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문 미디어 포브스(Forbes)가 기자들에게 유료 뉴스레터를 허용하고 그 수익을 회사와 나누는 유료 뉴스레터 플랫폼을 런칭합니다. 이런 유료 시스템은 회사 103년 역사상 처음입니다.
[포브스, 작가와 50대 50, 수익 배분 시스템 런칭]
미국 악시오스(Axios)의 보도에 따르면 포브스(Forbes)는 20~30명의 작가 크리에이터를 고용할 계획입니다. 경제, 통신, IT 등 다양한 분야에 전문성이 있고 소셜 미디어 서비스에서 어느 정도 팔로워를 보유한 작가, 크리에이터들이 선발 대상입니다. 이들을 앞세워서 포브스는 보다 전문성을 갖추고 깊이 있는 유료 뉴스레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입니다.
이 아이디어는 포브스 뉴스룸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입니다. 포브스는 일단 작가들에게 뉴스룸의 일원으로 각종 마케팅 지원, 편집과 수익 배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러나 이들에겐 충분한 콘텐트 제작 자율권(editorial independence)을 줄 예정입니다. 크리에이터의 오디언스와 팔로워를 포브스로 끌어오는 것이 1차 목표입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뉴스레터 구독 수입을 포브스와 50대 50으로 나눠 갖습니다. 사상 처음의 거래입니다.
그들은 또한 광고 매출의 일정 수준도 배분 받습니다. 포브스(Forbes)의 CCO(Chief Content Officer) 랜달 레인(Randall Lane)은 “광고 수입 배분은 뉴스레터 페이지뷰(Page Views)나 반복 구독(recurring page views) 등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며 “우리는 이들 기준에 의해 작가들에게 정액의 수익을 배분할 것”이라고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페이지뷰 등은 독자의 충성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입니다. 또 포브스는 수익과 관련, 정규직 포브스 임금의 최소 수준을 보장하며 법률 지원과 편집 지도, 팩트체킹 등의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포브스의 오픈 뉴스룸 시스템의 의미]
주요 언론사가 이런 개방형 수익 배분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프리랜서 등과의 계약을 통해 외부 콘텐트를 받는 기고 시스템과 또 다릅니다. 어떻게 보면, 드라마, 교양 등 영상 콘텐트 프로그램에 적용되는 외주 제작과 유사합니다. 그러나 50대 50의 수익 배분은 외주 제작보다 훨씬 파격적인 대우입니다. 그리고 외주 제작은 방송사의 전체 톤과 차이가 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 최근 미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뉴스레터 플랫폼 서브스택(Substack)과도 또 다릅니다. 서브스택은 독자들로부터 직접 수익을 얻기 때문에 콘텐트 검열 정책이 매우 느슨합니다.
종합해보면 외주 제작 시스템과 뉴스레터의 중간 지검에 포브스의 이런 개방형 뉴스레터 시스템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존 뉴스레터보다는 포브스의 편집권이 더 작동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그들의 색깔이 드러나는 것은 아닙니다. 때문에 기술, 문학 등 다양한 분야를 커버하고 있는 전문가들에게는 분명히 매력적입니다. 자신의 글이 100년 역사의 포브스 브랜드와 함께 노출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물론 정치 분야에선 혼자 뉴스레터를 이용할 때보단 자율이 떨어지고 자체 검열도 발생될 수 있어 매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포브스는 이미 크리에이터 몇 명을 고용해 5~6개의 뉴스레터를 보내며 새로운 포맷을 실험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2021년 1월 현재). 소비자 기술 이슈는 휴스턴 클로니컬(Houston Chronicle)의 테크 분야 유명 에디터인 Dwight Silverman이 담당합니다. 또 현재 포브스 엔터테인먼트 분야 기고자 이기도 한 Scott Mendelson은 영화 비즈니스와 관련한 뉴스레터를 보냅니다. 포브스의 여행 전문 기고자 Suzanne Rowan Kelleher는 명품 여행을 주제로 뉴스레터를 쓸 계획입니다.
이런 개방형 뉴스레터, 혹은 뉴스룸 모델이 기존 기자들에겐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자신들의 자리를 위협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포브스는 현직 기자들 중에서도 뉴스레터 적임자를 선발해 서비스한다는 계획입니다. 그러나 회사는 그 분야에서 매우 전문적이고 식견을 가진 사람을 찾는 것이 이번 개방의 목표라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소속 기자들도 이런 전문성이 떨어지면 대상자에서 제외됩니다.
런칭 시점은 올해(2021) 2분기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향후 포브스는 이런 유료 뉴스레터 서비스를 브랜드화해 ‘포브스 프랜차이즈’ 핵심으로 키울 예정입니다. 벤처 캐피털과 관련한 뉴스를 제공하는 Midas List, 스포츠 분야를 집중 취재한 SportsMoney 등이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포브스가 시도하는 플랫폼 저널리즘, 한국은?]
전문가들은 개방형 뉴스레터 시스템이 포브스에 보다 많은 구독 수익을 안겨줄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매체가 아닌 기자들을 구독하는 시대가 점점 다가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지금처럼 뉴스레터를 통해 광고, 그리고 각종 행사, 스폰서 유치 등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서비스 가격이 매우 중요한데, 포브스는 향후 작가들과의 협의를 거쳐 구독료를 결정합니다. 다만, 지금 유료 구독자(unlimited access digital subscription)와 뉴스레터 구독자는 구분됩니다. 유료 구독자라도 뉴스레터를 무료로 받아볼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포브스 앞엔 꽃 길만 있지는 않습니다. 요즘 미국 테크 분야 저널리스트, 미디어 기업들은 뉴스레터 시장에 잇달아 뛰어들고 있습니다.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이야기입니다. 동시에 포브스에겐 이들은 자신들의 플랫폼에 끌어들일 수 있지만 독자 확보를 두고 싸울 수도 있습니다.
포브스는 지난 2020년에 59명의 직원을 뽑았습니다. 기자뿐만 아니라 디자인과 마케팅을 하는 인원들도 고용했습니다. 분명히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 미국 전역에 불어 닥친 대규모 무급 휴직과 해고 바람과 다른 흐름입니다. 이에 대해 포브스는 미래 재도약을 위한 투자라고 설명합니다. 새로운 구독 경제를 향한 시도인데, 아직은 투자 기간입니다.
한편, 포브스는 이런 플랫폼 저널리즘에 긴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의 경우 포브스는 메이저 언론사 중엔 처음으로 블록체인을 통해 모은 정보와 글로 뉴스 제작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결과가 성공적이지는 못했습니다. 물론 소중한 경험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때의 실패가 없었으면 지금의 뉴스레터도 나오지 못했을 모릅니다.
한국에선 아직 이런 오픈형 뉴스룸, 플랫폼 저널리즘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신문은 순혈주의가 강하고 방송은 정부 규제가 이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한국 방송법은 편성의 자유를 인정하면서도 보도 등 핵심 자원은 ‘방송의 독립성’이라는 이름으로 외부인의 참여를 개입으로 판단하고 막고 있습니다. 방송 프로그램 시간을 개방하는 시도가 자유롭지 않은 이유입니다.
그러나 소셜 미디어 서비스와 유튜브가 사실상의 미디어 역할을 하고 있는 지금, 오픈 저널리즘은 다시 한번 고민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구독자들의 만족도와 콘텐트 질적 상승을 위해선 어느 정도의 플랫폼 개방은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