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우리가 무엇을 보게 될 지 알 수 없다.”(There is no knowing what we shall see!)”/넷플릭스가 삼킨 달콤한 초콜릿
넷플릭스 최근 로알드 달 스토리 컴퍼스, 7억 달러에 인수. 이 회사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 '마틸다' 등 전세계 어린이들에게 사랑 받는 수많은 작품 보유하고 있는 원천 IP회사. 최근 오리지널 콘텐츠에서 확장을 거듭하고 상품, 게임, 메타버스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넷플릭스와 로알드가 만나면 전혀 새로운 콘텐츠가 나올 수 있다는 분석.
(2021-09-28)
미국 미디어 전문 미디어 할리우드리포터(Hollywood Reporter)는 지난 9월 22일 “넷플릭스(Netflix)가 최고의 골든 티켓을 구입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Netflix has bought itself the ultimate golden ticket)
넷플릭스가 그날 영국 스토리 회사 로알드 달 스토리 컴퍼니(Roald Dahl Story Company)를 인수했다는 발표가 나온 뒤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로알드 달(Roald Dahl)은 현존하는 스토리 기업 중 가장 많은 가치 있는 작품들을 가진 곳 중 하나입니다. 오랜 기간 아이들에게 사랑 받아 온 ‘찰리&초콜릿 공장(include 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 ‘마틸다(Matilda), The BFG (Big Friendly Giant) 등 수많은 명작 동화들을 보유했습니다. 어린이가 살고 있는 집이라면 로알드의 책 한 권 없기는 힘듭니다. 구체적인 인수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7억 달러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최근 넷플릭스가 인수한 회사 중 가장 거액입니다.
[멀티 포맷 뛰어든 넷플릭스, 이야기 수집에 나서]
지난 2013년 이후 오리지널 콘텐츠에 집중 투자하고 있고 게임 시장에까지 진출한 넷플릭스가 명품 이야기 회사를 인수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넷플릭스는 지난 2018년 로알드 달 스토리 컴퍼니의 16개 타이틀의 판권을 수백만 달러에 인수한 바 있습니다.
이 계약에 따라 넷플릭스는 현재 타이카 와이티티(Taika Waititi)가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원작으로 한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또 소니와 워킹타이틀(Working Title)은 ‘마틸다 뮤지컬’’을 각색한 콘텐츠를 제작 중입니다. 이번 인수로 로이드 달 작품 기반 제작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인수를 발표 하면서 넷플릭스 공동 CEO 테드 사란도스(Ted Sarandos)와 로알드 달 스토리 컴퍼니의 루크 켈리(Luke Kelly) 운영 이사는 “로알드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 TV, 게임, 뮤지컬, 연극 등 무한대 포맷으로 작품을 제작해 독창적인 세계(“unique universe)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발표에서 그들은 달의 작품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James and the Giant Peach)’에 등장하는 유명한 대사를 인용했습니다.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에서 무당벌레가 우리는 이제 가장 경이로운 곳을 방문해 가장 멋진 것들을 보게 될 것이다. 이내 지네들이 대답하길 ‘우리가 무엇을 보게 될지 알 수 없다!(There is no knowing what we shall see!)”.
최고의 스트리밍 회사 넷플릭스와 무한대의 상상력을 가진 로알드 달의 만남은 어떤 스테이지로 우리를 데려가 줄지 알 수 없습니다. 넷플릭스와 로알드 달 스토리 컴퍼니는 “스토리텔링에 대한 깊은 사랑과 점점 커지는 전세계 팬 층을 공유하고 있다. 우리는 이 사랑 받는 이야기들을 새로 쓸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가졌고, 다음 세대 동안 전 세계의 아이들과 어른들을 즐겁게 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1916년에 태어난 로알드 달은 1990년 사망할 때까지 엄청난 인기의 동화책들을 썼습니다. 달의 책은 전세계 63개 언어로 번역됐고 지금까지 3억 부가 넘는 책이 판매됐습니다. 달의 책은 글로벌 시장에서 지금도 2.6초만에 한권씩 팔리고 있습니다. 영국 웨일즈 출신인 이 작가는 할리우드에서도 사랑 받았다. 이하는 달 소설 중 영화화가 된 작품들입니다.
Willy Wonka & the Chocolate Factory (1971), Danny, the Champion of the World (1989), The BFG (1989), The Witches (1990), James and the Giant Peach (1996), Matilda (1996), 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 (2005), Fantastic Mr. Fox (2009), Roald Dahl’s Esio Trot (2015), The BFG (2016), Revolting Rhymes (2016) Willy Wonka and the Chocolate Factory (2017), The Witches (2020) and the upcoming prequel story Wonka (2023).
[실리콘밸리 기술 기업, 스토리를 손에 넣다.]
넷플릭스가 로알드 달을 인수한 의미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와 ‘마틸다’의 판권을 가졌다는 의미를 뛰어넘는습니다. 넷플릭스 인수 사상 최고 금액인 7억 달러를 투자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창의적인 이야기에 목말랐던 넷플릭스는 그동안 많은 스토리 기업을 사들였지만 별볼일 없었습니다. 코믹북 출판사 미라월드(Millarworld)와 어린이 대상 콘텐츠 스튜디오 스토리봇(StoryBots) 등은 최근 넷플릭스가 사들인 기업입니다.
그러나 이번 계약은 금액보다 상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경쟁사인 아마존이 MGM을 사들이고 디즈니가 루카스필름을 손에 넣은 것에 비할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의 가장 아픈 손가락이었던 ‘기술 기업’의 한계를 ‘스토리’로 극복한 겁니다.
넷플릭스는 늘 말해왔습니다. 최근 디즈커버리와 워너미디어가 합병하고 아마존이 움직일 때도 “자신들은 수 천명의 직원과 인프라를 가진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 company)에 관심이 없다”고 말입니다. 이 지점에서 넷플릭스의 달(Dahl) 인수는 “이 회사가 남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대신, 자신의 스토리로 새로운 역사를 그리는데 더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무경계의 콘텐츠를 가진 달은 어쩌면 넷플릭스가 가장 바라는 이상적인 회사입니다. 전세계 2억 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넷플릭스는 더 이상 방송사나 극장 영화가 필요치 않습니다. 오히려 메타버스, 연극 등으로 확장해갈 이야기의 원천이 그들에게는 더 매력적입니다.
현재 로알드 달 스토리 컴퍼니는 직원이 수십 명 수준입니다. 이들이 TV와 영화 판권, 책 출판 등을 모두 담당합니다. 때문에 많은 미디어 기업이 로알드 달에 관심을 가졌지만, 달의 유가족들은 자신들의 콘텐츠의 생명력을 가장 잘 유지시켜줄 넷플릭스를 택했습니다.
[진정한 오리지널 콘텐츠 기업으로 바뀌고 있는 넷플릭스]
스트리밍 전쟁이 격화되고 메타버스, 게임, 오디오 등으로 미디어 포맷이 다변화됨에 따라 이런 변용의 원천이 되는 ‘지적재산권(IP)’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많은 부가가치를 안겨줄 강력한 IP를 갖기 위해 콘텐츠 기업 인수전에도 뛰어들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IP 확보 대열 첫 줄에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기존 다른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TV 쇼와 영화를 공급하며 세를 불려왔습니다. 지난 2013년 이후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를 시작했지만 여전히 많은 프로그램들이 외부 스튜디오에서 OEM형태로 수급 받는 오리지널들입니다.
이제 넷플릭스는 새로운 차원의 ‘오리지널(Original)을 시작하는 모양새입니다. 그들의 원작으로 기획해 만들고 상영하는 ‘수직 계열화’를 구축하는 겁니다. 이런 원작 영화들은 게임과 책, 오디오 등 무한대의 버전으로 재생산되며 추가 수익을 가져다 줄 겁니다.
넷플릭스의 움직임에는 격화된 스트리밍 전쟁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디즈니나 NBC유니버설, 워너미디어 등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완성한 스튜디오들은 이제 더 이상 넷플릭스에 작품을 공급하지 않습니다.
소니 등 중소 스튜디오와 독점 공급 계약을 맺었지만, 이 정도로는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이에 자체 오리지널 플랫폼 구축으로 방향을 서서히 틀고 있고 그 전초전으로 IP회사들을 인수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이전 많은 미디어 기업들도 이런 길을 밟아왔습니다. 디즈니는 영화와 애니메이션 사업을 위해 픽사(Pixar)와 마블(Marvel), 루카스필름(Lucasfilm)을 인수했습니다. 워너미디어도 현존하는 책 중 가장 큰 프랜차이즈 작품인 해리포터(Harry Porter)의 판권과 DC코믹스 히어로 IP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스트리밍 경쟁은 넷플릭스의 IP확보 속도를 더 높일 것으로 보입니다. 디즈니+가입자가 1억 명을 넘어선 이상 넷플릭스도 느긋하게 2부리그 경쟁을 지켜볼 수 없습니다. 디즈니의 1억 명 돌파전에는 스타워즈 등 오리지널 IP가 가장 선봉에 섰다는 사실은 자명합니다.
[넷플릭스 우주(Netflix Universe)를 만드는 시도]
넷플릭스는 달의 인수를 통해 지금까지 없는 ‘콘텐츠 유니버스’를 꿈꾸고 있습니다.
달의 개별 동화들이 모두 영상이나 음성으로 구독자를 확보할 수 있으며 이들이 서로 섞이는 메타버스도 넷플릭스는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일부 비평가들은 이미 너무 많은 달(Dahl)의 작품들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졌다고 지적한다. 희소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이는 새로운 미디어 포맷과 만나 만들어질 새로운 진보를 무시한 생각입니다. “좋은 이야기는 늘 좋은 작품을 만들어낸다.” 디즈니가 인수한 루카스 필름도 ‘만달로리언(The Mandalorian)’을 히트시켰습니다.
블룸버그는 달 스토리 컴퍼니가 몇 가지 측면에서 넷플릭스의 수요를 충족시켜준다고 분석했습니다. 달의 책은 글로벌 시장에서 모두 통용되며 디즈니가 장악하고 있는 어린이 시장에서 달의 작품 경쟁력이 매우 높다는 겁니다.
게다가 달의 상상력은 비디오 게임이나 상품, 실제 대면 이벤트로 만들 무궁무진한 소재가 됩니다.
넷플릭스는 미국에서 온라인 쇼핑몰을 시작했습니다. 넷플릭스가 더 이상 TV와 영화에서만 머물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지난 9월 25일 개최한 넷플릭스의 팬 이벤트 ‘Tudum’에서도 ‘기묘한 이야기’와 ‘위처’의 상품이 화제였습니다.
그리고 한국에도 이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겁니다. ‘오징어 게임’의 유니폼을 입고 나온 리드 헤이스팅스가 이를 몸소 증명해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