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스트리밍 서비스, 드디어 왕관(The Crown)을 쓰다. /에미상을 장악한 넷플릭스, 애플 TV+
지난 9월 19일, 미국 LA에서 열린 제 73회 에미(Emmy)상 시상식에서 넷플릭스, 총 44개의 상을 수상하며 최고 스튜디오로 등극. 특히, 10년 도전 만에 '더 크라운(The Crown)'으로 최고 드라마상/애플 스트리밍 애플 TV+도 '테드 라소'로 시작 2년 만에 최고 코미디상 받아/반면, CBS는 단 한개의 상도 못받는 등 퇴조 본격화
(2021-09-21)
스트리밍 서비스가 TV 콘텐츠 시장 대세임이 다시 한번 확인됐습니다. 지난 9월 19일(미국 시간) 미국 LA에서 열린 제 73회 에미상(Emmy Award) 시상식에서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Netflix)와 애플 TV+(Apple TV+)는 드라마, 코미디, 단편 등 주요 부문을 모두 석권했습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에미상을 주최하는 텔레비전 아카데미(Television Academy) 투표 참여자들은 엔터테인먼트의 흐름이 채널을 돌리는 전통적인 TV에서 콘텐츠를 클릭하는 몰아보기(binge viewing)로 옮겨갔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보도했습니다.
73회 에미는 넷플릭스 크라운(The Crown)과 애플 TV+의 ‘테드 라소(Ted Lasso)’가 휩쓸었습니다. 둘 다 스트리밍 서비스 작품이자 영국산 드라마입니다. 버라이어티는 ‘영국과 스트리밍의 새로운 침략(New British and Streaming Invasions)’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넷플릭스 작품 중에서도 ‘더 크라운(The Crown)’은 단연 압권이었습니다. 영국 왕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제 73회 에미상에서 최고 드라마상을 받았습니다. 넷플릭스가 최고 작품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현재 시즌4까지 이어진 더 크라운은 가장 뜨거운 주제인 찰스 황태자와 다이애나 왕세비자비에 대해 다룹니다.
‘더 크라운’은 연기 부문 주요 상도 휩쓸었습니다. 엘리자베스2세 여왕 역의 올리비아 콜먼은 드라마 부문 최고 여자배우상(actress in a drama)을 받았습니다. 그녀는 엘리자베스 여왕 역으로 여우 주연상을 받은 두 번째 배우가 됐습니다. 지난 2018년 클레어 포이(Claire Foy)도 이 상을 수상했습니다.
아울러 찰스 황태자 역에 조쉬 오코너(Josh O’Connor), 마가렛 대처 총리를 연기한 질리언 앤더슨(Gillian Anderson), 필립 왕자를 맡은 토비이스 멘지스(Tobias Menzies) 역시 연기 부분 상을 받았습니다. ‘더 크라운’에서 수식 프로듀서를 맡은 피터 모르간(Peter Morgan)은 수상 소감에서 “나는 매우 자랑스럽고 기쁘다”고 말했다. ‘더 크라운’은 총 63개 부문 후보작에 올라 21개 상을 수상했습니다.
넷플릭스의 체스 드라마 ‘퀸스 갬빗’ 역시 최고 단편 시리즈를 포함한 7개 부문을 상을 받았습니다. 보통 단편 시리즈는 많은 자본이 투입돼 유명 배우가 등장하는 시청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장르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에 이 부문에서 상을 받으면 작품과 흥행성 모두를 인정 받은 셈이 됩니다. 때문에 이 부분은 가장 늦게 수상자 발표를 하며 이전에는 최우수 드라마 부문에 포함됐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넷플릭스는 최고 드라마 상과 최고 단편 시리즈상을 모두 수상한 스튜디오가 됐습니다.
넷플릭스는 지난 2013년 오리지널 콘텐츠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래 10년 가까이 이 부분 수상을 통해 그들의 작품을 대중에 인정 받으려는 시도를 해왔습니다. 그동안 2013~2020년까지 최고 드라마, 최고 코미디, 최고 단편 시리즈에 30번 노미네이트 됐지만 단 한번도 상을 가지고 가지 못했습니다.
[넷플릭스, 10년 설움 극복]
넷플릭스는 그 사이 연기상, 각본, 시각 효과 등 다양한 부문에서 상을 받았지만 작품성을 인정 받는 ‘최고의 영예’는 얻지 못했습니다. 최대 경쟁자인 HBO에 번번히 밀려 넷플릭스는 자존심에 상처를 크게 입었습니다.
사실 에미상이 스트리밍 서비스 작품에 인색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더 크라운’ 전에 최고 드라마상을 받은 작품은 훌루(Hulu)의 ‘핸드메이드 테일(The Handmaid’s Tale)’이 4년 전 받은 상이 유일했습니다.
최고 단편 시리즈의 경우 ‘퀸스 갬빗’이 스트리밍 서비스로는 처음 수상이었습니다. 의미 있는 결과는 넷플릭스가 처음으로 수상 기준, HBO를 넘었다는 겁니다. 넷플릭스는 44개 부문에서 상은 가져간 반면, HBO는 수상(HBO MAX포함)이 19개에 그쳤습니다.
[애플, 서비스 시작 2년 만에 쾌거]
19일 저녁은 애플에게도 특별했습니다. 애플의 시트콤 ‘테드 라소(Ted Lasso)’는 코미디 부문 최고 작품상을 받았습니다. 지난 2019년 11월 런칭한 애플 TV+로서는 2년 만에 최고의 영예를 받은 셈입니다.
‘테드 라소’로 출연한 제이슨 수데이키스(Jason Sudeikis)는 코미디 부문 남우주연상을, 동료 출연자 브렛 골드스타인(Brett Goldstein)과 한나 워딩엄(Hannah Waddingham)이 조연 부문에서 수상했습니다. 이 작품의 수석 프로듀서이자 출연도 한 워딩엄은 “제이슨, 당신이 내 삶을 바꿨다”고 수상 소감을 밝히며 모든 공을 제이슨 수데이키에게로 돌렸습니다.
HBO의 스트리밍 서비스 HBO MAX는 에미상에 첫 등판한 올해 처음 코미디 드라마 ‘핵스(Hacks)’로 최고 감독상, 각본상, 여우 코미디 주연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팬데믹이 만들어 준 스트리밍 세상]
이런 스트리밍 서비스들의 약진은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만들어줬습니다.
2020년 상반기 사실상 모든 미국 사회가 폐쇄된 이 때 많은 사람들은 스마트폰, PC 등을 통해 스트리밍 서비스를 대거 소비했습니다.NBC유니버설의 피콕(Peacock), HBO MAX, 파라마운트+(Paramount+) 등 이 시기 모두 데뷔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4월 “해리스X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74%가 스트리밍 서비스에 가입했고 이는 1분기보다 250만 명이 증가한 수치”라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케이블TV는 자존심을 대폭 구겼습니다. HBO는 케이트 윈슬렛(Kate Winslet) 주연의 ‘Mare of Easttown’으로 최고 단편 시리즈 여우 주연상을 받은 데 위안을 삼아야 했습니다. 드라마에서 케이트 윈슬렛 친구로 나온 에반 피터스(Evan Peters)도 여우 조연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HBO의 승리라기 보다는 팬데믹 상황과 드라마의 무겁지만 의미 있는 주제가 잘 맞아떨어졌다는 평가입니다. 케이블TV의 경우 ‘RuPaul Drag’s Race’가 최고 경쟁 시리즈(the best competition series)에서 4회 연속 상을 수상했습니다.
[숫자로 보는 스트리밍 세상. 1974년 이후 최고]
지난 7월 넷플릭스의 선전은 이미 예고됐습니다. 당시 129개 부문에 후보작을 올린 것이다. 당시 HBO가 130개 부문에 작품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수상 실적에서는 넷플릭스, 애플 등 스트리밍 서비스는 케이블TV를 압도했습니다. 특히, 넷플릭스는 사상 처음으로 44개 부문에서 상(the Creative Arts Emmys 포함)을 가지고 갔습니다. 지난 1974년 CBS 이후 최고의 성적입니다.
애플의 TV+의 ‘테드 라소’는 73회 에미상 20개 부문에 후보작으로 올라 7개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20개 부문의 후보작은 1년차 코미디 드라마 중에선 가장 좋은 성적입니다.
그러나 전통적인 TV 스테이션은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넷플릭스가 역대 최고 성적을 올린 사이 CBS는 프라임 쇼 부문에서 단 한 개의 상도 건지지 못했습니다. NBC는 ‘Saturday Night Live’로 겨우 체면치레를 했습니다.
참고로 미국 시청자들의 전통TV 이탈은 이미 현재 진행형입니다. 버라이어티의 지난 7월 ‘선호하는 상위 20위 미디어 플랫폼을 비교해보면 15세~29세 연령에선 1위가 넷플릭스였으며 전통 방송사는 10위 안에 들지 못했습니다.
60대 이상 세대에서만이 CBS와 ABC가 2위 3위를 기록했습니다. (이마저도 페이스북이 1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