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우리는 돈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 CNN과 같은 뉴스 조직은 전세계에 없다. 디스커버리의 미래 전략
디스커버리(Discovery)가 2021년 말 기준, 유료 스트리밍 가입자 2,200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2021년 초 출시한 프리미엄 스트리밍 서비스 디스커버리+(Discovery+)의 선전 탓입니다. 지난 2021년 3분기 디스커버리+의 가입자는 2,000만 명 수준이었습니다.
음식, 여행, 리얼리티, 사건 실화 등의 다큐멘터리 콘텐츠로 주로 채워진 디스커버리+는 출시 이후 조용한 가입자 증가세를 유지해왔습니다. 지난해 1분기 1,300만 명이었고 8월 말에는 1,800만 명을 넘어 이번에 2,0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디스커버리+는 두 종류의 상품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출시됩니다. 광고 포함 버전(4.99달러)와 광고 없는 버전(월 6.99달러)입니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광고 매출도 10% 이상 성장했습니다.
디스커버리+의 2,000만 명 돌파는 의미가 있습니다. 2분기 말 디스커버리와 워너미디어(WarnerMedia)가 합병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이 두 회사가 합칠 경우 1억 명에 가까운 글로벌 구독자를 확보하게 됐습니다. 넷플릭스(Netflix)와 디즈니+(Disney+)에 이어 어느 정도 유효 경쟁 구도를 형성하는 겁니다. 버라이어티의 보도에 따르면 두 회사의 합병은 빠르면 오는 4월 중순 마무리됩니다.
두 회사의 합병은 이미 미 법무부(DOJ)의 심사를 완료했으며 오는 3월 11일 디스커버리 주주총회 투표를 앞두고 있습니다. 합병 규모는 430억 달러이며 사명은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Warner Bros. Discovery)로 변경됩니다. 합병 후 2023년 520억 달러(62조 6,300억 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으며 비용 절감 및 효율화는 3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효과적이고 안정적인 투자]
75분 간에 컨퍼런스 콜에서 디스커버리 CEO 데이비 자슬라브는 합병 후 성장과 새로운 기회를 여려 번 언급했습니다. 콘텐츠 투자 규모도 2021년 40억 달러에서 2022년 50억 달러 이상(6조 250억 원)으로 늘립니다. 이와 관련 자슬라브는 디스커버리가 현재 80억 달러가 넘는 잉여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디스커버리는 스트리밍 전쟁 속 콘텐츠 투자는 늘리겠지만 단지 플랫폼에 더 많은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비용을 지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자슬라브는 “우리는 돈을 쓰는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톱 스트리밍 서비스들과 경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자슬라브는 “우리는 스마트하고 안전하게 투자할 것(we’re going to be smart and we’re going to be careful)”이라며 효율적인 투자 배분이 핵심임을 언급했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디스커버리의 푸드 네트워크(Food Network)는 600시간의 콘텐츠를 공급하는데 4억 달러 가까운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자슬라브는 여기에 400시간 콘텐츠를 더 투자하게 되면 오디언스는 조금 행복할 수 있지만, 수익을 올릴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디스커버리 CFO 군나르 비덴펠스(Gunnar Wiedenfels)도 “우리는 더 많은 돈을 쓰는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며 "많은 돈을 쓴다고 골을 넣지 못한다(“spending more money doesn’t score goals)"고 말했습니다.
자슬라브는 또 디스커버리의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FAST)의 출시 가능성도 이야기했습니다.
현재 프리미엄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a premium ad-free)나 하이브리드 광고-유료 서비스(lower cost ad-lite service) 등 이외 광고를 편성하는 대신, 무료로 제공하는 스트리밍 서비스입니다. 자슬라브는 이 서비스가 유료 모델과 공존할 것이라며 여러 개 스트리밍을 운영하는 것이 이상한 전략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합병 후 첫 작업은 CNN의 수장 뽑기]
디스커버리와 워너미디어의 합병을 우리가 유심히 관찰해야 하는 이유는 다양한 구독 모델이 합쳐져 있는 유일한 미디어 그룹이기 때문입니다.
워너미디어는 드라마, 예능, 다큐멘터리 등을 모두 편성하는 HBO MAX와 업계 최초 뉴스+다큐멘터리 유료 구독 모델을 시험할 CNN+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CNN+는 3월 출시 예정입니다. 여기에 여행, 음식 오리지널 다큐멘터리를 대거 보유하고 있는 디스커버리+가 합류할 경우 파급력은 기대 이상일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뉴스 애호가와 뉴스에 관심 있는 구독자 층에게는 워너미디어디스커버리가 제공하는 구독 상품들은 매우 매력적입니다.
물론 문제는 가격입니다. HBO MAX(9.99달러 광고 버전), 디스커버리+(4.99달러), CNN+(5.99달러) 등 3개 서비스를 모두 구독하면 21달러(2만5,000원 상당) 정도여서 부담이 없지 않습니다.
이에 디즈니 등의 사례를 봤을 때 합병 워너는 3개 스트리밍 상품을 묶어 15달러(월)내외의 가격으로 제공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럴 경우 디즈니의 묶음 스트리밍 상품(디즈니+, ESPN+, 훌루)과의 본격 경쟁도 예상됩니다.
이와 함께 자슬라브가 취임 후 가장 해야 하는 것은 CNN의 새로운 리더를 뽑는 일입니다. 지난 2013년부터 CNN을 이끌었던 제프 주커(Jeff Zucker)는 공개하지 않은 사내 연예 문제로 갑작스러운 사임을 결정했습니다. 컨퍼런스 콜에서 자슬라브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서 CNN의 역할을 언급했지만 대표 선임과 관련한 언급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글로벌 뉴스의 수호자 CNN, 현장을 지키다.]
CNN에 대해 자슬라브는 ‘글로벌 뉴스의 수호자(bastion of global newsgathering)’라며 지금의 적극적인 현장 보도를 극찬했다. 자슬라브 CEO는 “글로벌 어떤 뉴스도 CNN처럼, 보도하지 못하고 이런 조직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 “세계가 우크라이나 상황을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CNN이 그들의 가장 잘 하는 일(위험한 곳에서 진실을 말하고 전달하는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안전하게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평가하기 위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방탄조끼와 헬멧을 착용하며 포탄이 날아드는 현장으로 더 깊숙이 들어간 CNN에 대한 최고의 헌사입니다.
자슬라브의 찬사를 CNN은 바로 증명했습니다. 우리가 왜 CNN을 볼 수 밖에 없는 지를 그들은 현장에서 답했습니다.
CNN 유럽 특파원 크라리사 와드(Clarissa Ward)는 대피소로 쓰이는 지하철(Kharkiv) 역에 들어가 직접 시민들을 인터뷰해 전쟁의 공포와 잔인함을 글로벌 세계에 생생하게 전했다. CNN의 경쟁력이 어디 있는 지도 몸소 보여줬습니다.
특히, CNN의 21년차 국제 전문 기자 매튜 챈스(Matthew Chance)는 방송에서 헬멧과 방탄복을 입는 장면도 직접 보여줬습니다. 바로 CNN의 힘입니다.
ABC, CBS 등 다른 미디어들도 모두 우크라이나 현장에 다가섰지만 CNN의 ‘오디언스 눈높이’ 앵글과는 달랐습니다. 그들은 전형적인 기자의 시선으로 현장을 봤습니다.
이 역시 의미있지만, 어떤 화면이 더 가슴에 다가오는 지는 시청자가 판단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