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틱톡에 앞서 스트리밍을 잡아야 하는 뉴스
스트리밍 확산 등 글로벌 미디어 시장이 급속히 변화하는 가운데 2022년 11월 현재 뉴스 미디어의 문제는 '디지털의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 수익은 멀고 오디언스도 확보하기 어려워. 그러나 대부분 뉴스 미디어들이 가까운 스트리밍이 아닌 멀리있는 '틱톡'을 잡으려는 모양새. "TV를 보지 않는 30~40대'를 잡아야 하는 뉴스룸
11월 20일 미국 디즈니(Disney)의 전설 밥 아이거(Bob Iger) CEO가 돌아왔습니다.
2020년 2월 팬데믹을 앞두고 새로운 길을 떠나겠다고 나간 CEO입니다. 2년 만에 컴백했는데 현재 CEO인 밥 체이펙(Bob Chapek)에겐 재앙이지만, 회사 100년을 앞두고 위기를 겪고 있는 디즈니에게는 수렁에서 건져줄 구세주입니다. (이 이야기는 다시 하겠습니다.) 밥 체이펙의 경질 이유는 3분기의 대규모 적자입니다. 디즈니는 스트리밍에서만 15억 달러의 적자를 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적자를 만든 건 돌아온 밥 아이거입니다. 그는 2019년 11월 디즈+를 런칭하며 디즈니의 스트리밍 시대를 열였습니다. 이후 디즈니는 적자를 이어갔지만 우리 모두 스트리밍이 미래라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2019년 이후 미디어 비즈니스는 급속도로 스트리밍으로 중심이 옮겨갔습니다. 유료 방송을 떠난 고객들은 스트리밍 서비스와 무료 광고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FAST)로 대거 옮겨가고 있습니다.
그 사이 유튜브(유튜브TV 포함)도 점유율을 크게 높였습니다. 2022년 10월 닐슨이 조사한 통합 시청 점유율( TV consumption ratings, Gauge)에 따르면 유튜브는 8% 점유율로 넷플릭스를 제치고 전체 스트리밍 서비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무료 FAST플랫폼인 플루토TV(Pluto TV)도 처음으로 1% 점유율로 상위 리스트에 들어왔습니다.
[스트리밍에 올인하는 미국 지상파 방송]
미디어의 지형 변화는 2023년 변화를 예측하기 충분합니다. 변화한 시청 흐름에 미국 뉴스 방송사들도 가만있지는 않았습니다. 자사 스트리밍 뉴스 채널을 만들고 적극 활용했습니다.
보통 미국 메이저 지상파 TV뉴스는 서부 기준 오후 5시에 시작합니다. 2021년 이후 NBC뉴스 등의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오후 3시부터 디지털 오리지널 뉴스를 방송해 오디언스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2022년 미국 중간선거(Midterm)을 봐도 스트리밍은 이제 B팀 뉴스가 아니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스트리밍 뉴스를 통해 선거를 전했고 선거 결과를 정리한 곳도 스트리밍과 유튜브, 틱톡이었습니다.
TV뉴스와 함께 성장한 세대가 유료 방송과 지상파를 떠난 뒤 생존을 원해 풀타임 스트리밍 뉴스 채널로의 이동은 어쩌면 필수적이었습니다.
닐슨에 따르면 미국 저녁 메인뉴스를 보는 오디언스의 중간 연령(median age)은 65세가 넘습니다. 미국 주요 메이저 방송사들의 저녁 뉴스는 여전히 2,000만 명이 이상이 보지만 연령이 높아지고 있습니다.미국 방송 광고주 1위는 제약회사입니다.
[틱톡보다, 스트리밍을 공략해야 하는 이유]
그동안 디지털 오디언스를 모으기 위한 뉴스 방송사들이 노력은 급진적이었습니다. 전형적이지 않은 스토리텔링을 도입하고 실험했고 젊은 기자나 외부 플랫폼을 이용해, 몸에 어울리지도 않는 세로 포맷, 억지 형식의 숏 폼, 카드 뉴스, 인터랙티브 뉴스 등을 만들어냈습니다.
‘젊은 시청자들이 익숙한 콘텐츠’를 만들면 그들이 볼 것이라는 믿음에서 말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실패했습니다. 의욕이 앞섰고 오디언스와 수익을 만들어내는 기술은 부족했습니다. 현재 TV지형은 매우 드라마틱하게 바뀌었습니다. 20대는 이제 거의 TV를 보지 않습니다. 요즘 미국 뉴스 미디어에서 유행하는 말은 ‘ 틱톡 관중의 영입’에 지나치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틱톡 대신 지금 뉴스 미디어가 향해야 하는 지점은 스트리밍 뉴스입니다. (물론 새로운 시도를 하지 말라는 건 아닙니다.)
유튜브가 중심인 현재 스트리밍 뉴스는 TV뉴스 시청자 층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스트리밍 뉴스의 중간 연령은 레거시 TV오디언스보다 최대 25살 정도 젊습니다. 30~45세라는 이야기인데 구매력이 확실한 세대입니다. 스트리밍 뉴스만을 잘해도 젊은 세대 오디언스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자넬 로드리게즈 NBC뉴스 선임 부대표는 LA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젊은 오디언스를 이야기할 때 보통 30~40세를 말한다”며 “세금을 내고, 투표율이 좀더 높은 계층”이라며 “그 세대는 아마 자신들의 세계나 글로벌 경제, 사회 동향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의 습관이 바뀔 만큼 충분히 젊다."고 설명했습니다.
단언컨데 모든 뉴스 언론사들이 틱톡 스타일의 세로 포맷이나 숏 폼에 올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스트리밍 뉴스로 가야하는 또 다른 이유는 스트리밍 뉴스(Streaming Network)는 우리가 말하는 전통적인 TV와 포맷이 거의 유사하다는 겁니다. 앵커가 데스크에 앉아 다양한 토픽의 뉴스를 소개하는 형태입니다.
NBC뉴스 대표 노아 오펜헤임은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사람들에게 팩트를 전달해주는 과거 TV뉴스의 전형적 접근법을 스트리밍에도 쓰고 있다”며 “"NBC 뉴스의 핵심 브랜드는 항상 중립적이고 초당적인 접근 방식을 고수했고, 이제 우리는 그것을 보여줄 플랫폼(스트리밍)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지금의 문제는 형태가 아닌 플랫폼이기 때문입니다. 방송 뉴스에 관심 많은 30대에게는 조금만 노력해도 다가갈 수 있습니다.
[좋은 스트리밍 쇼가 아닌 좋은 뉴스 쇼가 되어야]
NBC뉴스 나우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톰 라마스(Tom Llamas) 기자는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스트리밍 뉴스는 저렴한 프로그램이 되어선 안된다”며 “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을 보고 좋은 스트리밍 쇼(good streaming show)라고 말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나는 그들이 그것이 훌륭한 뉴스( great news show)라고 말하기를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지금 우리의 스트리밍 뉴스는 지상파 방송 뉴스(NBC Nightly News, Today)에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시간에 구애 받지 않는 스트리밍은 기존 방송 뉴스보다 더 정교하고 뛰어나다는 평도 있습니다.
ABC뉴스 린지 데이비스는 자신이 진행을 맡고 있는 ABC 스트리밍 뉴스 ‘ABC News Live Prime’에서 매일 저녁 1시간 보다 더 깊은 스토리를 전하고 있습니다. 데이비스는 “22분 저녁 뉴스(ABC World Tonight)’로는 전달할 수 없는 뉘앙스를 오디언스에게 전해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종을 위해 예정된 뉴스를 보는 시대는 갔다.(The era of waiting to present a scoop on a scheduled broadcast program is over)
[속보를 위한 첫 장소 스트리밍 뉴스]
ABC뉴스 대표인 갓윈(Godwin)은 “ABC뉴스 라이브는 속보를 위한 첫 번째 장소가 됐다”며 “특종을 위해 편성이 예정된 뉴스를 기다리는 시대는 갔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녀는 또 “과거 뉴스 모델은 ‘메인 뉴스(World News Tonight)’가 아니면 아침뉴스나 다른 프로그램에서 뉴스를 기다려야 했다”며 “그러나 이제는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는다.(Now it’s no holding anything)’”고 말했습니다.
CNN, FOX NEWS 등 미국 케이블TV뉴스는 스트리밍 뉴스 서비스에 아직 취약합니다.
케이블TV뉴스들은 스트리밍 뉴스에 진출을 조금씩 준비 중이지만 더딥니다. 바로 유료화 정책 때문입니다. 모회사들이 뉴스 채널이 유료 방송 플랫폼에서 받는 상당한 수신료를 포기 어렵습니다.
폭스 뉴스의 경우 유료 스트리밍 뉴스 서비스 폭스 네이션(Fox Nation)을 운영(월 5달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큐멘터리나 의견, 영화, 재방 프로그램이 많지만, 폭스 뉴스와 같은 라이브 뉴스 콘텐츠는 아직 없습니다.
지난 2022년 3월 세계 최고 글로벌 뉴스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 CNN+를 런칭했던 CNN은 새로운 대주주가 오자(디스커버리)마자 사업을 접었습니다. 그러나 내부는 결국 CNN은 스트리밍 사업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모회사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가 2023년 서비스 예정인 HBO MAX+디스커버리 메가 스트리밍 서비스의 한 파트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강합니다.
틱톡 뉴스는 의미있지만 지금 당장의 여력과 수익을 위해선 스트리밍을 먼저 뉴스 전면에 배치해야 합니다. 새로운 포맷은 새로운 오디언스를 만나면서 해도 늦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