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R]스트리밍에 발을 담궜지만 몸 전체를 적시지는 않은 미국 뉴스룸/원인은 두려움, 우리의 미래는
변화는 어렵고 고통스러울 수 있으며, 특히 새로운 소비의 세계에 직면한 레거시 기업에게는 더욱 그렇다….스트리밍 시대를 맞는 뉴스룸의 고민(change is hard, and can be painful, particularly for a legacy business confronted with a new world of consumption.)
(2021-11-30)
“TV 뉴스는 기존의 텔레비전 생태계를 벗어난 미래를 가지고 있는가? 실시간 TV 채널 시청자가 계속 감소하고 스트리밍 이용자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스트리밍 적응을 뉴스 경영진들은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할리우드리포터(Hollywood Reporter)가 최근 스트리밍 시대, 주저하는 뉴스룸을 진단한 기사의 첫 머리입니다. 이 기사에는 지난 1991년에 발행된 켄 아울레타의 ‘세 마리의 장님 쥐: 지상파 방송들은 어떻게 길을 잃었나. Three Blind Mice: How the TV Networks Lost Their Way’(Ken Auletta)’라는 책의 내용이 비중 있게 소개됩니다.CNN의 등장 후 질서 변화에 당황한 지상파들을 분석한 책입니다.
켄 아울레타는 이 책에서 케이블 TV, 특히 CNN의 부상과 걸프전 보도로 ABC, NBC, CBS을 혼란에 빠뜨린 과정을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그는 책에서 “당시 대중은 TV산업의 대변화를 목격했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보는 채널이 3대 방송사가 아닌 CNN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한번에 모두가 지상파 뉴스의 미래가 있는지 혹은 지상파 방송의 미래가 있는 지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고 서술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지상파 방송(특히, 뉴스룸)들은 유료 방송의 성장에서 그들의 미래를 찾았습니다. 프로그램 사용료를 받았고 광고도 유료 방송을 통해 확장됐습니다.
하지만, 미국 방송 뉴스룸은 새로운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등장으로 유료 방송 시장이 몰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들은 과거처럼 새로운 미래를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찾아야 합니다. 과거엔 CNN이 경쟁자였지만, 지금은 CNN도 같은 처지입니다.
미국 엔터테인먼트 대기업들은 이제 스트리밍 서비스에 올인하면서 그들의 모든 사업 구조를 바꾸고 있습니다. TV뉴스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그러나 다른 영역에 비해선 뉴스의 진화는 느린 편입니다. NBC 등 스트리밍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곳도 있지만 ABC와 같이 보수적인 지상파 사업자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할리우드리포터는 “스트리밍 풀에 (방송 뉴스가)가 발을 들였지만, 점프하며 뛰어들지 않았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마음은 스트리밍에 몸은 레거시에 있는 뉴스 미디어]
이는 뉴스의 어정쩡한 스탠스 때문입니다. 현재 뉴스 미디어를 보유한 미디어 그룹은 거의 모두 자신들의 독자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피콕(NBC)을 제외하면 이들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뉴스 프로그램을 보긴 쉽지 않습니다. CNN 인기 뉴스 프로그램은 유료 방송 플랫폼을 가입하지 않으면 유튜브 등에서도 보기 힘듭니다.
현재 뉴스가 케이블 생태계에 매우 중요한 상품이기 때문입니다. 지역 뉴스와 CNN과 같은 전국 뉴스 때문에 케이블TV에 가입하는 고객들이 많고 뉴스들도 케이블TV로부터 받는 재전송료(retransmission fee)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미국에서 재전송료는 매년 수입억 달러 규모입니다. 재전송료는 NBC라는 지상파 채널이 받지만, 이 중 뉴스의 가치는 엄청납니다.
광고도 뉴스가 스트리밍 서비스로의 이전을 주저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TV뉴스의 경우 전통 플랫폼(지상파 및 케이블)에서의 광고 매출이 수익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스트리밍 서비스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에서 대비를 안할 수 없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유료 방송 가입자나 지상파만 보는 가입자가 줄어들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도 뉴스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그러나 엔터테인먼트 스트리밍 시장이 2년 내 수억 명의 가입자가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뉴스 스트리밍 시장 형성 속도도 급속도로 빨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NBC뉴스 대표 노아 오펜하임(Noah Oppenheim)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스트리밍 뉴스 소비는 여전히 성장의 초기 단계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면 더 많은 사람들이 NBC NOW NEWS를 통해 뉴스를 볼 것”이라며 “그래서 우리는 이런 오디언스를 위한 프로그램(스트리밍 뉴스)을 개발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여기서 최근 NBC가 런칭한 스트리밍 오리지널 뉴스 포맷을 하나를 소개합니다.
할리 잭슨 나우(Hallie Jackson Now)
NBC NEWS NOW는 지난 11월 초 유명 앵커 할리 잭슨(Hallie Jackson)이 진행하는 데일리 뉴스쇼 ‘할리 잭슨 나우(Hallie Jackson Now)’를 시작했습니다.
1시간 분량 이 오리지널 뉴스 프로그램은 매일 오후 5시부터 1시간 가량 NBC NEWS 온라인 및 스트리밍 서비스 NBC NEWS NOW, 피콕(Peacock, NBC유니버설의 스트리밍서비스)에서 방송됩니다.
NBC뉴스의 저녁 메인 뉴스 ‘Nightly News)가 6시 30분에 시작하는 것을 감안하면 온라인에서 뉴스 오디언스의 관심을 모아 메인뉴스까지 이어주는 앵커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메인 뉴스로의 항해를 지상파 아닌 스트리밍에 맡긴 NBC의 도박입니다.’
‘할리 잭슨 나우’의 차별화 포인트는 2가지입니다. 현장감 뉴스와 앵커의 매력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NBC뉴스의 다양한 리포트를 소개합니다. 그러나 지금 스트리밍 되고 있다는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기자, 특파원, 전문가 연결에 무게를 됩니다. NBC뉴스는 보도 자료에서 ‘풍부한 분석을 담은 가장 빠른 뉴스(fast-paced broadcast with a high story count)’라고 자평 했습니다.
또 ‘The Original’(단독)이라는 코너를 통해 이 쇼를 통해 첫 공개하는 뉴스를 내보낼 계획이며 ‘The Backstory(백스토리)’는 방송 뉴스를 위해 기자들의 취재 과정 등 현장 비하인드를 소개하는 코너도 편성했습니다.
두 번째는 앵커의 전문성 및 오디언스를 끌어오는 매력입니다. 잭슨은 NBC뉴스의 선임 백악관 출입기자(senior Washington correspondent)이자 MSNBC의 앵커입니다. NBC뉴스 프로그램 시청자들에게는 백악관 연결 장면에서 자주 노출돼 익숙합니다. 정치 전문 기자이지만 스트리밍 오리지널 뉴스를 통해 종합 뉴스에 도전합니다.
이에 앞서 NBC NEWS NOW는 지난 9월 유명 사회부 기자 톰 라마스가 진행하는 스트리밍 오리지널 뉴스 프로그램 ‘Top Story with Tom Llamas’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고통스럽지만 가야 할 변화]
미국에서도 뉴스룸의 변화 속도는 생각만큼 나지 않고 있습니다. 투자가 선행되어야 하는 부분이고 비즈니스 모델 이전도 지켜봐야하기 때문입니다. 스트리밍 시대, 뉴스룸이 완전한 태세 전환을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수익과 공익, 새로운 오디언스 확보가 균형 있게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실패에서 우리는 배워야 합니다. 지난 1986년 GE는 NBC의 모회사였던 RCA를 인수합니다. 이로 인해 NBC NEWS는 GE의 자회사가 됐는데 GE의 회장이었던 잭 웰치(Jack Welch)는 당시 NBC뉴스의 수익을 강조하며 긴축 경영을 요구했습니다.
정확히 4% 예산 삭감을 지시했는데 5%의 비용 인상을 주장했던 래리 그로스맨(Larry Grossman) CEO와 크게 대립했습니다. 결국 그로스맨은 2년 뒤 계약이 해지됐습니다.
할리우드리포터는 아울레타(Auletta)의 책을 인용해 이 상황을 보도한 바 있다. GE는 NBC 인수 후 맥킨지를 통해 NBC뉴스에 대한 컨설팅을 진행했습니다.
당시 맥킨지 컨설턴트는 래리 그로스맨 대표에게 자동차 회사처럼 뉴스는 ‘더 적은 수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고임금과 높은 기술을 가지고 더 많은 일을 하는 소수 노동자들로 자동차를 만드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NBC뉴스는 방향을 상실하고 수년 간 헤매게 됩니다. 이 때 뉴스룸은 집단적인 트라우마에 빠졌습니다. 오디언스가 아닌 수익만을 쫓아간 뉴스의 잘못된 결론입니다.
35년이 지난 지금, 미국 뉴스룸은 비슷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미디어 산업에 테크놀로지가 깊숙하게 들어오면서 ‘방향 전환’은 거부할 수 없는 숙명입니다. 수익은 여전히 실시간 방송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스트리밍 서비스는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젊은 오디언스들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뉴스를 보기 때문입니다.
저널리즘의 중심을 지키고 현재 수익 모델(광고, 수신료 등)의 감소를 견딜 수 있을 정도의 완만한 전환이 필요합니다.
완만한 전환에 성공하기 위해선 지속적인 소규모 실험을 통한 도전과 ‘기회의 균등’에 있습니다. 뉴스룸은 민주화되어야 하고 새로운 인재들은 새로운 플랫폼에서 기회를 얻어야 합니다.
한편, 리치먼 리서치 그룹(Leichtman Research Group) 지난 10월 26일 자료를 내고 유료 방송 서비스의 미국 가구 침투율은 71%로 떨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10명 중 3명은 유료 방송을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10년 전 침투율은 87%에 달했습니다.
이 수치는 한국도 비슷합니다. 방통위 조사 결과, 한국 20대의 유료 방송 가입률은 55%에 그쳤습니다. 전체의 절반은 유료 방송을 보지 않는다는 겁니다. 우리 뉴스룸이 스트리밍에 대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