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가 정한 공영 방송의 조건...KBS에 묻다
대표적인 미국 공영 라디오 NPR, 트위터의 국영 방송 낙인(?)에 발끈. 트위터는 유료 인증 정책을 변경하면서 NPR을 국영 방송으로 정리. 정부 지원 1%와 자신들은 국영(State-affiliated)가 아닌 정부 후원(government-supported)의 공영 방송이라는 것. NPR의 항의로 다시 정부 지원으로 돌아왔지만 논란은 계속
소셜 미디어와 스트리밍의 시대, 공영 방송의 조건이 뭘까요?
한국에서도 공영 방송의 조건이 논란이 되고 있지만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후원, 정부 지원 등 공적 자금으로 운영되는 미국 공영라디오(NPR, National Public Radio)이 소셜 미디어 트위터(Twitter)의 인증 시스템을 물고 늘어졌습니다.
NPR에 정부가 관장하는 미디어라는 라벨이 붙은 겁니다.
이는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이후, 벌어진 변화입니다.
NPR은 2023년 4월 4일(미국 시간) 트위터가 ‘미국 정부 기관 미디어(US state-affiliated media)’라고 명명한 것은 잘못됐다고 밝혔습니다. 이 라벨은 NPR의 기본 트위터 소개에 붙어 있으며 모든 NPR의 트위터 계정이 이 라벨이 붙어 나옵니다.
러시아 정부가 소유하고 운영하는 네트워크 RT(옛 러시아 투데이)와 스푸트니크 라디오(Sputnik radio), 유사하게 국영인 중국 신화통신 등 외국 매체의 계정에 보이는 메시지와 유사했습니다.
정부 기금을 받지만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NPR로는 자존심 상하는 상황인 셈입니다.
이에 NPR은 자신들의 재원을 상세히 공개했습니다. NPR에 따르면 회사 운영 자금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후원입니다.
NPR은 정부 공영 방송 지원 재단 지원(The government-supported Corporation for Public Broadcasting)을 포함한 정부 후원 기금(federal grants)은 전체 금액의 1%미만이라고 밝혔습니다.
NPR과 계약을 맺은 지역 라디오도 각각의 면허를 가지는 독립 방송사입니다. NPR은 트위터에서 88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결국 트위터는 NPR을 정부 연계 미디어가 아닌 정부 펀딩미디어로 바뀌었지만 이 해프닝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이번 조치는 트위터가 ‘트위터 블루(Twitter Blue)’배지에 월 8달러를 지불하는 사람에게 블루 체크 인증을 제공하면서 기존 셀럽이나 언론 기관에 ‘블루마크’를 제공하는 레거시 검증 시스템을 끝내면서 나온 겁니다.
트위터는 2022년 10월 테슬라 창업주 일론 머스크가 인수한 이후 인증 시스템을 전면 개편했습니다. 트위터는 최근 ‘블루버드 온라인’ 로고를 머스크가 홍보한 도지코인 암호화폐를 상징하는 개 아이콘으로 대체했습니다.
아울러 기존 블루체크 마크를 다양한 색상으로 체계를 변경했습니다.
매달 요금을 지불하는 사용자를 위한 파란색 체크(blue checks) 표시, 정부 계정(gray checks)을 위한 회색 체크 표시, 미디어를 포함한 검증된 조직(gold checks)을 위한 금색 체크 표시가 그것입니다.
LA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의 언론사들은 블루체크 마크가 더이상 전문가 인증 기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유료 비용 집행을 중단했습니다. 때문에 뉴욕타임스 등은 블루레벨을 잃었습니다.
현재 트위터는 ‘정부 제휴 미디어(state-affiliated” media) 국가가 재정을 지원하거나 직간접적인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고 또 콘텐츠 생산 및 유통에 대한 통제력을 행사하는 언론사’로 정의합니다.
이전에는 NPR은 ‘편집 독립성이 있는 국가 재정 미디어 조직’으로 영국의 BBC과 함께 별도 분류된 바 있습니다. NPR이 다시 그 지위를 찾았지만 향후 다시 지위가 변경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트위터는 NPR에 대해선 정부 펀딩 설명에서 제외하고 오직 BBC만 예전 분류로 남겨놨습니다. 이에 대해 일론 머스크는 분류는 정확해 보인다고 트윗에 적시했습니다.
NPR 대표이자 이사회 의장인 존 랜싱(John Lansing)은 성명을 내고 이 분류에 반대습니다. 그는 “NPR에 정부 협력 미디어(“state-affiliated media)’라고 이름을 붙이는 것에 반대한다”며 “이 분류는 이전 트위터 정책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NPR은 다시 독립성이 인정되는 정부 후원 매체로 돌아왔지만, 트위터의 낙인 여전히 남았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NPR의 독립성을 의심하게 됐습니다.
이전 국가 지원 여부를 몰랐던 오디언스들은 그 비율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NPR에 대한 정부 입김을 당연시하고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와 구독 미디어 시대, 공공 미디어의 공간은 분명히 필요합니다.
러나 그 재원이 정부 지원인지 국민 후원인지는 미디어의 순수성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KBS의 경우 국민의 후원 성격인 ‘수신료’로 운영되는 만큼 독립성은 유지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신료를 전기세에 강제로 통합시켜 징수하는 방식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통합 징수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리도 한번 세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도 공영방송의 재원 필요성 여부까지 부정하지는 않을 겁니다. 이는 2,500원의 가치가 많은 것과도 별개의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