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스트리밍 시대 개막, "이제 시청 숫자가 아닌 시청자 추적"이 중요
최근 광고 관련 미국 TV사업자 모임인 VAB, 닐슨이 도입한 빅데이터 시청 데이터 중단 요구. VAB는 "이 데이터의 시청자 기준이 기존과 다르고 상세 산식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 그러나 닐슨은 업계와 광고주들 간 협의와 연구 끝에 나온 결과라고 반박.
미국 지상파 TV방송사들은 시청률 조사 기관 닐슨(Nielsen)에게 전통적인 TV에서 벗어나 스트리밍으로 서비스와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는 오디언스들을 추적하기 위해 더 많은 자료를 요청해왔습니다.
그동안 닐슨이 제공했던 가구나 성별, 지역 등 만으로는 다변화되는 시청자들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방송사들은 닐슨이 시작한 특정 데이터를 공개하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닐슨은 최근 미국에서 새로운 시청 데이터를 공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빅 데이터(Big data)로 불리는 이 새로운 데이터는 연령과 성별에 따른 실시간 TV시청률과 함께 보다 세분화된 오디언스 측정 자료입니다.
빅 데이터는 닐슨이 실시간 오디언스 숫자 측정(Counting Viewser)에서 TV와 스트리밍 플랫폼 사이를 오가는 시청자를 추적하는(Tracking viewers) 방향으로 시청률 측정 기준 전환을 준비하는 동안 내놓은 초기 자료입니다. 닐슨은 이 자료를 통해 방송사들이 새로운 기준에 더 익숙해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방송사들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방송 광고 관련 방송사 단체인 VAB의 CEO 션 커닝햄은 성명을 통해 “닐슨의 새로운 시청률 데이터가 심각한 문제를 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VAB는 ‘빅데이터 공개를 당장 중단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닐슨 CEO 데이비드 케니(David Kenny)에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닐슨, 새로운 시청률 기준에 대한 설명 부족]
서면에서 커닝햄 CEO는 TV방송사들이 닐슨의 빅데이터를 반대하는 이유는 데이터 산식 공개 부족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커닝햄 CEO는 “닐슨은 이 새로운 데이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그것이 시장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는 정보와 어떤 점에 다른 지에 대해 더 자세히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VAB가 닐슨의 빅데이터에 지적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빅데이터가 현재 기준과 전혀 다른 기준들을 사용해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것 입니다.
닐슨은 미국에서 시청률 조사를 위해 4만 실시간 TV 시청가구 패널조사(Nielsen Television Panel)를 실시하고 있으며 이 세대를 분석해 연령, 성별 등의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닐슨의 새로운 ‘빅데이터(Big Data)’에는 전통적인 연령 및 성별에 총 TV 시청률 측정과 함께 셋톱박스 데이터와 스마트 TV ACR(Automated Content Recognition) 데이터를 포함한 보다 세분화된 TV시청자 측정이 포함됩니다. 또 빅 데이터 조사에는 2세 이상, 18~49세 시청자가 조사되는데 이는 기존 미국 방송사들이 익숙한 25~54세 기준과는 다릅니다.
TV방송사들은 새로운 시청률 조사가 비실시간 시청 트렌드를 더 많이 반영해 기존 조사에 비해 시청률이 불리하게 나올 지 우려하고 있습니다. 특히 닐슨은 기존 전미 패널 조사(National Panel)와 빅데이터 조사(Big Data calculations)를 어떤 비중으로 조사하고 포함하는지 자세히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닐슨은 VAB의 행동에 상당히 실망했다며 새로운 데이터는 미디어 및 광고주들과 협력해 만들어진 결과라고 주장했습니다. 계속해 그들과 회의를 통해 문제점을 수정했고 계속 반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닐슨은 VAB에도 연락을 취했지만, 어떠한 질문이나 반응도 받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특히, 닐슨은 “전통적인 실시간 TV채널과 연관된 이 단체가 시장 변화에 대해 편향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는 새로운 시청 기준 결정을 위해 업계와 협의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닐슨은 또 “빅데이터는 광고 구매자와 판매자의 피드백을 반영해 오는 가을 광고 설명회에 쓸 수 있게 만들었다”며 “일부 문제점을 해결했고 만약 방송사들이 빅 데이터를 사용할 경우 빅데이터에 기존 패널 가구 분석을 포함해 함께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깊어지는 닐슨과 방송사들의 갈등]
닐슨과 실시간 TV방송사들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스트리밍 등장 이후 불만이 쌓아다 지난해부터 미국 TV방송사들은 닐슨이 팬데믹 이후 제대로 된 시청자 측정을 하지 않아 실시간 TV의 가치가 훼손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닐슨이 실시간 TV 시청에서 스트리밍으로 대규모로 이동하는 시청자를 제대로 집계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급기야 미국 시청률 자율 인증 기관 MRC(Media Rating Council)은 닐슨의 전국과 지역 TV 시청률에 대해 지난해 9월 인증 보류 결정을 내렸습니다. MRC의 공식 인증을 받지 못하면 공식 시청률 자료로 활용하기 어려워집니다.
당시 닐슨 대표는 “오디언스의 움직임이 빠르기 때문에 우리의 시청률 측정도 더 빨라지고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우리도 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닐슨은 전통적인 시청률과 스트리밍, 스마트TV 등의 디지털 시청 트렌드를 반영한 통합 시청률 ‘닐슨원(NielsenOne)’ 도입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닐슨과 방송사들의 갈등은 다른 시청률 측정 경쟁 사업자들에게는 희망이었습니다. 디지털 시청률 측정에 갈증을 느낀 미디어 기업들은 새로운 시도를 위해 새로운 파트너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NBC유니버설은 스마트TV 시청률 측정 스타트업 ispot과 지난 1분기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최근 끝난 베이징 동계 올림픽 시청률도 실험적으로 조사했습니다.
워너미디어(WarnerMedia)와 합병하는 디스커버리(Discovery)도 옴니콤 미디어 그룹, 2개의 대형 광고주(AT&T, State Farm)와 함께 실시간 시청자들의 움직임을 측정하는 새로운 기준을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이 기준 산정에는 닐슨이 아닌 컴스코어(Comsore)와 스타트업 비디오Amp(VideoAmp)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르면 2022~2023년 시즌에 이를 적용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미국에서 상당히 시청률이 높은 채널들(Food Network, HGTV, Discovery Channel)등을 보유하고 있고 조만간 TNT, TBS, HBO Max까지 합류할 디스커버리의 움직임은 닐슨에 큰 충격을 줬습니다.
이에 앞서 워너미디어는 이미 닐슨을 대체할 다른 시청률 측정 사업자를 공모해 3개 회사(Comscore, iSpot.TV, VideoAmp)를 선정, 새로운 기준을 공개했으며 파라마운트 글로벌 역시, 다양한 시청자 측정 기준을 찾고 있습니다.
[새로운 데이터, 콘텐츠 가치 측정 보조 자료로 충분]
물론 현재 미국 광고 업계는 광고주와 미디어 기업들이 닐슨 데이터를 당장 폐기할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광고 및 콘텐츠 가치 측정 기술들이 광고주를 설득하는 아주 좋은 2차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닐슨 역시, 디즈니와 미국 최대 광고 기획사 마그나(Magna)와 협업해 자신들의 새로운 시청률 측정 기준(닐슨원)을 TV업계 차기 표준으로 인정받기 위한 노력 중입니다다.
디즈니도 닐슨과 협업하지만, 스마트TV시청률 측정 기업 삼바TV(Samba TV)자료를 활용하는 등 변화하는 시청 트렌드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최근 디즈니는 현대자동차 아메리카 광고 효과 측정에 삼바TV 데이터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버라이어티가 조사한 미국 최근 5년 간 TV와 스트리밍 서비스 시청률에 따르면 18~49세 시청자들의 하루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 시간은 2016년 109분에서 2021년 200분으로 100분 이상 늘었습니다. 이에 반해 실시간 TV시청률은 TV와 케이블 모두 급격한 하락을 기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