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치열한 싸움, 지역 스포츠도 스트리밍으로 끌어들이다. 싱클레어 지역 스포츠 OTT 구상 본격화
미국 2위 지역 방송 사업자 싱클레어, 오는 6월 지역 메이저 스포츠 경기 중계하는 스트리밍 서비스 런칭 발표. 월 가격은 10달러 정도. 올해 97만 명 시작으로 1,000만 명 가까운 가입자 전망. 지역 스포츠 스트리밍은 방송 구조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
미국의 TV스포츠 중계 시스템은 좀 독특합니다.
케이블TV나 스트리밍 서비스 등이 전국 단위 중계를 하지만, 또 다른 핵심은 각 지역 TV와 온라인에 경기를 중계하는 지역 스포츠 네트워크(Regional Sports Network, RSN)입니다. 이들 RSN은 자체 지상파TV로 중계합니다. 지역 케이블TV는 이 방송을 재전송하면서 가입자들에게 많은 프로그램 사용료를 받습니다. 스포츠 지역색이 매우 강한 미국만의 방송 시스템입니다.
스포츠 중계는 미국 실시간 방송에서 여전히 중요한 콘텐츠입니다. 닐슨(Nielsen)에 따르면 2021년 방송된 시청률 상위 25개 프로그램 중 23 개가 스포츠 장르였습니다. 그래서 지역 케이블TV에게는 스포츠가 ‘구독자를 확보’하는 매우 중요한 콘텐츠입니다.
그러나 최근 스포츠 중계 역시 스트리밍 서비스에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은 15개 목요일 미국 프로미식축구(NFL) 경기 스트리밍을 위해 10억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아울러 ESPN+, 후보(Fubo)와 같은 스포츠 전문 스트리밍도 점유율을 높이고 있습니다.
급기야 미국 2위 지역 방송 미디어인 싱클레어 브로드캐스트 그룹(Sinclair Broadcast Group)가 오는 6월 새로운 지역 스포츠 전문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놓는다고 밝혔습니다.
프로 농구, 야구, 하키 경기만 중계하는 이 스트리밍은 ‘스포츠 때문에 케이블TV’를 구독하는 지역민들을 타깃으로 합니다. 이를 이용하면 프로농구 경기 하나를 보려고 월 100달러 가까이나 되는 유료 방송을 가입할 필요가 없게 됩니다.
그러나 싱클레어는 스트리밍 시대 보다 큰 시장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크리스 리플레이(Chris Ripley) 싱클레어 CEO는 지난 1월 실적 발표에서 “이 서비스는 실시간 TV상품 구독 없이 스포츠나 일부 콘텐츠를 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팬들이 지역팀과 함께 성장하고 긴밀하게 호흡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작”이라고 강조했습니다.
193개 지역 지상파 방송사를 보유해 미국 TV커버리지의 40%를 차지하는 싱클레어(The Sinclair Broadcast Group)는 지난 2019년 폭스의 RSN을 96억 달러에 인수, 21개 스포츠 중계 RSN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싱클레어의 지역 스포츠 스트리밍 시장 진출은 파급력이 큽니다. 그동안 스포츠 중계로 생존했던 미국 지역 유료 방송 생태계를 완전히 흔들 수도 있습니다.
1월 계획이 나왔을 때만 해도 큰 반응이 없었지만, 싱클레어가 서비스를 위해 속속 중계권 협상을 하고 있는 상황이 오는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싱클레어가 지역 스포츠 중계를 시작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그동안 스포츠 중계 재전송을 담당하며 자신들에게 많은 프로그램 사용료를 지급했던 유료 방송이 망가지고 있고 전체 방송 시장이 스트리밍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싱클레어의 판단 “유료 방송의 몰락”]
미국 유료 방송은 위기 상황입니다. TV시장 분석 기업 모펫내탄슨(MoffettNathanson)에 따르면 최근 6년 간 1,500만 가구 이상이 유료 방송 구독을 중단했습니다.
앞으로 상황은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모펫은 오는 2024년이면 미국 전역의 케이블TV 등 유료 방송 구독이 7,300만 가구 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미국이 현재 2억 가구 정도 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유료 방송의 가정 침투율이 50% 보다 훨씬 낮아져 ‘유료 방송을 보지 않는 가구’가 더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케이블TV를 떠나 독자적인 중계 시스템을 갖추는 싱클레어의 전략은 당연합니다.
케이블TV의 위기는 지역 스포츠 경기 중계의 위기로도 볼 수 있습니다. 지역 스포츠 중계를 볼 수 없는 지역민들이 늘고 있고 심지어 일부는 케이블TV와 지역 스포츠 중계 방송사(NBC, CBS, ABC 지역)와의 잦은 수신료 분쟁으로 케이블TV를 가입하고도 ‘블랙아웃’을 경험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싱클레어는 메이저 스포츠 경기를 시작으로 대상 경기도 더 늘린다는 계획입니다.
물론 싱클레어 지역 스포츠 스트리밍 서비스는 시장 안착이 쉽지 만은 않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에서 경쟁자가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또 다른 큰 문제는 싱클레어가 모든 지역 팀의 스트리밍 경기 중계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싱클레어는 메이저 스포츠 리그의 경우 NBA 16개, MLB 14개, 12개 NHL팀 중계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역 스포츠 스트리밍 서비스 런칭을 위해선 지역 중계 권리 관계부터 정리해야 하는 겁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NBA나 NHL은 싱클레어의 지역 스포츠 스트리밍을 허용했지만, 메이저리그(Major League Baseball)은 여전히 온라인 중계권 판매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싱클레어는 “스포츠팀들의 선택은 별로 없다. 결국 싱클레어와 협조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리플리 CEO는 “우리는 지역 스포츠팀에 대한 독점적인 현지 중계 권리를 가지고 있다”며 “다른 어떤 사업자도 우리처럼 자연스럽게 지역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할 수 없다”고 자신했습니다.
싱클레어는 월 이용 가격을 15~20달러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입자의 경우 올해 97만 5,000명을 시작으로 오는 2017년 970만 명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싱클레어의 판단 “스트리밍은 이미 대세”]
방송 시장은 이미 스트리밍 서비스로 주도권이 넘어갔습니다. 넷플릭스의 미국 내 가입자는 7,000만 명이 넘었는데 이미 미국 케이블TV시장 규모와 맞먹습니다. 게다가 서비스 간 경쟁도 치열해져 더 많은 오리지널 콘텐츠가 나오고 있습니다.
사업자는 괴롭지만 가입자는 모여듭니다.
PA가 최근 밝힌 2021년 글로벌 스트리밍 디지털 오리지널 시장 ‘글로벌 수요 점유율(Global Platform Demand)’을 보면 넷플릭스 점유율이 처음으로 5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각 플랫폼들이 제공하는 오리지널 콘텐츠들의 수요를 합쳐 플랫폼의 수요로 환산한 것인데 ‘소비자들의 보는 스트리밍이 다양해졌다’는 말이 됩니다.
스트리밍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는 만큼, 다른 말로 하면 스트리밍 서비스는 대세가 되고 경쟁은 치열해 진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시장 변화가 싱클레어의 지역 스포츠 스트리밍을 런칭시켰습니다.
싱클레어의 지역 스트리밍 서비스 계획은 다른 사업자에게 확산될 가능성이 큽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뉴욕 지역 프로팀들의 중계권을 가진 MSG네트워크(뉴욕 닉스, 뉴욕 레인저스, 뉴저지 데블스, 뉴욕 아이스랜더)도 올해 말 지역 스포츠 스트리밍을 런칭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컨설팅 회사 LHB 스포츠 엔터테인먼트&미디어(LHB Sports Entertainment and Media Inc) 대표는 인터뷰에서 “싱클레어가 가진 고민을 다른 스포츠 중계 네트워크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며 “현재 비즈니스 모델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실시간 방송은 점점 스트리밍에 뒤지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한국은?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고 말씀하실 겁니다. 맞습니다.
그렇지만, 여기서 우리가 얻어야 하는 결론은 지역 스트리밍 시장 혹은 콘텐츠 시장을 활성화 시키는 방법입니다. 스트리밍을 해야 할 지역 콘텐츠가 있다면 지역 스트리밍도 생길 겁니다. 지역 스트리밍이 먼저 생기는 경우는 정치적이거나 정책적인 이슈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생존 가능성은 더 희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