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NFL이 자체 스트리밍에 나선 이유는 “1조 원” 보다 “데이터”
NFL, 지역 풋볼 경기 모바일 중계하는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 NFL+런칭. 버라이즌 등에 제공했을 경우 1조 원이 넘는 중계권료 가능했지만, 포기 후 자체 서비스로 전환. 스트리밍 서비스를 대비하고 고객들에 데이터 확보 위한 과감한 도전
미국 미식프로축구(NFL)이 드디어 스트리밍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미국 현지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NFL은 올해 7월 지역 프로 풋볼 경기를 중계하는 모바일, 인터넷 전용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놓습니다. 미국 프로농구(NBA)가 자체 스트리밍을 시작한 적이 있지만, NFL은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고 규모가 큰 스포츠 경기 단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릅니다.
[NFL+, 월 5달러의 구독 미디어]
NFL플러스(NFL+)라는 이름의 NFL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는 이르면 올해 7월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미국 스포츠 매체 스포츠 비즈니스 저널(Sports Business Journal, SBJ)은 최근 애틀랜타에서 열린 NFL구단주 미팅에서 이 같은 내용이 최종 확정됐다고 보도했습니다.
NFL플러스는 한 달 이용 가격이 5달러로 결정됐습니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통한 권역 내 경기 중계(in-market games, 예를 들어 뉴욕 연고팀 경기의 뉴욕 내 중계)와 다른 팀 경기 VOD, 라디오, 팟캐스트 등의 콘텐츠가 포함됩니다. 8월 프리시즌 경기까지 포함하면 1월 초까지 이 스트리밍에서 지역 미식 축구 경기를 볼 수 있습니다.
이전 NFL 모바일 경기 중계는 야후 스포츠(Yahoo Sports)와 버라이즌(Verizon) 등에 의해 서비스 돼 이용자들에게는 무료로 제공돼 왔습니다.
버라이즌은 지난 2010년부터 2017년까지 독점 모바일 경기 중계권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2월 슈퍼볼(Super Bowl) 이후 계약은 완전 중단됐습니다. 버라이즌은 경기 중계를 넘어 NFL의 기술과 마케팅 파트너이기도 했습니다. 버라이즌은 이 중계권료로 연간 5억 달러(6,000억 원) 지불해왔습니다.
이 중계권 계약이 끝난 뒤 NFL은 다른 파트너를 찾는 대신 스트리밍 시대를 맞이해 자체 유료 구독 모델로 운영으로 돌아섰습니다. 다른 계약을 했으면 연간 7억 5,000만~10억 달러(1조 2,655억 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NFL+가 지역팀이 경기가 있을 때 지정된 지역 만을 대상으로 하는 스트리밍 서비스지만 의미는 남다릅니다. 현재 지역 방송을 통해 중계는 로컬 경기 중계 시장을 완전히 흔들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전국 TV 시장을 초토화시켰던 스트리밍 서비스는 이제 지역 TV방송 시장을 공격하고 나선 모양입니다.
미국 프로미식축구(NFL)는 크게 월, 목, 일에 경기가 열리고 있습니다. 해당 경기들은 지역 TV(CBS 등)와 전국 단위 케이블TV(ESPN), 스트리밍 서비스(Paramoun+, 아마존) 등에서 중계 됩니다.
현재 시청률이 가장 높은 일요일에 열리는 NFL 경기 중계는 위성방송 디렉TV(DirecTV)가 독점 중계권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난해 시즌으로 계약이 종료됐습니다.
아마존(Amazon)과 애플(Apple)은 일요일 경기 중계권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테크크런치(Techcrunch)는 “선데이 티켓 중계권료가 25억 달러 대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NFL+는 일단 NFL의 미디어 사업 부문인 NFL미디어(NFL Media)에서 맡아서 운영하며 SBJ는 향후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에 PIP형태로 삽입돼 제공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NFL플러스가 이 유료 서비스를 통해 얼마 수익을 올릴 수 있을 지는 알 수 없습니다. 버라이즌은 고객들에게 무료로 경기를 제공하지만 광고를 받아 수익을 충당했는데 연간 5억 달러 정도의 수익을 얻었습니다.
NFL은 버라이즌 수준 수익을 올리기 위해선 1,670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해야 합니다. 이 권리 가치가 7억 5,000만 달러 이상으로 올랐다는 것을 반영하면 NFL은 자체 스트리밍 운영으로 외부 판매 수익 정도를 올리려면 2,500만 명의 구독자를 끌어모아야 합니다. 쉽지 않는 수치입니다.
[스트리밍 직접 나선 NFL, 경기 이외 효과 가능]
거대한 수익을 포기하고 자체 스트리밍에 나선 NFL의 도전이 성공할 지 알 수 없습니다. 또 모바일 경기 유료화가 시장에 어떤 파급효과를 불러올지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월 5달러라는 비용이 그동안 권역 내에서는 무료로 시청했던 NFL애호가들의 원성을 자아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NFL의 지역 경기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market streaming service) 시작은 케이블TV 서비스 중단, 즉 ‘코드커팅(Cord-Cutting)’의 가속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입니다.
지역 스포츠 인기가 높은 미국에서는 그동안 지역팀 경기는 해당 권역 게임을 중계해 송출 하는 지역 스포츠 채널(RSN, Regional sports network)을 통해 방송되어 왔습니다. RSN은 기본적으로 지역 지상파 TV나 케이블TV를 통해 재전송됩니다. 물론 NFL플러스 이후에도 RSN은 경기를 중계합니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 진행되고 있는 케이블TV 등 유료 방송 중단으로 RSN의 가구도 도달율은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미국 케이블TV 등 유료 방송 구독 가구는 5,370만 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250만 가구(4.5% 감소, 5,620만 가구)가 감소했습니다. 미국 유료 방송 구독 가구는 매년 급감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6년 만 해도 8,610만 가구였지만 이제는 5,000만 가구를 겨우 지킬 정도로 줄어든 겁니다. 2022년 1분기 넷플릭스(Netflix)의 미국&캐나다 구독 인구가 7,400만 명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현재 미국 내 유료 방송의 위상을 알 수 있습니다. 2021년 말 기준 미국의 전체 가구는 1억 2,000만 가구 정도입니다. 케이블TV는 이제 더 이상 가정을 (적어도 미국에서는) 지배하는 방송 사업자는 아닌 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NFL이 케이블TV를 통해 경기를 전달하는 지역 방송 사업자(RSN)과 손절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사실, RSN 역시, 자체 중계를 잇달아 런칭하고 있습니다. 뉴욕 지역 스포츠 중계 채널 밸리 스포츠 RSN(Bally Sports RSNs)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대표 지역 지상파 그룹 싱클레어(Sinclair)는 ‘발리 스포츠+(Bally Sports+)’라는 지역 스포츠 중계 스트리밍 서비스를 준비 중입니다. 월 이용 가격은 19.99달러인데 NFL과 함께 야구, 농구 등 다른 지역 스포츠도 중계할 계획입니다.
NFL이 지역 경기 자체 스트리밍을 준비하는 이유는 경기 그 이상입니다.
그동안 팬들과의 만남에서 다른 플랫폼 사업자에 의존했지만 이제는 스스로 나선 겁니다. 이럴 경우 NFL은 구독과 스트리밍 시대, 더 많은 팬 정보(시청 데이터, 성향, 성별, 선호도 등)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얻어낸 시청 정보는 또 다른 구독 미디어를 만드는데 사용될 가능이 큽니다.
하지만 NFL플러스가 롱런하는 장기 서비스가 되려면 여러 난관을 넘어서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 NFL경기를 중계하는 스트리밍 서비스(AFC컨퍼런스 경기 파라마운트+(Paramount+)들이 존재하고 무료 콘텐츠의 유료화는 미국에서도 어려운 과제입니다. 하지만,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 런칭은 ‘NFL미디어’의 가치를 높여줄 수 있습니다.
스포츠 구독 미디어 애슬랜틱(The Athletic)은 지난 4월 NFL이 NFL미디어가 제작하는 영화나 다른 경기 관련 콘텐츠를 유통할 파트너를 물색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2021년 NFL은 미디어 부문 매각을 위해 골드먼삭스(Goldman Sachs)를 주간사로 선정했습니다.
[NFL, 경기 이외 스포츠 관련 다른 콘텐츠도 준비]
라이브 스포츠 경기를 중계하지 않지만 스포츠 다큐멘터리 등을 지속적으로 충원해온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스포츠 관련 다큐멘터리 관심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나이가 젊은 세대일수록 경기 결과보다 성장 스토리가 담긴 스포츠 콘텐츠에 대한 주목도가 더큽니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스포츠 다큐멘터리’를 정기적으로 시청하는 오디언스 비중은 18~34세의 경우 23%, 32%였지만 55세 이상은 9% 정도였습니다.
NFL은 경기를 다양한 플랫폼으로 공개하는 멀티 플랫폼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 외 자체 케이블TV채널(NFL Network and NFL Redzone)도 가지고 있습니다. 또 디지털 서비스 및 무료 광고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FAST)도 운영 중입니다.
스포츠 중계 시장이 작은 한국에 NFL뉴스는 그야 말로 다른 나라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NFL이 지역 스포츠 중계에 나선 이유, 그리고 그들이 얻고자 하는 목적은 다 시 한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PS>오늘을 마지막으로 일간 뉴스레터는 마무리됩니다. 감사드립니다.
이제 주간 체제로 이슈 중심으로 전환됩니다. 대신 매일 생산되는 콘텐츠는 다른 플랫폼으로 전달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동영상 등 멀티포맷도 다음 달부터 부활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