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NBC 10시 드라마 축소의 의미는? '3달러 영화 등장'
미국 NBC, 수십년 간 이어온 저녁 10시 오리지널 편성(주로 드라마)을 폐지하고 해당 시간 지역 방송사에 넘겨줄 방안 검토. 스트리밍과의 전쟁에서 제작비 절감이 필요하고 해당 시간 광고 매출이 그만큼 확대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 스트리밍이 바꾼 습관. 영화 업계는 스트리밍 공세 속 "3달러 데이"개최
“스트리밍 서비스는 모든 곳에서 작동한다. 모든 사람들이 쓰고 있다.”며 “향후 5년이나 10년이 지나면 전통 TV의 시대는 끝날 것이다.(Looking forward, streaming is working everywhere. Everyone is pouring in. It’s the end of linear TV over the next five, 10 years)
넷플릭스(Netflix)의 창업주이자 공동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는 지난 2022년 2분기 실적 발표에서 한 말입니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확산으로 미국 지상파 네트워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NBC가 비용 절감을 위해 저녁 프라임 타임(Prime Time) 방송 시간 단축을 검토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습니다.
시청률 조사 기관 닐슨(Nielsen)에 따르면 지난 2022년 7월 스트리밍 서비스 시청 점유율(1일)은 34.8%로 지상파 TV는 물론 처음으로 케이블TV(34.4%)도 넘어섰습니다. 2021년 7월에 비해 스트리밍 서비스 점유율은 23% 높아졌습니다. 이에 반해 케이블TV 점유율은 같은 기간 9% 낮아졌습니다.
WSJ에 따르면 NBC는 저녁 프라임 타임은 밤 10시~11시 사이, 시간대에 오리지널 프로그램 송출을 중단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WSJ는 대신 매주 7시간을 지역 TV방송사에 제공해 이들 시간대에는 로컬 프로그램으로 대체할 계획입니다. 방송 중단은 오는 2023년 가을로 현재 논의는 초기 단계이며 물론 최종 결정이 바뀔 수도 있다고 WSJ라고 보도했습니다.
[스트리밍 바꾼 습관, 10시 드라마 폐지]
NBC가 10시 오리지널 중단을 검토하는 이유는 비용 절감 때문입니다. 스트리밍 서비스와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과정에서 TV를 위한 드라마를 편성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특히, 실시간 TV시청량이 계속 줄어들면서 광고도 과거만 못합니다.
만약, NBC가 10시 프로그램을 중단하게 되면 어떤 프로그램을 중단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미국 지상파 TV 방송 밤 10시는 대부분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이 송출되고 있습니다. 이들 프로그램 일부는 시간이 조정되거나 폐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NBC는 ‘ER’, ‘로&오더(Law&Order)’ 등을 주로 드라마를 밤 10시 배치해왔습니다. 2022년 가을에도 NBC는 9시간 분량의 새로운 드라마를 10시 라인업에 넣고 있습니다. 이중 6시간(수요일, 목요일 저녁 프라임 타임 방영)은 슈퍼 프로듀서로 불리는 딕 울프(Dick Wolf)가 제작하는 작품입니다.
아울러 NBC의 가장 성공적인 예능 프로그램으로 불리는 ‘더 보이스(The Voice)’나 뉴스 매거진 프로그램 ‘데이트라인(Dateline)’ 역시 가을 라인업의 프라임타임 6시간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일요일 저녁은 전체 시간이 NFL에 할애됩니다.
10시 프로그램을 없앤다는 이야기는 이들 드라마를 폐지하거나 시간을 조정하겠다는 말과 같습니다. 수년 간 미국인들의 습관으로 자리 잡은 10시 드라마가 없어진다는 이야기는 ‘콘텐츠를 즐기는 문화’가 바뀐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또 NBC는 한국에서도 유명한 지미 팰런(Jimmy Fallon)의 ‘투나잇쇼(The Tonight Show Starring Jimmy Fallon)’의 경우 밤 11시 30분에 방송되지만 이를 11시나 10시 반으로 조정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경우 투나잇쇼는 ABC(Jimmy Kimmel), CBS(Stephen Colbert)보다 빨리 방송됩니다.
이에 NBC 대변인은 “우리는 우리의 방송 비즈니스를 강하게 유지 시켜줄 전략을 계속 찾고 있다”며 “우리의 장점은 지상파, 케이블, 스트리밍 등을 통해 오디언스에게 그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마디로 지상파 방송 오리지널 제공이 중단돼도 다른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를 제공할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현재 미국 3대 지상파 방송(NBC, CBS, ABC)은 초창기부터 프라임 타임에 하루 최소 3시간의 오리지널 방송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뉴스나 드라마, 예능 등 이들 방송은 협업 계약을 맺은 지역 방송국을 통해 전국으로 송출돼 왔습니다.
이런 전국 커버리지는 전국 방송이 광고료를 책정하는 주요 근거가 됐습니다. 지역 방송의 경우 대부분의 예능 프로그램을 수중계하고 전국 방송이 송출하지 않는 낮시간 토크쇼나 뉴스를 자체 제작합니다. 하지만 NBC가 이 규칙을 깰 경우 80년 간 이어온 TV생태계는 변화가 불가피합니다.
어려운 일이지만 NBC는 고민합니다. 지상파 생태계가 최근 위협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케이블TV와 스트리밍 서비스 확대에 모든 지상파 네트워크들은 시청자 수 감소에 고통 받고 있습니다. 특히, 빅테크의 방송 시장 가세로 콘텐츠 제작비가 급상승하자, 히트 작품들도 상당히 줄었습니다. 광고주들도 지상파 네트워크나 케이블TV를 떠나 스트리밍과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NBC는 지난 2009년에도 저녁 10시 시간대 편성 변경을 실험한 바 있습니다. 당시 인기 토크쇼 ‘제이 레노(Jay Leno)’를 이 시간에 넣었으나 반응이 신통치 않았습니다. 이후 다시, NBC는 드라마를 10시에 편성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절박합니다. “그때는 스트리밍이 없었고 지금은 그들이 있습니다.”
NBC는 스트리밍 시대를 맞아, 조직도 개편하고 있습니다.
NBC는 지상파 방송과 텔레비전 스튜디오만을 맡는 단독 대표는 더 이상 두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NBC의 텔레비전&스트리밍 부문 엔터테인먼트 대표(the chairman of entertainment for NBC television and streaming)는 케이블TV방송(E!, 브라보), 지상파 방송 네트워크(The broadcast network) 등을 위한 프로그램 선택과 편성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아울러, 2022년 8월 초 NBC는 오랜 기간 방송됐던 일일 드라마 ‘데이즈 오브 아워 라이브즈(Days of Our Lives)’를 NBC에서 피콕(Peacock)으로 이전하는 등 프로그램 라인업도 서서히 스트리밍으로 옮기고 있습니다.
할리우드 다른 메이저 미디어 기업들도 스트리밍 서비스에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미국 주요 미디어 기업들은 모두 지상파 방송을 보유하고 있지만 또 다른 자회사인 스트리밍이 이젠 더 중요합니다.
NBC의 모회사 컴캐스트(Comcast)는 자사 스트리밍 피콕(Peacock)를 살리는데 1순위를 두고 있습니다. 또 ABC의 모회사 월드디즈니도 디즈니+ CBS를 보유한 파라마운트(Paramount Global)도 파라마운트+가 전략 편성 우선 순위입니다.
NBC의 새로운 움직임은 현실적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녁 한 시간 제작을 줄인다면 NBC는 1년에 수천 만 달러의 제작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NBC의 협력 방송사(NBC’s affiliates)들은 자신들이 쓸 수 있는 가용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더 많은 광고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앞서 NBC는 심야 방송들을 폐지했습니다. 현재 새벽 1시 30분~2시 30분 방송 시간(Time Slot)을 지역 협력에게 다시 돌려줬습니다.
스트리밍 파고 속 TV 생존은 “실시간성”
스트리밍 확산 속 미 지상파 방송사들은 최근 몇 년 동안 프라임타임 전략을 수정하고 있습니다. 실시간을 더 강화하고 있습니다. NBC ‘아메리카 갓 탤런트(America's Got Talent)나 ‘더 보이스(The Voice) 등 실시간이 중요한 스포츠와 경연 프로그램을 늘리는 한편, 시트콤과 드라마를 더 적게 편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포츠 편성의 확대는 제작비 상승을 부추깁니다.
NBC는 2022년 8월 18일 미국 대학 풋볼리그 ‘빅텐 대학 리그’와 7년 간 75억 달러(10조 725억 원)에 중계권 계약을 했습니다. CBS와 폭스(FOX) 등과 함께 중계하는 만큼, NBC가 매년 중계하는 조건으로 3억 5,000만 달러를 부담합니다. 또 NBC는 일요일 저녁 풋볼 중계(Sunday Night Football franchise)도 맡습니다. 2023년부터 NFL에 지급하는 중계권료는 연간 20억 달러(2조 6,860억 원)입니다.
한편, 일부 NBC 제작진들은 10시 시간대 제작 축소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니버설 텔레비전 등 NBC스튜디오의 경우 NBC가 자체 제작을 줄이게 되면 손실이 불기파합니다.
스트리밍 서비스 피콕(Peacock)은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 NBC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습니다. NBC는 지상파 방송의 제작을 줄이더라도 스트리밍 서비스와 케이블TV채널 콘텐츠 편성을 늘리겠다고 언급했습니다.
[레거시 광고 시장 축소는 공통 고민]
방송 제작비는 증가하고 있지만 광고 매출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광고 감소는 방송, 신문, 케이블 등 레거시 미디어들의 공통 고민입니다. 전체 매출 감소는 물론 2023년 시장 전망도 불투명합니다.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WBD)는 광고 매출 감소를 이유로 2022년과 2023년 실적 전망을 하향조정했습니다. 또 CBS, 뉴욕타임스, USA투데이 등 미국 주요 레거시 뉴스 언론사들은 2022년 2분기 실적 발표에서 “광고 매출 하락에 압박을 받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특히, 인플레이션, 고금리, 물가 상승 등도 광고 시장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미국 1위 마켓 월마트(Walmart)도 최근 식료품과 주유비 인상이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게 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브라이언 위저(Brian Wieser) 그룹M 글로벌 인텔리전스 담당 대표는 WSJ와 인터뷰에서 “2022년 상반기, 디지털 광고 시장은 여전히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리 이상 성장했다”며 “그러나 TV광고 시장은 정체됐고 3분기는 더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신문사들도 실적이 좋지 않았습니다. 2022년 7월 말 미국 지역신문들을 보유한 가넷(Garnett)은 디지털 광고의 산업 전반의 역풍과 비용 상승으로 광고 및 마케팅 서비스 매출이 8.7% 감소했으며 2022년 전망도 부분적으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글로벌 1위 구독 뉴스 미디어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는 2020년 이후 처음으로 디지털 광고 매출이 하락했습니다. 당시 뉴욕타임스 CEO인 메레디스 코빗 레비엔( Meredith Kopit Levien) “광고로 인한 역풍이 예상대로 불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파라마운트 글로벌(Paramount Global)은 2022년 2분기 CBS, MTV, 니켈로디언(Nickelodeon) 등이 포함된 TV부문 매출이 지난해 같은 분기와 거의 비슷했다. 광고 매출이 6% 하락 했기 때문입니다.
파라마운트 글로벌의 CEO 밥 바키쉬(Bob bakish)는 분기 실적 발표에서 “광고 시장에서 순풍과 역풍이 동시에 불고 있다”며 “테크놀로지, 선거, 여행과 관련 분야는 광고가 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광고도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각종 스트리밍 서비스를 묶어 서비스하는 ‘스트리밍 플랫폼’ 로쿠(Roku)의 경우 광고 시장 변화에 이득을 보고 있습니다. 로쿠 CEO는 2022년 2분기 자동차와 소비자 제품 등의 광고주들이 전통 TV광고는 줄였지만 로쿠 광고를 늘려 두 자리수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디즈니+(Disney+)가 오는 12월 8일 광고 기반 저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놓고 넷플릭스도 2023년 초 광고 상품을 출시한다고 밝힌 바 있어 이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한편, 스트리밍의 확산은 영화계도 움직이게 합니다. 올해 여름(통상 5월 첫주에서 9월 노동절까지) 미국 극장 업계는 힘든 날을 보냈습니다. ‘탑건 매버릭’ 같은 대작이 있었지만,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속화됐습니다. 잘되는 영화는 있지만 좌석 점유율의 평균을 높여줄 영화는 기근입니다.
이에 미국 극장 업계가 하루(9월 3일, 미국시간) 3달러(3,900원)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이벤트를 마련합니다. 이른바 ‘내셔널 시네마 데이(National Cinema Day)’입니다.
미국 극장주들의 협회인 시네마 파운데이션(The Cinema Foundation)은 9월 3일(일요일), 미 전역 3,000개 극장(3만 개 스크린)이 3달러로 영화보기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AMC와 리걸 시네마 등 메이저 영화 체인 모두가 참여하고 대부분의 영화 스튜디오도 동의했습니다. 대상은 모든 작품과 모든 포맷의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