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비(Quibi)는 죽어 숏 폼 콘텐트를 남기다… 로쿠(Roku) 퀴비 자산 인수, 그리고 격화되는 스트리밍 전쟁
스트리밍 미디어 플레이어 로쿠(Roku), 퀴비 드라마, 예능 인수
(2021.1.10)
스트리밍 포털 서비스 로쿠(Roku Inc.https://www.roku.com/en-gb/)가 최근 문을 닫은 퀴비의 콘텐트를 인수했습니다. 제프리 카젠버그(Jeffrey Katzenberg)와 맥 휘트먼이 설립했던 숏 폼 스트리밍 서비스 퀴비(Quibi)는 5~10분 내외의 드라마, 다큐멘터리, 뉴스 등 혁신적인 콘텐트를 선보였습니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이후 가입자 확장에 실패하면서 199일 만에 사업을 접었습니다. 퀴비는 출퇴근이나 사람들이 외부 활동을 하면서 잠깐 이용하는 시간을 타깃으로 했지만 코로나바이러스는 시청자들의 이동을 제한했습니다. 당연히 집에서는 다른 볼 거리가 많아 퀴비에게는 최악의 상황이었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 로쿠의 약진]
로쿠는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Amazon Prime Video), 디즈니+(Disney+) 등 각종 스트리밍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일종의 OTT포털 서비스(로쿠 미디어 플레이어(Roku Media Player))입니다. 사용자들은 로쿠를 이용해 본인이 원하는 혹은 가입한 스트리밍 서비스나 채널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들 채널이 거래되는 로쿠 스토어에 유통되는 애플리케이션만 1만개가 넘습니다. 현재는 북미지역에서만 서비스 중입니다.
지난 1월 8일(미국 시간) 로쿠는 퀴비의 75편의 쇼를 인수해 로쿠 채널에 서비스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뉴스 발표 이후 로쿠 주가는 6.2% 올라 400달러 선을 돌파(402.8달러)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다시 300달러 선으로 내려앉았지만 말입니다.
이번 퀴비 콘텐트 인수로 로쿠 채널은 가입자 확보를 위한 상당한 무기를 소유했습니다. 퀴비는 출범 당시 10억 달러를 오리지널 콘텐트에 투자해 175개의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드라마 <도망자 The Fugitvie>, <리노911 Reno911>, <Most Dangerous Game> 등 인기 있는 콘텐트도 많았습니다. 이에 퀴비(Qubi)의 드라마와 쇼는 2020년 10개의 에미상 후보에 오를 정도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FreeRayshawn>는 2개의 상을 수상했습니다. 3년 전 런칭한 로쿠 채널은 현재 수천 편의 무료 영화와 수십 편의 라이브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현재 도달 인구만 6,200만 명에 달합니다.
이번 로쿠와 퀴비의 계약 조건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들 작품의 저작권은 1억 달러 남짓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퀴비는 이들 퀴비 프로그램을 조만간 무료로 퀴비 채널에서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어쨌든 카젠버그는 콘텐트 판매로 그 동안의 손해 일부를 보전할 수 있게 됐습니다. 퀴비는 출범 당시 워너 미디어, 월트디즈니 등 10개 할리우드 스튜디오로부터 17억 5,000만 달러를 모아 화제가 됐습니다. 그러나 지난 2020년 10월, 퀴비는 갑작스런 사이트 폐쇄를 결정했습니다. 회사에 남은 잔고는 불과 7억 5,000억 달러 밖에 없었습니다. 나머지 자산은 매각하기로 했습니다.
퀴비와 로쿠 간 계약의 걸림돌은 저작권이었습니다. 퀴비는 각 숏 폼 프로그램의 저작권을 7년 간 가지고 있습니다. 원 저작권은 없고 숏 폼 형태로 제작하는 계약인데 로쿠가 이 작업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원래 계약을 종료하지 않아도 가능케 했습니다. 지난해 1월 CES에서 카젠버그가 키노트 스피치를 통해 대망의 시작을 알렸으니 1년만에 큰 변화입니다.
회사 문을 닫았지만, 로쿠가 그 프로그램을 이어서 제작하고 이를 로쿠 채널에 반영하는 형식입니다. 이번 계약에 대해 롭 홉스 로쿠 프래그래밍 부대표는 인터뷰에서 “우리는 무료 콘텐트의 성공을 봤다”며 “기회가 있다면 더 많은 쇼를 인수하고 또 제작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퀴비는 로쿠와의 계약 이전에 페이스북 등과 매각 협상을 벌였지만 모두 실패했습니다. 완전한 저작권을 소유하지 않았고 일부 특허 소송에 휘말려 있는 것이 회사 매력을 떨어뜨렸습니다. 퀴비는 출범 당시부터 턴 스타일(Turn Style, 휴대전화를 가로 세로 전환하면 이어 따라 콘텐트의 시점도 변화하는 기능) 기술을 내세웠지만, 에코(EKO)라는 기술 업체가 본인들의 기술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냈습니다.
그러나 이번 계약으로 퀴비는 다소 숨통이 트이게 됐습니다. 비록 이번엔 실패했지만 카젠버그도 다른 일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할리우드의 전설인 카젠버그는 1990년 대 월트디즈니 스튜디오 대표를 하면서 수많은 히트작을 냈고 이후 드림웍스 애니메이션(DreamWorks Animation)을 설립해 운영해 성공한 뒤 NBC유니버설에 매각하기도 했습니다.
로쿠 채널은 최근 가입자 확보를 위해 라이선스 콘텐트 확보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로쿠 플랫폼에 다른 스트리밍 사업자들의 서비스를 PIP형태로 입점하는 것을 허락하는 대신 로쿠 채널에 몇몇 프로그램을 공급하길 원하고 있습니다. 로쿠 채널은 로쿠 자신들이 운영하는 독립 채널입니다. 로쿠도 원래 로쿠 채널을 운영하기 위해 콘텐트 사업자들에게 라이선스 비용을 지급했지만 이젠, 로쿠에 들어오는 조건으로 콘텐트 무료 공급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자신들의 콘텐트를 무료 채널에 공급하기 꺼려하지만, 로쿠에서 서비스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습니다. 현재 캘리포니아 산호세에 본사가 있는 로쿠는 미국 스트리밍 미디어 서비스 시장의 38%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조사회사 Parks Associates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 일일 활성 이용자만 4,600만 명 가량 됩니다.
광고로 운영되는 로쿠 채널은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키우고 싶어하는 로쿠(Roku)의 성장을 위한 미래 전략입니다. 지난해 7월에 서비스를 시작한 NBC유니버설의 스트리밍 서비스 피콕(Peacock)도 로쿠 스토어에 들어가기 위해 많은 손해를 감수해야 했습니다.
결국 NBC유니버설의 <Magnum P.I>, <Xena: Warrior Princess> 등의 드라마와 45편이 넘는 영화 방영권을 로쿠 채널에 양보하고서야 로쿠 스토어 입점을 허락 받았습니다. 물론 스트리밍 서비스 광고 일부도 제공했습니다. NBC가 <The Office>나 <Parks and Recreation>의 판권은 지켜냈다는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입니다.
워너미디어의 HBO MAX 앱이 로쿠 스토어에 입점하는 8개월 간의 협상에도 로쿠의 이런 요구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결국 HBO MAX는 로쿠 채널에는 콘텐트를 공급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광고나 다른 구독료 등 다른 방식으로 수익을 보전해줬을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HBO MAX는 또 다른 스트리밍 미디어 플레이어(박스)인 아마존 파이어TV와도 공급협상을 완료했습니다. 입점과 동시에 아마존 클라우드 서비스인 AWS도 이용하고 아마존 영화와 드라마도 공급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로쿠 힘의 원천에는 아무래 이 시장 지배력과 미래 성장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미국에서만 300여 개의 유료와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가 경쟁하고 있스비다.
때문에 구독자(Subscriber)를 확보하기 위한 전쟁은 치열합니다. 그래서 이런 길목(Media Player, 스트리밍 애플리케이션 마켓)를 장악하고 있는 사업자들의 도움은 매우 절실합니다.
쉽게 말하면 스마트폰에 자신들의 애플리케이션을 공급하기 위해선 애플이나 구글의 도움이 필요하듯, 집 안방에서 자신들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려면 스트리밍 미디어 플레이어 업체들의 협조가 없으면 쉽지 않습니다.
이와 동시에 ‘스트리밍 미디어 플레이어’라는 시장을 선점한 로쿠는 이를 이용해 자신의 영향력을 계속 확대하고 싶어합니다. 스트리밍 미디어 플레이어 시장은 로쿠와 아마존 파이어TV(Fire TV), 애플 TV(Apple TV) 등이 경쟁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스마트TV 제조사들이 하드웨어 판매를 앞세워 이 지위를 넘보고 있습니다.
NBC유니버설도 로쿠 모델처럼 월마트(Walmart)와 월마트 자체브랜드(PB) TV에 HBO MAX와 이를 허브로 하는 스트리밍 미디어 플레이어를 넣겠다는 전략도 세운 것으로 전해집니다. 사실 로쿠를 키운 것도 이 방식을 먼저 쓴 월마트 덕분입니다.
스트리밍 전쟁이 정점에 다다르고 있는 미국은 이제 뺏고 뺐기는 가입자 확보 전쟁에 돌입했습니다. 가입자들의 동선을 파악하고 이들을 기다리는 작업은 매우 중요합니다.
[플랫폼-콘텐트 간 갈등 양상이 바뀌다… 한국의 미래는]
최근 로쿠와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자들의 갈등에서 우리가 파악할 수 있는 건 ‘유료 방송 시장’ 경쟁의 판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사실입니다. 콘텐트 사업자와 플랫폼 사업자 간 긴장 관계의 양상은 완전 달라졌습니다. 과거 미국에서 케이블TV와 TV네트워크 간 재전송, 송출, 그리고 블랙아웃이 주요 이슈였지만 이젠 ‘스트리밍 사업자와 이를 소비자에게 통합 전달해주는 포털(스트리밍 미디어 플레이어)’간 싸움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주제는 같지만 플레이어들이 바뀐 겁니다. 이는 미디어의 미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합니다. 미디어 시장 애널리스트인 모펫 내탄슨(Moffett Nathanson)은 “케이블TV가 맡았던 게이트키퍼(gatekeepers) 역할을 이제 로쿠가 대체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아직 한국은 스트리밍 서비스 거래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습니다. 웨이브(WAVVE)와 왓챠가 영업을 하고 있고 쿠팡 플레이와 시장에 새롭게 들어왔지만 이제 겨우 스트리밍 전쟁 1막이 오르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콘텐트 경쟁이 펼쳐질 올해(2021년) 2막이 펼쳐질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보단 10년 정도가 늦습니다. 미국은 넷플릭스가 2013년 <하우스 오브 카드 House of Cards>를 내놓으면서 스트리밍 서비스 경쟁이 본격화 됐습니다.
미국의 사례를 비춰볼 때 한국에도 스트리밍 플랫폼 싸움이 1~2년 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최신 기술을 빠르게 흡수하는 특성상 우리는 경기장(스트리밍 서비스) 입장과 동시에 각종 대회가 열리는 르네상스(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가 1~2년 내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 얼마전 네이버와 손을 잡은 티빙(Tving)도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로쿠(Roku)
로쿠(Roku)는 영국 출신 기업인인 앤서니 우드(Anthony J. Wood)가 지난 2002년 설립했습니다. 미국 조지아와 텍사스에서 자란 앤서니는 텍사스 A&M 대학을 졸했습니다. 현재 우드는 59억 달러의 로쿠 주식과 의결권의 68%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는 처음 <스타트렉> 에피소드를 보기 위해 이를 녹화하는 플레이어를 개발했습니다. 이후 1997년 ReplayTV를 설립했습니다. 처음엔 기업 공개로 명성을 얻던 TiVo를 따라 잡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지난 2002년에는 스트리밍 미디어 플레이어 로쿠(Roku)를 개발하고 같은 이름의 회사도 설립했습니다. 그 당시에 로쿠에 첫 서비스된 스트리밍 서비스는 당연히 넷플릭스(Netflix)였습니다. 사실 우드는 1년도 안된 기간이지만 넷플릭스에서 일하기도 했습니다. 손을 잡은 뒤 이 둘은 승승장구 합니다. 넷플릭스외 디즈니+, A+E, 라이프타임, CBS 등 거의 모든 채널과 스트리밍 서비스들도 제공되기 시작해 가입자도 급증했습니다. 지난해 1월부터 1월까지 9개월 동안 시청 시간이 전년 대비 53% 늘어난 417억 시간으로 늘었습니다. 명실공히 스트리밍 서비스를 대표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한 겁니다.
우드는 특이한 성격으로도 유명합니다. 항상 멜빵을 입고 다니며 사무실에서 운동하고 쉐보레 전기차를 몰고 다닙니다. 특히, 애완용 닭도 기릅니다. 기업 운영도 넷플릭스와 유사하게 다소 냉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용과 해고가 매우 빠릅니다. 그러나 동시에 회사 내 ‘재미 담당 부서(Department of the Fun Department)’를 만들어 로쿠를 즐겁게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References)
https://www.nytimes.com/2021/01/04/business/media/04economy-briefing-quibi-sale-content-roku.html
https://www.wsj.com/articles/roku-nears-deal-to-buy-rights-to-quibis-content-11609725389?page=1
https://www.wsj.com/articles/roku-throws-up-its-own-plot-twist-11609856486?page=1
https://www.bloomberg.com/profile/company/1778593D:US?sref=X1HNuu3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