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드라마는 죽지 않는다. 다만 잠시 사라질 뿐이다. /스트리밍을 만나 '죽어도 되살아나는' 좀비(Zombie) IP 드라마'
스트리밍 서비스로 콘텐츠 공개 및 시청 주도권이 넘어가면서 과거 유명했던 드라마나 지금 인기 드라마들이 다시 만들어지고 끊없이 시즌을 이어가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음. 버라이어티는 이런 드라마들을 죽지 않는다는 의미의 '좀비 IP'를 가졌다고 평가. 골든 글로브 수상 후보작에도 오른 '오징어 게임'도 코리안 좀비IP가 될 가능성 다분
‘좀비IP(Zombie IP)’
죽지 않는 지적재산권(IP)이라는 말로 미국 미디어 전문지 버라이어티(Variety)는 ‘석세션’이나 ‘섹스&더 시티’와 같이 끊임 없이 재생산되는 드라마 등을 이렇게 지칭했습니다.
HBO의 명품 드라마 ‘석세션(Succession)’은 지난 12월 12일 미국에서 시즌3가 마무리됐습니다. 이 드라마의 마지막 에피소드의 실시간 시청자 수는 170만 명이었습니다.
이는 시즌3의 평균 시청자 수가 53만 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며 첫 에피소드 140만 명 보다 더 많았습니다. 특히, 이날 최종회는 지난 시즌2의 마지막 에피소드보다 통합 시청자 수는 47%가 증가해 성공적인 시리즈로 기록됐습니다.
HBO는 10월 17일 시작한 시즌3 첫 에피소드의 시청자 수(통합) 700만 명에 육박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는 지금까지 HBO MAX(스트리밍 서비스) 서비스 시작 이휘 1위 기록입니다.
성과에 따라 모두 시즌4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시즌3를 넘어 시즌4로 가는 ‘석세션’은 이제 무한한 생명력을 얻었습니다.
스트리밍 시대, HBO는 이전 유명 시리즈를 되살리는 작업에 상당히 집중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인기 드라마 시리즈(1998~2004년) ’섹스&더시티(Sex and The City)는 HBO MAX에서 ‘앤드 저스트 라이크 댓(And Just Like That)’로 되살아났습니다.
드라마에서 30대 여성들의 우정은 50대 중년들의 인생 동반자 관계로 발전했습니다. 사라 제시카 파커(Sarah Jessica Parker), 신시아 닉슨(Cynthia Nixon), 크리스틴 데이비스(Kristin Davis)은 케리, 미란다, 샤롯으로 다시 출연합니다. 참고로 이 드라마에는 펠로톤(Peloton) 자전거도 등장합니다.
[스트리밍이 만드는 리부트(Reboot)]
다양한 TV시리즈들이 리부트(Reboot)라는 이름으로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많은 레전드 미드를 가진 HBO가 가장 앞장서 있습니다. HBO는 마피아 미드 ‘소프라노스’ 기획자 데이비드 체이스(David Chase) 스핀 오프 미드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HBO 클래식(HBO classics)들의 추가 제작이 논의되고 있다고 버라이어티는 밝혔습니다. ‘식스 핏 언더(Six Feet Under)’도 그 중 하나입니다. 시즌3가 끝난 ‘섹세션’도 마찬가지다. 시즌4가 아니어도 10년 뒤 또 다른 석세션 스토리가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이외 ‘How I Met Your Father(Hulu)’, ‘Fresh Prince of Bel-Air(Peacock)’, ‘크리미널 마인드 Criminal Minds(Paramount+)’, 파티 다운(Party Down(Starz)’ 등도 방송이나 제작이 대기 중입니다. 참고로 ‘하우 아이 멧 유어 파더’는 2022년 초 방송될 예정인데 ‘How I Met Your Mother’의 속편입니다.
최근 명품 드라마는 스트리밍을 만나 끊임 없이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인기 드라마의 생명은 끝나지 않습니다. 팬들도 나이를 먹어 가지만 50대가 된 주인공들을 기다립니다. 버라이어티가 좀비IP라고 부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새로운 플랫폼들이 그들에게 새 생명을 주고 있는 겁니다.
이런 분위기는 드라마 제작 편수에도 드러납니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드라마 등 TV시리즈의 새로운 시즌 프로그램은 TV가 아닌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더 많이 제작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케이블TV나 지상파 방송은 제작 방송 편수가 점점 줄고 있습니다.
팬들이 이미 스트리밍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스트리밍 서비스는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니즈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새로운 오디언스와 함께 이전 충성도 높은 팬들을 불러 올 수 있는 리부트나 리메이크 작품은 선택 1순위가 될 수 있습니다.
[드라마는 죽지 않는다.(No show ever dies anymore), 좀비IP 드라마]
버라이어티가 말하는 지적 재산권의 좀비화(The zombification of intellectual property)는 스트리밍 서비스에 최적화된 용어입니다. 많은 미국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죽었던 히트 드라마들을 수년 후 다시 꺼내 새로운 작품으로 만들어냅니다.
이들 리부트 드라마들은 친숙함에 시대 감수성을 더해 X세대와 Z세대 모두의 공감을 유도합니다. ‘새로운 감수성을 가진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친숙함(nostalgia-inducing familiarity with some new sensibility)’이 무기인 셈입니다. ‘And Just Like That’은 HBO MAX 런칭 이후 가장 많은 시청자를 기록한 작품으로 기록됐습니다.
이런 트렌드는 시즌제 드라마의 형태에도 많은 변화를 가지고 올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 시즌에 욕심을 가진 드라마들은 이미 마지막 에피소드에 다른 시즌의 복선을 깔아 놓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영생을 얻고 있는 좀비IP드라마들은 복선과 미래 예측 장치는 더욱 단단합니다.
‘정말 마지막인’ 드라마는 이제 없습니다. 드라마 시즌 마지막 에피소드들은 다음 시즌을 위해 동면에 들어가지만, 서서히 녹아 스트리밍에서 다시 살아납니다.
[오징어 게임의 좀비IP 발전 가능성]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 역시 시즌2를 예정하면서 끝났습니다. 그러나 오징어 게임은 여전히 그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좀비 IP로의 성공 가능성이 어느 정도 보이고 있는 셈입니다. 각종 시상식 및 평가가 이를 말해줍니다.
지난 11월 고담(the Gotham Awards)에서 올해의 장편 시리즈(this year’s breakthrough long – form series)로 결정된 데 이어 골든 글로브(작품, 남우주연, 조연상)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오징어 게임 전까지 SAG나 골든 글로브, 프라임 타임 에미 등의 시상식에서 메인 카테고리(주연상, 작품상 등)에서 비영어 콘텐츠가 수상하거나 후보작으로 오른 사례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작품의 위대함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의 최고 콘텐츠 책임자 벨라 바자리아(Bela Bajaria)는 “우리는 한국 콘텐츠가 대단하다는 것을 알았고 황동혁 감독이 그것을 입증했다”며 “오징어 게임은 특별하며 전에 없던 결과를 보여줘 규모를 예측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의 역사를 만들고 있습니다. 첫 24일 동안 미국 넷플릭스 톱10 리스트에 올랐으며 총 94개 국에서 1위를 달성했습니다.
지난 9월 17일 공개된 이후 28일 동안 16억5,000만 시간이 시청 돼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드라마가 됐습니다. 또 소셜 미디어 서비스 트위터에서도 올해(2021년) 가장 많이 트윗(Tweet)된 드라마에 올랐습니다. 디즈니의 ‘완다비전(Wandavision)’을 넘어선 기록이어서 의미가 큽니다.
오징어 게임의 진짜 힘은 파급효과입니다. 이 드라마 성공 이후 미국 유럽에서 ‘지옥(The Hellbound)’, 갯마을차차차(Hometown ChaChaCha)’ 등 한국 콘텐츠의 인기도 덩달아 올라갔습니다. 바자리아 대표는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018년 이후 비영어 콘텐츠 시청이 71% 증가했으며 미국에서 한국 드라마 시청은 200%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넷플릭스가 공개한 톱 10위 드라마(비언어)에는 한국 드라마가 4편입니다.
이런 인기는 플랫폼을 만들고 플랫폼은 이 드라마의 IP를 단단하게 합니다. 다시 살아날 힘을 주는 겁니다. 좀비 IP를 가질 힘을 오징어 게임은 이미 가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오징어 게임 좀비 IP는 넷플릭스가 가지고 있다는 것도 우리가 고민해야 할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