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100년 방송 통신 규제 역사상 첫 여성 최고 책임자에게 주어질 과제
미 바이든 대통령, 현재 공석인 미국 방송통신 규제 기관인 FCC 위원장에 여성인 제시카 로젠워셀 임명 예정. 이 경우 96년 만에 최초 여성 위원장이 선정되게 됨. 로젠워셀은 망중립성을 최우선으로 스트리밍 서비스의 법적 체계 잡을 듯
(2021-10-27)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현 미 연방방송통신위원회(FCC) 위원장 대행인 제시카 로젠워셀(Jessica Rosenworcel)을 정식 위원장으로 임명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FCC는 주파수 및 방송 통신 인허가, 인터넷 정책 등을 담당하는 연방 규제 기관입니다. 로젠워셀은 지난 2월 바이든(Biden) 정부가 들어선 이후 위원장 대행을 맡아왔습니다.
그녀가 대통령 재가 이후 미 상원에서 정식 지명을 받으면 미국 96년 FCC역사상 첫 여성 위원장이 됩니다.
동시에 미국 산업 관련 3대 규제 기관(연방공정거래위원회(FTC), 연방방송통신위원회(FCC), 미 법무부 반독점 부문(DOJ Antitrust Division) 중 두 자리가 여성 수장으로 채워집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다른 규제 기관인 연방 공정거래위원회(FTC) 위원장도 여성인 린다 칸(Linda Khan) 컬럼비아 대학교 로스쿨 교수를 임명한 바 있습니다.
로젠워셀이 위원장이 되면 미국 통신 기업과 방송사 합병, 라디오,TV, 위성방송, 케이블TV 규제, 인터넷 사업자 간 경쟁 촉진 등의 정책을 총괄하게 됩니다. 특히, 미국인들의 인터넷 접근성 향상, 망중립성 등의 팬데믹 이후 주요 사회 인프라로 떠오르고 있는 민감한 정부 정책도 책임집니다.
[망중립성 부활(net neutrality rules), 신호탄]
로센워셀의 공식 지명은 바이든 행정부의 공약인 망중립성 부활(net neutrality rules)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임을 의미합니다. 망중립성이란 인터넷 망 사업자(플랫폼)가 이를 이용하는 콘텐츠 사업자(CP)를 차별하거나 속도를 늦추는 것을 막고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사업자에게 더 빠른 속도를 제공하는 것을 허용해 ‘인터넷 경쟁을 촉진시키는’ 원칙입니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FCC위원이었던 로젠워젤은 망중립성 법안 제정을 주도했습니다. 당시 의장이었던 톰 휠러(Tom Wheeler)를 독려해 네트워크 중립성 보호 법안 2015년 통과시켰습니다. 그러나 이 판결은 2017년 트럼프 정부 당시 아짓 파이에 의해 뒤집혔습니다. 로젠워셀은 망중립성 규칙을 다시 살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망중립성은 한국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TV시장이 주도권이 스트리밍 서비스로 넘어가면서 ‘오징어 게임’ 등 인기 작품이 인터넷에 공개될 때마다 망 트래픽에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통신사들은 넷플릭스 등에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해외 사업자는 망중립성을 이유로 이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미국에서 일부 인터넷 사업자에게 사용료를 내지만 이는 급행료(pay more to have it delivered faster) 개념입니다.
이에 지난 2020년 해외 콘텐츠제공사업자(CP)에 대해 서비스 안정성의 책임을 부과한 개정 전기통신사업법, 이른바 '넷플릭스법'도 시행됐습니다. 넷플릭스는 법의 국회 통과를 앞두고 망 이용대가를 낼 의무가 없다는 취지로 소송을 냈으나 1심 패소했습니다. 이어 SK브로드밴드는 이후에도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 협상에 응하지 않고 있다면서 최근 넷플릭스를 상대로 반소를 제기했습니다.
영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영국 가디언은 최근 ‘오징어 게임(Squid Game)’ 시청으로 인한 인터넷 트래픽 증가로 영국에서 망 사용료 지급에 대한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며 지난 10월 영국 방송통신규제위원회(OFCOM)가 인터넷 환경의 변화에 비춰 망 중립성에 대한 재검토를 시작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공석 자리 채워 3대의 2 구도 형성할 듯]
로젠워셀이 위원장에 취임해도 망중립성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정책을 관철 시키기 위해선 현재 공석인 민주당 몫 위원을 추가 임명해야 합니다. 현재 미국 FCC는 대통령이 속한 정당(여당)과 야당 추천 위원 비율이 3대 2입니다. (한국과 같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공석인 두 자리 FCC 위원을 조속히 임명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습니다. 지금 빈자리는 트럼프 대통령 시절, 위원장이었던 아짓 파이(Ajit Pai)의 자리입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되자 얼마 되지 않아 사임했습니다. 만약 연말까지 공석이 채워지지 않는다면 FCC는 사실상 공화당이 대수를 차지하게 된다. 현재는 민주와 공화당이 2대 2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의회와 시민단체들도 로젠워셀의 임명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하원 여성 의원들, 5개의 노동 단체, 14개의 인권 단체가 로젠워셀의 위원장 지명을 요구했습니다.
33명의 여성 하원 의원들은 “로젠워셀이 FCC에서의 오랜 기간 전문성을 가졌고 그녀의 임명이 일하는 여성이 미국의 정책 대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입증하는 것이라고 공식 지지했습니다. 또 2명의 상원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그녀를 지명하라고 서한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또 다른 민주당 몫 위원은 기지 손(Gigi Sohn)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톰 휠러(Tom Wheeler) 전 FCC위원장 고문이었던 공공 이익 전문가(public interest advocate)가 선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둘은 망 중립성 복원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둘 가능성이 높습니다.
[로젠워셀, 방송 등 스트리밍에 대한 원칙도 세울 가능성]
새로운 FCC위원들은 스트리밍 서비스에 규제 원칙도 세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짓 파이 당시 FCC는 현재 사실상 방송 네트워크와 같은 위치에 있지만 규제상으로는 유료 방송사업자나 지상파 사업자의 위치에 속하지 않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재정의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국 지역 방송사들이 연일 FCC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에 채널을 제공하는 규칙, 즉 재전송 동의(Retransmission consent) 원칙을 만들어달라는 요구입니다.
재전송 동의(Retransmission consent)는 지난 1992년 제정된 케이블TV법(Cable Television Consumer Protection and Competition Act)에 담겨있습니다. 케이블TV사업자 등 유료방송사업자(MVPD)가 특정 채널을 송출하기 전에 상업 방송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입니다. 이 규정에 따르면 방송사(지역 방송사나 전국 방송사)들은 재전송료나 채널 송출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 스트리밍 서비스가 MVPD와 같은 플랫폼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아 지역 방송사들이 재전송 동의를 주장할 수도 없고 이에 따른 재전송료를 요구하기도 애매하다는 데 있습니다. 방송사들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플랫폼으로 규정, FCC가 관할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최근 지역 방송사들은 지난 2020년 아짓 파이 FCC위원장 때도 “스트리밍 서비스(OTT)의 부상을 언급하며 이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특히, 미국 지역사들은 최근 메이저 지상파 방송사들이 자사 스트리밍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는데 대해 FCC가 지역 언론 보호 대책을 수립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NBC의 경우 피콕(Peacock)을 내놨고 CBS는 파라마운트+(Paramount+), ABC는 모회사인 디즈니가 디즈니+(Disney+)와 훌루(Hulu)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역 방송사들은 전국 네트워크 방송사들이 무게 중심을 협력 방송사에서 이들 스트리밍 서비스로 옮기고 있습니다.
메이저 지상파 방송사들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해 지역 네트워크 도움 없이도 전국 방송 서비스가 가능해 FCC가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지역방송사는 협력 관계는 느슨해지고 매출을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로젠워셀 신임 FCC위원장은 이런 요구들을 받아들 가능성이 큰데 한국 방송 시장에도 조만간 닥칠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