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ITV, 스트리밍 퍼스트 선언... 모든 드라마 OTT에 우선 공급
ITV, 새로운 스트리밍 서비스 ITVX 런칭. 무료와 유료 모델 모두 도입되고 실시간 ITV채널도 서비스. 기존 BBC와 운영하던 Britbox도 이 곳에 통합. 특히, ITVX에 드라마 서비스하고 6~9개월 뒤 TV에 서비스 실험.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상업 지상파 방송 ITV가 미디어 최초로 스트리밍 퍼스트를 선언했습니다. 드라마, 예능 등의 콘텐츠를 TV에 방송하기 전 스트리밍 서비스에 먼저 런칭하는 겁니다. 변화하는 시청 트렌드를 반영한 충격 정책인데 실시간 TV채널을 운영하는 방송사로선 이례적인 일입니다.
ITV는 유료(SVOD)와 무료(AVOD) 모델을 한 곳에 모은 새로운 스트리밍 서비스 ITVX를 이번 가을 런칭하기로 했습니다. ITVX에는 실시간 ITV채널, FAST(Free Ad Sported Streaming Service Channel)도 제공됩니다. ITVX 런칭으로 기존 영국 BBC와 합작 운영 중이었던 스트리밍 서비스 브릿박스(Britbox)도 이 곳에 통합됩니다.
영국 ITV는 ITVX서비스 이후 ‘A Spy Among Friends’, ‘Helena Bonham Carter’, ‘The Little Birds’ 등의 신작 드라마를 ITVX 에 먼저 투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ITV채널 공개는 6개월~9개월 이후가 된다고 회사는 설명했습니다.
[ITVX, 모든 구독 모델 총합 스트리밍]
가을 공식 출범하는 ITVX는 현존하는 스트리밍 비즈니스 모델이 모두 합쳐진 종합 선물 세트 같은 OTT 서비스입니다. ITVX는 출범 초기 총 1만5,000시간의 콘텐츠를 서비스할 계획입니다. ‘Broadchurch’나 ‘Love Island’와 같은 ITV콘텐츠 뿐만 아니라 채널4의 신작, 미국 워너미디어의 드라마도 편성할 예정입니다.
워너미디어의 드라마(The Sex Live of College Girls)는 아직 ITVX 출범 이전인 상황을 감안해 4월에 ITV허브와 ITV2에 먼저 방송된 뒤 ITVX에 송출됩니다.
또 브릿박스(Britbox), ITV VOD, ITV허브 등 기존 ITV가 서비스하고 있던 VOD 및 스트리밍 서비스는 점차 새로운 스트리밍(ITVX)에 흡수됩니다. ITVX가 ITV의 통합 스트리밍 서비스가 되는 셈입니다. 현재 ITV허브는 4,000여 시간의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ITV는 오는 2023년에는 ITVX 콘텐츠 투자가 1억 6,000만 파운드(2,584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투자 라인업 중에는 SF 장르 콘텐츠와 하이 퀄러티 드라마, 코미디 프로그램이 포함돼 있습니다.
수익의 경우 ITVX는 유료와 무료 구독 모델을 동시 운영합니다. 유료 구독 모델은 광고 없이 모든 콘텐츠를 볼 수도 있고 TV에서 앞서 공개되는 드라마 브릿박스의 드라마 등을 모두 시청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료 구독자는 콘텐츠를 보기 위해선 광고를 봐야 하고 일부 콘텐츠가 제외되어 서비스됩니다. 유료 상품의 가격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ITV는 ITVX에 서비스되는 실시간 채널은 지상파를 보지 않는 시청자들에게 소구력이 클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크리스 케네디 CFO는 “현재 ITV 허브(인터넷TV)를 통해 ITV 생중계를 시청하는 사람들이 사람들이 많다"며 “지난해 유럽축구연맹(UEFA)을 통해 많은 오디언스가 ITV 허브를 통해 생방송 스포츠를 시청하는 것을 봤으며 ITVX에서도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ITVX의 주요 특징
매주 새로운 시리즈 공개
영국 최대 시간 스트리밍 라이브 이벤트
다양한 영화
단독 FAST채널(Exclusive themed channels)
프리미엄 구독 모델(광고 없는)은 브릿박스 콘텐츠 공급
ITVX로의 통합과 스트리밍 서비스 상품 다양화는 ITV의 전략이기도 합니다.
ITV CEO 캐론 맥콜(Carolyn McCall)는 성명에서 “우리의 미디어 전략인 ‘TV를 넘어(More Than TV)’에 따라 하나의 스트리밍 서비스에 모든 것을 포함하는 통합 모델을 채택했다”고 말했습니다.
ITV의 ‘More Than TV 전략은 3년 전 수립됐으며 이를 위해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부문(Media and Entertainment Division)을 신설하기도 했습니다.
[ITV와 BBC의 스트리밍 동거 마무리 수순]
특히, BBC와 공동 운영하고 있던 브릿박스 U.K. 콘텐츠는 ITVX에 모두 서비스됩니다. ITVX 유료 버전 구독자들은 브릿박스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또 무료 버전 구독자들도 대부분의 브릿박스 콘텐츠를 광고를 보는 대신 비용 없이 시청할 수 있습니다.
영국 BBC는 Iplayer 등 자체 스트리밍 플랫폼 강화 전략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ITV는 ITVX 런칭 전 BBC의 브릿박스(Britbox) UK 지분을 사들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ITVX에 브릿박스가 통합되지만 앱 안에 별도 로그인(separate entity)이 필요한 유료 서비스로 운영됩니다. 일종의 숍인숍 개념입니다. 브릿박스는 영국에서 73만3,000명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BBC와 채널4, 5 프로그램이 주로 송출됩니다.
브릿박스는 U.K.와 인터내셔널로 나뉩니다. 브릿박스 UK는 ITV가 지분 90%를 가지고 있고 BBC와 ITV가 50대 50으로 출자해 만든 브릿박스 인터내셔널(BritBox International)은 미국 캐나다, 호주, 남아프리카 등에서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브릿박스 인터내셔널은 올해 말 노르웨이도 진출한다는 계획입니다.
맥콜 CEO는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ITVX 출시에 따라 ITV는 브릿박스 UK의 BBC 지분 10%를 사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맥콜은 지분 인수 결정에 대해 “ITVX는 ITV의 전략적 야심이기 때문”이라며 “스트리밍 전략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ITV와 BBC 브릭박스 설립 당시 바이아웃(Buy out. 주식을 사들이는) 계약이 되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ITV가 브릿박스의 전체 지분을 인수함에 따라 공격적인 경영이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영국의 경우 거의 모든 글로벌 스트리밍 사업자가 진출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빠른 의사 결정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ITV도 버라이어티에 “브릿박스에 대한 지배력을 보다 더 강하게 행사하기 위해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BBC와 ITV는 브릿박스U.K.와 인터내셔널을 통해 콘텐츠 단위 협업은 계속할 계획입니다. BBC와의 장기 콘텐츠 공급 계약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영국의 모든 공영서비스방송(PSB)은 브릿박스 UK에 상당수의 영국 콘텐츠를 공급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스트리밍 퍼스트에 대한 ITV의 생각]
스트리밍에 먼저 콘텐츠를 공급하고 ITV 지상파 채널에 뒤늦게 서비스하는 전략이 ‘지상파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그러나 ITV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ITV는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오히려 이 정책이 지상파 실시간 채널을 더 풍부하게 할 것”이라며 “1위 상업 방송사로서의 지위는 큰 문제가 없다”고 언급했습니다.스트리밍 이후 6~9개월 정도 더 늦게 TV에 편성되지만, 더 많은 콘텐츠가 서비스되는 만큼 오히려 광고 영업 등에 더 나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에 대해 ITV는 ‘콘텐츠 이용의 선순환(virtuous circle of the use of material)’고 평가했습니다. 오히려 ITVX에 먼저 콘텐츠를 공급하는 것이 오디언스의 자기 중복(cannibalize audiences)을 막을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리고(Lygo) ITV 총괄 이사는 “(스트리밍 공개로) 오히려 콘텐츠에 대해 입소문이 난다”며 “우리는 오디언스들의 원할 때 원하는 플랫폼에서 그 콘텐츠를 보게 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ITVX의 생존 가능성]
ITVX가 희망적인 계획을 밝혔지만 성공은 쉽지 않습니다. 영국 시장의 경우 넷플릭스(Netflix), 디즈니+(Disney+) 등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의 격전지인데다 피콕(Peacock), 파라마운트+(Parmount+) 등 후발 주자들은 영국 사업자인 스카이(Sky)와 협업을 통해 보다 공세적으로 시장을 접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PA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21년 영국 내 디지털 오리지널 콘텐츠 수요는 넷플릭스와 아마존이 합쳐 50%가 넘었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영국인들이 보는 콘텐츠 10편 중 6편 가량은 넷플릭스나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콘텐츠라는 겁니다.
넷플릭스에서도 BBC 등 상당수 영국 콘텐츠가 소비되지만 플랫폼 입장에서는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게다가 영국이 유럽에서 상징적인 국가인 만큼, 이 곳을 교두보로 유럽으로 시장을 확장하려는 서비스도 많습니다.
사실 미디어 플랫폼 동거는 일시적인 이벤트 성격이 강합니다. 스트리밍이 보완재에서 대체제로 바뀌고 있는 상황에선 더욱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