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오징어 게임'의 성공 그리고 ‘세계의 TV가 되고 있는 넷플릭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오징어 게임(Squid Game)'. 한국 콘텐츠로는 처음으로 미국 시장 인기 1위에 올라. 넷플릭스의 글로벌 드라마 중에서도 영어권 이외 국가 콘텐츠가 1위를 기록하는 건 드문 현상. 이는 콘텐츠의 우수성에 기인하지만, 넷플릭스 완성한 '세계 TV 플랫폼'도 한 몫했다는 분석.
(2021-09-23)
넷플릭스(Netflix)에 서비스 되고 있는 한국산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미국 Squid Game)’의 글로벌 시장 내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습니다. 미국 넷플릭스에 따르면 지난 9월 17일 공개된 ‘오징어 게임’은 21일 전체 순위 1위에 올랐습니다. 한국 드라마로는 최초입니다. 전날까지 1위였던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를 앞질렀습니다. 기존 한국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가 기록한 최고 순위는 지난해 공개된 ‘스위트홈’의 기록인 미국 3위입니다.
‘오징어 게임’은 더는 물러날 곳이 없는 이들이 거대한 공간에 갇혀 456억원의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벌이는 싸움을 그렸습니다. 미스터리한 서바이벌 게임이 긴장감을 자아냅니다. 영화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 ‘도굴’ 의 황동혁 감독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배우 이정재와 박해수, 오영수 등이 출연합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흥행은 더 기대되는 상황입니다. 드라마, 영화의 글로벌 시장 수요도를 측정하는 패럿 애널리스틱스(PA)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시장 수요(인기)는 11위까지 급상승했습니다. 특히, 최근 30일간 1만4,756위가 올랐습니다. 미국 수요도 글로벌과 같은 11위였습니다.
‘오징어 게임’뿐만 아니라 한국 드라마는 이제 넷플릭스에서 더 이상 낮설지 않습니다. 킹덤(The Kingdom)’, ‘사랑의 불시착(영어 Crash Landing on You)’ 등은 넷플릭스에 소개돼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물론 ‘오징어 게임’의 성공 요인 1순위는 콘텐츠가 완성도입니다. 생존 게임을 한다는 설정이 일본의 ‘배틀 로얄’과 유사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유니버설한 스토리라인’을 가졌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그러나 더 놀라운 건 속도입니다. 이런 빠른 호평은 작품 완성도만으로는 설명하기 부족합니다. 여기에 바로 넷플릭스의 최근 글로벌 플랫폼 전략이 숨어 있습니다.
2021년 9월 현재 넷플릭스는 총 40여개 국에서 콘텐츠를 수급 합니다. 진출 국가도 195개가 넘습니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미국 가입자 중 97%가 한 번 이상 자막이 있는 인터내셔널 콘텐츠를 봤습니다.
[오리지널에서 시작해 완성된 세계의 TV]
이렇듯 넷플릭스는 이제 더 이상 미국과 영국의 서비스가 아닙니다. 넷플릭스는 이제 디즈니나 폭스 등 그 어떤 미디어 그룹도 다다르지 못한 세계의 TV가 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이 경지에 오른 건 우연이 아닙니다. 지난 2013년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 시작된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지금의 넷플릭스를 완성했습니다. 글로벌 진출 방식도 달랐습니다. 미국 콘텐츠를 소개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글로벌 시장에 통할 만한 로컬 콘텐츠를 만드는 ‘local for Global’ 전략이 주요했습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로컬 콘텐츠의 여정은 지난 2017년 이후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벨라 바자리아(Bela Bajaria)가 최고 콘텐츠 책임자에 오른 이후 더 강해졌습니다.
런던과 미국, 잠비아 등에서 살았던 벨라 바자리아의 글로벌 콘텐츠 선구안은 탁월합니다. 그녀는 지난 2017년 인도에서의 중매결혼에 관한 2017년 다큐멘터리 영화 ‘어 수터블 걸(A Suitable Girl)’를 보고 감독과 이야기를 나눈 후 뭔가가 떠올랐다고 LA타임스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그녀의 부모님 역시 한때 바자리아에게 맞는 결혼 상대를 섭외해 뒀었습니다. 그녀는 이 다큐멘터리에 “가족 드라마, 문화적 충돌, 결혼 여부에 대한 긴장감 등 전형적인 미국 데이트 쇼에서 그려지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위험 있다는 것”을 파악했습니다. 이어 바자리아는 이런 긴장감으로 리얼리티 드라마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이에 그녀는 이 다큐멘터리 제작자 중 한명인 스므리티 문드라(Smriti Mundhra)와 이야기를 나눴고 이 결과는 지난 2020년 넷플릭스 리얼리티쇼 ‘매치메이킹 인디아 중매를 부탁해(Indian Matchmaking)로 탄생했습니다.
이 리얼리티 쇼는 인도인과 인도계 미국인들이 중매인의 도움을 받아 연애를 탐색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로컬과 인터내셔널의 수요를 정확히 파악해 만들어진 이 드라마는 인도와 글로벌 시장에서 모두 성공했습니다. 인도 넷플릭스 가입자 중 4분의 1이 이 콘텐츠를 시청했습니다. 첫 4주 동안 인도 밖 수백만 명의 구독자가 이를 시청했습니다.
이에 대해 바자리아는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중매라는 컨셉트가 미국에서도 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미국인들은 밀고 당기기와 사랑, 중매 결혼과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매치메이킹’의 성공과 바자리아가 만들어 낸 글로벌 콘텐츠는 그녀를 넷플릭스 최고 콘텐츠책임자로 이끌었습니다. 바자리아는 이제 글로벌 시장 가입자 2억900만 명이 보는 콘텐츠를 감독하고 있습니다. 바자리아는 지금 비영어 콘텐츠 시리즈에 글로벌 고객을 이끄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없던 열기입니다.
바자리아는 멕시코 스릴러 드라마 ‘누가 사라를 죽였을까(Who Killed Sara)’에서부터 독일 드라마 ‘바바리안(Barbarians)’까지 엄청난 스펙트럼의 콘텐츠 생산을 책임졌습니다.
또 하반기 방영되는 폴란드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판타지 드라마 ‘위처(The Witcher)’의 시즌2의 제작 과정도 감독했습니다. 이어 바자리아는 연말 인기 일본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실사 버전 ‘카우보이 비밥(“Cowboy Bebop)’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의 이런 다양성은 가입자들의 지리적 분포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넷플릭스 구독자의 35%만이 미국과 캐나다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미 세계에서 제일 다양한 인종과 국적 사람들이 소비하는 서비스가 된 것입니다.
[준비된 사업자, 지키는 자의 여유로움]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에서 넷플릭스는 지키는 입장입니다. 디즈니+와 HBO MAX 그리고 또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넷플릭스의 아성을 공략 중입니다. 때문에 지난해 팬데믹 상황에서 가입자가 급증했던 넷플릭스도 지난 2분기 150만 명의 구독자를 추가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넷플릭스의 성장성은 높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미 다국적 기업과 같은 형태의 ‘리스크 분산’을 할 수 있는 구독자 분포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스트리밍 서비스 분석 기업 피보탈 리서치 그룹(Pivotal Research Group) 수석 애널리스트인 제프 윌다르차크(Jeff Wlodarczak)는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넷플릭스는 이런 세계 TV전략으로 동종 서비스보다 몇 년 앞서 있다"며 “이 전략은 많은 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가져다 주고 더 많은 글로벌 가입자를 창출할수록, 넷플릭스는 지역 콘텐츠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당분간 넷플릭스의 우세는 당연해 보입니다. 동시에 한국 콘텐츠의 우세도 점쳐집니다. 그러나 넷플릭스만을 믿고 있으면 안됩니다. 우리(한국)는 세계의 TV에서 최고의 콘텐츠 사업자가 될 자격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