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낚시는 물고기가 있는 곳에서...미국에 더 깊숙이 가는 영국 뉴스 미디어
팬데믹 이후 미국 뉴스에 대한 관심 높아지는 가운데 BBC, FT 등 영국 미디어 미국 시장 더 깊이 침투.BBC는 디지털 뉴스팀 확대 및 탐사보도 브랜드 확대. FT는 휴스턴 LA 등에 지사 설립해 크리에이어 이코노미 취재 집중
영국 뉴스 미디어들의 미국 침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팬데믹 이후 미국 디지털 뉴스 시장이 급속히 커지는 가운데 BBC가 미국과 캐나다에서 근무하는 디지털 뉴스팀을 2개 이상 늘입니다. 또 BBC.com과 BBC뉴스앱의 보도 영역도 넓히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를 통해 경영진들은 새로운 매출 확대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디지데이(Digiday)에 따르면 BBC가 뽑는 새로운 인력들은 워싱턴 D.C BBC 메인 헤드쿼터와 함께 뉴욕, LA 등 미 전역에서 디지털 뉴스를 담당합니다. BBC는 현재 북미 디지털 뉴스팀 18명을 보유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워싱턴에 집중돼 있습니다.
[BBC스튜디오, 뉴스 미국 침투 진두 지휘]
이번 확장의 중심은 BBC 상업 자회사인 BBC스튜디오가 있습니다. 지난달 BBC 스튜디오는 디지털과 스트리밍 뉴스를 담당하는 임원(managing director)을 신설하고 제니 베어드(Jennie Baird) 수석 부사장(executive vice president)에게 그 역할을 맡겼습니다. 그녀는 미국 WSJ, FOX뉴스의 모회사 뉴스코퍼레이션에서 선임 부대표 및 글로벌 제작 책임자(senior vice president and global head of product)로 일했었습니다.
지난 2021년 3월 BBC는 BBC 어린이 프로그램 기능과 BBC 글로벌 뉴스 부문(BBC Global News units)을 BBC 스튜디오로 이관한 바 있습니다. 이후 BBC스튜디오는 BBC월드뉴스(BBC World News)의 글로벌 유통과 광고 판매 역할을 맡았습니다.
베어드는 디지데이와의 인터뷰에서 “BBC스튜디오의 역할 중 일부는 영국 밖에서 BBC뉴스를 수익화하는 것”이라며 “북남미 지역 비즈니스는 우리 매출의 3분의 1에 해당하며 이중 대부분이 미국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뉴스 시장이 BBC에 매우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현재 BBC의 미국 영업팀은 LA, 시카고, 뉴욕에 지사를 두고 있습니다. BBC는 최근 현대(Hyundai)와 코르테바(Corteva)와 같은 광고주들과 함께 협찬 콘텐츠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현대는 지난 2021년 11월 BBC글로벌 뉴스와 월간 멀티 플랫폼 스폰서 캠페인(a month-long multi-platform sponsorship campaign)을 맺었습니다.
이 계약은 현대가 BBC의 미래 캠페인 ‘2045년 미래의 기억들(Memories of the Future 2045)’의 단독 후원기업으로 6개의 단편 영화와 30분 분량 다큐멘터리를 만든 내용이 담겼습니다. 질병, 환경 문제 등 지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은 제시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기획입니다.
이들 콘텐츠는 BBC스튜디오의 사이언스 부문(Science Unit)이 제작해 BBC월드 뉴스를 통해 방송됐습니다. BBC 글로벌 월드 텔레비전 뉴스 채널(global television news channel)은 글로벌 200개 나라와 지역에서 4억5,000만 명이 시청하고 있습니다. 또 이 계약에 따라 BBC퓨처(BBC Future)에 6개 기사도 실립니다.
BBC은 아직 미국과 캐나다에서 뽑은 정확한 인원은 공개하지 않았으며 조만간 잡 포스팅을 통해 공개될 예정입니다.
BBC가 새롭게 뽑는 디지털 뉴스 자리에는 대형 뉴스 이벤트의 실시간 취재 방송뿐만 아니라 분석, 데이터 저널리즘, 오리지널 탐사보도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베어드는 밝혔습니다. 그녀는 “신규 선발 인원들은 BBC뉴스 북미 지역 에디션의 추천(Curation)을 향상하고 글로벌앱 개선, 주말팀 등에 투입될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물고기가 있는 곳에서 하는 낚시(To fish where the fish are)]
팬데믹 이후 미국 뉴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더 커지자 글로벌 미디어들은 앞다퉈 미국 디지털 뉴스 담당 인력을 늘리고 있습니다. 특히, 같은 언어권인 영국 뉴스 미디어들이 적극적입니다.
디지데이에 따르면 올해 게임과 기술 잡지를 발행하는 퓨처 plc(Future plc)와 경제 신문인 파이낸셜 타임스(the Financial Times) 역시, 미국 내 취재 팀을 확대하고 보도 영역을 넓혔습니다.
톰스 가이드(Tom’s Guide), 테크레이더(TechRadar), 마리끌레어(Marie Claire) 등을 보유하고 있는 퓨처는 미국 애틀랜타에 새로운 오피스를 2월에 열었습니다. 이 회사는 애틀랜타에서 취재, 제작, 영업 등에 걸쳐 100명의 직원을 뽑을 계획입니다. 퓨처는 이미 뉴욕과 워싱턴에 지사를 두고 있습니다. 애틀랜타 지사는 퓨처의 비디오 제작 사업 ‘퓨처 스튜디오’의 허브로 활용한다는 전략입니다.
현재 퓨처 스튜디오(Future Studio)는 115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영국과 미국에서 방송되는 퓨처 웹사이트와 소셜 미디어 채널뿐만 아니라, 레거시 TV의 오리지널 프로그램, 스트리밍, 스냅(Snap) 오리지널 등을 제작합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도 미국 취재를 넓히고 있습니다. 디지데이에 따르면 FT는 향후 6개월 내 휴스턴(Houston)과 LA(할리우드)에 새로운 사무실을 엽니다. 이들 지역과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이 지역 미국 기업을 취재하기 위해서입니다. 휴스턴 사무실은 일본 니케이(Nikkei)과 함께 투자합니다. 지난 니케이는 지난 2015년 13억 달러에 FT를 인수했습니다.
휴스턴 지사는 미국 기반 오일, 가스, 테크 기업들을 취재하고 할리우드 지사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취재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creator economy) 집중할 계획입니다. 이에 앞서 FT는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경제 취재를 강화하기 위해 두 명의 기자를 FT 워싱턴 D.C브랜치에 고용했습니다.
영국 뉴스 미디어들의 미국 뉴스 시장 확장은 보다 전문적이고 지역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낚시는 물고기가 있는 곳에서 해야 한다(to fish where the fish are)’는 전략입니다. 팬데믹 시대, 모든 영역이 가상 공간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오히려 직접 대면 취재로 차별화하는 전략일 수 있습니다.
아울러 미 기업과 산업이 최근 지역별로 빠르게 전문화되고 있어 이를 대응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마케팅 회사 Twenty-First Digital의 CEO는 디지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들 확장은 뉴스가 있는 곳에서 뉴스를 취재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또 “만약 언론사들이 하나의 국가에서 이런 수익과 전략과 통로를 구축한다면, 다른 지역과 오디언스로 이를 확대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BBC역시 북미 시장을 겨냥해 오디언스 성장팀(audience growth team)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팬데믹 시절, 주목 받는 미국 뉴스 시장]
미국 지역 신문 미디어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미국의 움직임을 향한 시선은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모든 것이 바뀌는 지금, 미국 뉴스(특히, 미국 기업)에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겁니다. 팬데믹으로 해외 여행이 쉽지 않고 오미크론, 글로벌 공급망 차질, 미국 금리 정책 등의 영향력이 더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차원에서 미국 내 글로벌 뉴스 수요도 늘고 있습니다. 과거보다 더 많은 미국인들이 글로벌 뉴스를 소비하고 있습니다. 같은 영어권 미디어인 영국 매체의 경우 좋은 시장 여건이 형성되고 있는 겁니다. 미국 내 온라인 유료 뉴스 구독자도 팬데믹 이후 서서히 늘고 있습니다.
이에 영국 등 해외 미디어들의 미국 진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BBC뉴스 5억 명 오디언스 달성 목표]
BBC 조사에 따르면 매주 BBC뉴스를 이용하는 미국인들은 5,000만 명에 달했습니다. 미국 영국 외 두번째로 큰 BBC의 뉴스 시장(1위는 인도)입니다.
베어드 부사장은 “영국 외에서 BBC사이트 디지털 뉴스 도달은 매년 23%씩 늘고 있다.”며 “내부 수치에 따르면 특히 BBC 사이트들의 미국 트래픽은 28% 증가해 전체 시청자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컴스코어에 따르면 ‘BBC.Com’의 2021년 12월 기준, 미국으로부터의 순방문자(U.S.unique visitors)는 2,900만 명 수준이었습니다.
현재 BBC는 총 73개 도시에 글로벌 지사를 두고 있습니다. 매주 영국 밖에서 BBC 뉴스를 볼 수 있는 인구는 4억5,600만 명입니다. 베어드 부사장은 "올해 5억 명 오디언스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BBC의 미국 뉴스 커버리지 확장은 상업적인 목적도 있습니다. 영국 공적 서비스 방송(public service broadcaster)인 BBC는 기본적으로 영국 국민들이 내는 수신료(the license fee)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TV를 가진 모든 영국인들이 부담하는 연간 수신료는 가구당 159파운드(25만 9,100원) 정도입니다.
그러나 영국 외 지역에서 BBC는 철저히 상업적인 수익(commercial basis)을 기반으로 운영됩니다. 지난 2015년 BBC스튜디오를 만들어 BBC TV콘텐츠를 판매하고 각 나라와 포맷 공동 개발이나 제작에 나서고 있습니다. 아울러 또 BBC.COM, 앱, TV채널 BBC월드뉴스, BBC월드 서비스 등을 통한 광고와 협찬 및 공동 스폰서십도 운영합니다. 현대 자동차와의 협업도 이 같은 차원입니다.
최근 2년 간 수신료가 동결되는 등 공적 자금 지원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에서 BBC는 스튜디오 글로벌 수익 확대는 큰 도움을 줍니다. BBC스튜디오 수익이 BBC재정에 큰 역할을 하는 겁니다.
BBC 스튜디오는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2021~2022년까지 5년 수익금 12억 파운드(약 16억 달러, 1조 9,160억 원)를 BBC에 지급할 것을 확약했습니다. 이전 5년 간 지급 금액에 비해 18% 늘어난 수준입니다.
베어드는 BBC수신료 부족을 보조하기 위한 작업이 착실히 궤도에 올랐다고 설명했습니다. BBC 스튜디오는 2023년부터 2027년 3월까지 향후 5년간 BBC 지급 금액(returns to the BBC)을 15억 파운드(약 20억 달러, 2조 3,950억 원)로 이전에 비해 30% 늘릴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영국 BBC나 FT의 미국 시장 확장은 한국 뉴스 미디어들에게 단순히 부러움의 대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드라마, 영화, 음악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지금, 한국 미디어들도 미국 산업을 직접 취재할 필요가 있습니다. 할리우드 리포트 등의 시선이 아닌 직접보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다를 수 있습니다. 서서히 속도를 높이면 못할 것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