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V뉴스 중단 ‘X세대 뉴스의 끝’...브랜드를 앞서는 뉴스는 없다
1987년부터 음악, 정치, 사회 등 종합 뉴스를 진행하던 MTV 뉴스 36년 만에 문닫아. 모회사 MTV 인력도 25% 감축. 파라마운트 글로벌, 경기 악화와 시청 트렌드 변화로 어쩔 수 없는 선택. 버즈피드, 바이스 미디어에 이어 '인터넷 뉴스' 시대의 종말이라는 언급
X세대의 시대가 끝난 완전 느낌입니다. (논란이 있지만 1965년생에서 1980년생까지)
케이블TV 음악 방송 채널 MTV를 운영하는 파라마운트 글로벌이 MTV 미국 인력의 25%를 줄이면서 MTV뉴스(MTV News)도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제 MTV뉴스는 36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MTV뉴스의 중단은 X세대의 퇴장과 뮤직 비디오 스테이션의 몰락, 이런 것들과 멀지 않습니다.
아울러 ‘브랜드의 수명을 뚫는 뉴스’는 없다는 것도 증명됐습니다.
[MTV의 부상과 함께 MTV뉴스]
하루 종일 뮤직 비디오만을 방송했던 MTV는 1980년후반~1990년대 문화의 상징 중 하나입니다.
MTV팬들은 알겠지만 MTV는 뉴스도 했었습니다. 이름은 MTV News. 이 뉴스는 MTV만 보는 당시 신세대(X세대와 밀레니얼)들에게는 세상을 보는 창구 중 하나였습니다.
팝 문화에 대한 분석, 신곡, 새로운 뮤직 비디오 소개, 가수의 동정까지 음악으로 보는 모든 소식을 다뤘습니다. 1990년 대 한국에서 유행했던 ‘연예 뉴스’의 전형은 이곳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그쳤다면 뉴스가 아닙니다.
MTV뉴스에는 정치와 사회 뉴스도 심심치 않게 나왔습니다. 당시 X세대와 영 어덜트였던 올드 밀레니얼들에게는 MTV뉴스는 경청해야 하는 대상 중 하나였습니다. 어른이 말해주지 않는 시각을 보여줬기 때입니다.
인터넷과 냅스터(개인이 가지고 있는 음악파일(MP3)들을 인터넷을 통해 공유할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가 없는 시절, 음악 뉴스를 전해듣는 곳도 여기였습니다.
요즘도 방송이 됩니다. 대신 정치는 사라지고 K팝이 유행한 2000년 대 이후에는 ‘K팝 슈퍼스타(K Pop SuperStar)라는 코너도 방송하고 있습니다.이 방송을 통해 많은 아이돌과 K팝 스타들이 글로벌 오디언스를 만났습니다.
2010년대에도 MTV 뉴스는 앱과 웹사이트, 유튜브를 운영하며 버즈피드, 바이스 뉴스와 경쟁하며 애플뮤직을 쓰는 젊은 세대에 다가가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세월은 이기지 못했습니다.
케이블TV채널 MTV와 쇼타임(Showtime)을 운영하고 있는 파라마운트 미디어 네트워크의 크리스 맥카시(Chris McCarthy) 대표는 2023년 5월 9일(미국 시간) 직원들에게 메모를 보내, “스트리밍에서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경제 위기, 디지털 광고 침체는 경영 압박으로 다가왔다”며 결과적으로 힘들지만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한다. 전체 인력의 25%를 줄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는 “일부 조직을 없애고 다른 사업부를 간소화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며, 앞으로 비즈니스에 대한 보다 효과적인 접근 방식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리해고에 영향을 받는 직원들은 발표 당일 통보를 받았습니다.
[MTV뉴스, 911도 취재하다]
MTV뉴스는 1984년 시작됐습니다. 당시 MTV는 신작 뮤직비디오를 주로 틀어주던 방송사였습니다. 하지만, 바이어컴(Viacom)이 MTV의 뉴스디렉터로 더그 허조그(Doug Herzog)를 영입하면서 뉴스 프로그램을 기획합니다.
그는 ‘엔터테인먼트 투나잇(Entertainment Tonight)’에서 일하고 있었고 브루스 스프링스튼 인터뷰 특종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는 MTV로 옮겨 유명 스타들의 아프리카 자선 모금 행사에서 직접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MTV 뉴스의 체력을 계속 쌓아갔습니다.
드디어 MTV뉴스는 1987년 롤링 스톤 편집장에서 TV출연자로 변신한 ‘커트 로더(Kurt Loder)가 진행한 스페셜 코너(The Week In Rock)를 방송 하면서 지금의 모습으로 진화합니다.
‘더 위크 인 록’은 스래시 메탈 오프닝 음악(메가데스의 노래 ‘피스 쉘스’)으로도 유명했습니다. 로더는 1994년 록밴드 니르바나의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이 사망했을 때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스폐셜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일부는 이 장면을 존 F 케네디가 댈러스에 저격 당했을 때 CBS뉴스를 중단하며 속보를 내보낸 월트크롱카이트(Walter Cronkite)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이 코너는 마침내 MTV뉴스라는 단독 프로그램으로 확대됐습니다.
이후 MTV뉴스는 장르도 넓혀 1992년부터는 정치도 다뤘습니다. MTV뉴스는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취재하면서 ‘선택 혹은 패배(Choose or Lose)’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당시 3명의 대통령 선거 출마자(조지 H. W 부시, 빌 클린턴, 로스 페롯)은 TV뉴스와 인터뷰했습니다.
1994년 빌 클린턴은 당선 이후에도 MTV 타운홀 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 당시 시민의 질문(보통 삼각팬티를 입냐 아니면 사각이냐 Is it boxers or briefs?)은 미국에서 큰 이슈가 됐습니다.
이 사건은 MTV뉴스를 더욱 알렸습니다. (클린턴의 대답은 보통 삼각(Usually briefs)을 입는다였다.)
MTV뉴스에는 많은 스타 기자와 앵커들이 거쳐갔는데 한국계 MTV뉴스 기자 박수진(미국 이름 Suchin Park)도 매우 유명했습니다.
소위 짝다리를 짚고 청바지에 손을 넣고 뉴스 오프닝 멘트 ‘Hey there, This is MTV News)를 하는 수진 박의 모습은 당시 많은 팬들을 몰고 다녔습니다.
그녀의 모습은 양복을 입고 스튜디오 앉아 뉴스를 진행하는데 익숙했던 한국 뉴스 방송계에도 큰 화제를 낳았습니다.
현재도 활발한 방송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그녀는 911테러 당시에도 뉴욕에서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버락 오바마는 MTV 뉴스에 단골 출연자였습니다. 2012년 MTV뉴스는 30분 라이브 프로그램 ‘대통령 오바마에게 질문(Ask Obama Live: An Interview With the President)’을 편성했습니다.
[크리에이터 시대, 비용으로 전락한 뉴스]
그러나 2010년 중반 이후 MTV뉴스는 활력을 잃기 시작합니다.
정확히 소셜 미디어, 인터넷, 유튜브가 부상했던 시기와 일치합니다. 버즈피드와 바이스 미디어는 MTV 뉴스의 포맷과 활기를 그대로 벤치마킹해 젊은 시청자들을 뺏어갔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아버지 세대 와는 다르게 Z세대들은 TV를 보지 않았습니다. (지금 다른 뉴스 방송사들도 같은 처지입니다.) 또 뮤직 비디오와 스타들의 동정은 TV보다 유튜브와 페이스북에서 더 활발히 바이럴이 됐습니다.
MTV는 몇 번의 조직 개편과 구조조정을 진행했지만 결국 과거 영광을 다시 찾지 못했습니다. 2016년 MTV뉴스를 만든 허조그(MTV네트워크 대표 당시)는 기자들을 새로 영업하면서 MTV 뉴스브랜드를 살리려고 노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MTV 자체가 음악 유통권을 소셜 미디에 빼앗긴 상황에서 뉴스는 살아날 수 없었습니다.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새로운 뉴스를 방송해도 소용없었습니다. 그는 나중에 ‘MTV를 재창조하려는 나의불운한 시도(my ill-fated attempt to reinvent MTV)’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2017년 맥카시 MTV 대표는 과거 코너(Total Request Live)를 부활시키는 등 MTV를 살리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MTV는 ‘’TV’라는 이름처럼 이제 더 이상 젊은 이들의 브랜드가 아나었습니다.
MTV뉴스 역시 마찬가지 운명이었습니다. 플랫폼이나 방송의 운명과 프로그램의 수명이 다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 사례였습니다. 파라마운트는 이제 뉴스 대신 플루토TV, 파라마운트+ 등 스트리밍 플랫폼에 힘쓰고 있습니다.
[유통권을 빼앗긴 올드 미디어, 또 하나의 뉴스를 잃다]
MTV뉴스의 중단은 또 하나의 뉴미디어 뉴스가 사라졌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뉴스는 인터넷 시대, 미디어 기업에게 많은 오디언스를 방문하게 만들면서 ‘비용’이 아닌 ‘투자’로 인식됐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비용을 가장 많이 쓰면서도 효과가 없는 일부의 골칫거리(?) 가 됐습니다. MTV의 모회사인 파라마운트 글로벌은 2023년 1분기 11억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디지털 광고 시장이 침체되고 크리에이터가 직접 뉴스를 만들어내는 시대로 넘어가자, 뉴스 부문은 바로 타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미디어 콘텐츠 기업들은 구조조정 시 뉴스 부문을 가장 먼저 손대고 있습니다.
5월 초 버즈피드도 뉴스(Buzzfeed News)룸을 폐쇄했고 바이스 미디어(Vice Media)도 ‘바이스 뉴스 투나잇(Vice News Tonight)’이라는 상징과도 같았던 뉴스 프로그램을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모두 경영난 때문입니다.
바이스 미디어는 회사가 파산지경입니다. 한 때 파괴자(disruptors)들이라고 불리며 세상을 바꿔던 그들은 짦은 수명을 파괴로 마감하고 있습니다.
뉴스 전문 미디어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2023년 들어 CNN, 워싱턴포스트(WP), NPR, NBC뉴스, 가넷 등도 뉴스 취재 인력을 감축하고 축소 모두로 들어갔습니다.
그렇다면, 스트리밍과 AI 시대, 뉴스가 생존할 수 있는 길은 없는가?
여기서 조나 페레티 버즈피드 창업주의 말을 다시 한번 인용합니다.
“프리미엄 소셜 미디어 뉴스 시대”는 끝났습니다.
모 회사나 외부 투자가 예전 만하지 못한 상황에서 유튜브나 소셜 미디어를 통한 광고를 재원으로 하는 뉴스가 생존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모회사도 넷플릭스와의 경쟁에서 힘겨워하고 있습니다.
뉴스가 재원과 영향력, 독립성, 퀄리티, 시각 등을 모두 동시에 갖추는 ‘마법’은 찾기 힘들어 보입니다. 순서를 정해야 합니다.
아쉽지만 지금은 뉴스의 제작 재원을 먼저 찾아야 할 때입니다.
드라마 스튜디오의 전략을 뉴스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뉴스 멀티 포맷 전략입니다. 이제 TV라는 안전한 플랫폼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