펼친 겁니다. 

[FCC, 헤지 펀드의 지역 방송 독과점 우려]

FCC가 허가에 고심하는 또 다른 이유는 라이벌 지역 방송 그룹인 콕스 미디어를 운영하는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Apollo Global Management) 역할 때문입니다. 아폴로는 이번 테그나의 인수에 자금을 지원하는 조력자로 나섰습니다.

거래가 성사되면 콕스 미디어 그룹이 테그나 소유 방송사 중 일부를 운영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참고로 테크가는 미국 유명 정치 미디어인 악시오스를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애틀랜타, 플로리다 등에서 점유율이 높은 콕스가 테그나까지 영향력을 펼치게 된다면 미국 남동부 지역 방송은 사모펀드가 장악할 수도 있습니다.

FCC도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스탠다드 제너럴의 테그나 인수 후 닥칠 독과점을 막는 것이 핵심입니다. 먼저  스탠다드에게 재전송료를 높아지 말 것을 조건(Commitment)으로 부과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미국 방송사들은 다른 방송사를 인수한 뒤 ‘규모의 경제’로 재전송료 인상 등 인수 비용을 보전하려는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이른바 ‘획득 후 조건(after-acquired)입니다.

그러나 FCC는 이를 적용하지 말라는 조건을 내걸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케이블 TV 등 유료 방송 플랫폼 사업자의 재전송 동의를 수용한다는 조건도 검토됩니다. 아울러 FCC는 인수 후 최소 2년 동안 지역 뉴스 채널과 보도국에서 해고를 하면 안되다는 의무도 걸 예정입니다.

사실 FCC의 승인 기간이 길어지면 질수록 불리해질 수 밖에 없는 헤지펀드는 이런 조건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와 관련 스탠다드 제너럴은 FCC가 어떤 승인 조건을 걸던 지킬 의향이 있으며 지역 방송과 뉴스 채널에 대한 투자도 늘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결국 스탠다드는 테그나 방송사에 대한 재전송률을 기존 방송 수준으로 올릴 수 없다는 의미로 '취득 후 재전송률을 적용할 수 있는 계약상 권리(after-acquired retransmission rates)'를 모두 포기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재전송료와 관련해 미국 케이블TV협회(NCTA)가 요구한 사항들도  수용키로 했습니다다. NCTA는 테그나와 콕스 미디어 그룹  간 공동 영업(joint sales), 서비스 공유(shared services), 지역 마케팅 계약(local marketing agreements) 등 담합의 비춰질 계약을 체결하지 않도록 요구했습니다. 또 재전송료 협상에서 두 방송사가 공동으로 참여하거나 담합하는 행위(engage in joint or coordinated retransmission agreement negotiations)를 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일부 노조원들의 우려에 대해서도 스탠다드 제네럴 미디어 그룹은 FCC에 Tegna가 "현재 테그나와 단체 교섭 계약이 적용되는 각 노조를 모두 단체 교섭 대표로 인정할 것”이라며 “스탠더드 제너럴은 테그나 노조를 최대한 존중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패스트 서비스에 제공되는 로컬 뉴스 채널들(2022년 7월 기준)

[통합 후 지역 뉴스 유지도 관건]

FCC는 인수 후 지역 뉴스의 현 수준으로 유지할 것을 조건으로 걸 가능성도 큽니다. 미국 사회에서 지역 방송사가 운영하는 뉴스 채널의 의미는 매우 무겁습니다.

FCC가 헤지펀드나 특정 지역 미디어 그룹이 너무 많은 지역 미디어를 인수하는 것을 막는 이유 중 하나도 이런 ‘여론 독과점’에 있습니다.

현재 미국의 경우 동일 권역 내 복수 겸영 금지 조항은 있지만 전국 단위의 1인 점유율 제한은 느슨합니다. 보유 방송국 수 제한은 없는 대신 전체 미국 인구의 39%만 넘지 않으면 됩니다

스탠다드 제너럴은 워싱턴D.C에 있는 뉴스룸에 테그나 뉴스를 추가 제공하고 지역 뉴스나 지역 기자를 대체하거나 줄이는 작업은 하지 않겠다고 선수를 쳤습니다.

스탠다드 제너럴 미디어 그룹 CEO 뎁 맥더못(Deb McDermott)은 2022년 6월 테그나 뉴스룸 기자와 직원들에게 ‘지역 뉴스와 기자 등 뉴스 제작 직종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메모를 보냈습니다. 핵심 직군인 기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팬데믹 이후 사모펀드가 지역 방송을 사들이는 경향은 더욱 늘고 있습니다. 지역 방송이 고사하기 전에 이른바 돈이 되는 곳들을 인수해 최대한 수익을 짜내는 방식입니다.

2019년 아폴로(Apollo)는 콕스 미디어 그룹(Cox Media Group)을 인수했습니다. 아폴로는 또 넥스타도 넘보고 있습니다. 미국 2위 지역 방송 넥스타는 2019년 또 다른 지역 그룹인 트리뷴(Tribune)을 합병했습니다.

[한국의 지역 방송은]

한국  지역 방송도 잠재적인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광고와 협찬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수익원이 없는데다, 이마저도 전체 비용을 충당하기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지역 방송사는 서울 지역 중앙 방송사가 나눠지는 전파료 배분과 광고 결합 판매로 근근히 생존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 지역 방송사들도 금융지주, 사모펀드 등의 인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만약 방송통신위원회 등의 최대주주 변경 심사가 느슨하다면 사모펀드로의 지방 방송 권력 이전은 미국만큼 가속화될 수 있습니다. 한국 방송법이 인수 여력이 있는 미디어 대기업을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상황이어서 지역 방송 미래에 대한 불안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 방송의 특기인 지역성과 이를 상품으로 만드는 ‘로컬-커머스’ 전략은 요원합니다. 정부의 지역 방송 규제 정책도 질서가 없습니다. 지역 방송의 생존이 중요하다지만 ‘모든 것이 상업화 방지 담론’에 함몰됩니다.

오히려 케이블TV사업자가 운영하고 ‘지역 채널’이 재정건전성은 더 뛰어날 수 있습니다. 지역 현안 뉴스 보도도 최근에는 양과 질의 더 앞서는 경우도 많습니다.

스트리밍 시대,  한국 지역 방송도 생존을 위해 더 달라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생존의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지만 ‘지역 방송에 대한 요구’는 어느 시대나 존재합니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어떻게 지역민에게 뉴스나 로컬 정보를 전달하는냐가 관건입니다.

최근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광고 기반 스트리밍 채널(FAST) 진출도 고려할 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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