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다시 1억 명 돌파한 '슈퍼볼'...But 안전한 대피소를 향해 가는 교통 수단으로 삼아야
2월 13일(미국 시간) 방송된 56회 슈퍼볼 결승전. 당초 우려를 넘어 NBC 등 미국 지상파 방송에서만 1억 명이 넘는 시청자 기록. 피콕 등을 포함해 1억1,200만 명. 빅 스포츠 이벤트 동시 중계 전략이 맞아떨어졌다는 분석. 그러나 늘어나는 비용에 수익은 미지수.
지난 2월 13일 열린 미국 프로미식축구리그(NFL) 결승전 슈퍼볼(Super Bowl). LA램스(LA Lams)가 신시내티 벵골스(Cincinnati Bengals)를 물리친 이 경기의 미국 시청자가 1억 명을 돌파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TV중계 방송사인 NBC유니버설은 제 56회 슈퍼볼(Super Bowl LVI) 경기는 NBC와 텔레문도(Telemundo, 스페인어 방송), 스트리밍 서비스 피콕(Peacock), NBC스포츠 디지털, NFL 디지털 플랫폼(NFL Digital platforms), 야후 스포츠 모바일(Yahoo Sports mobile properties) 등 지상파와 케이블TV, 디지털을 통해 중계됐는데 이를 합한 결과 1억1,200만 명의 시청자를 끌어 모았다고 밝혔습니다.
NBC의 모든 미디어 플랫폼을 동원한 램스와 벵골스의 매치업은 최근 5년 내 가장 많은 시청자를 기록한 이벤트가 된 셈입니다.
지난해 경기가 1억 명 시청자 확보에 실패한 만큼, 시청률에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던 NBC는 결과에 크게 만족했습니다. 마크 라자러스(Mark Lazarus) NBC유니버설 텔레비전&스트리밍 대표는 보도자료에서 “슈퍼볼이 모든 NBC의 전통 미디어 자산과 스트리밍 서비스 피콕에서 중계된 결과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며 “올림픽도 최근 성장은 지난 번 경기보다 시청률이 좋다”고 밝혔습니다.
‘NBC의 슈퍼 골드 선데이’
NBC는 미국 시간 13일 슈퍼볼 프로그램을 전후로 올림픽 녹화와 중계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스포츠 ‘쌍끌이’ 전략을 펼쳤습니다.
NBC 스포츠 부문 대표 피트 베바콰(Pete Bevacqua)도 “슈퍼볼과 올림픽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두 대회를 '슈퍼 골드 선데이'에 접목시킨 전략이 큰 성과를 거둬 기쁘다"며 “이런 전략이 미래에도 계속되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슈퍼볼, 레거시 미디어 시청률 1억 명 넘어]
시청률 조사 기관 닐슨에 따르면 슈퍼볼은 지상파 방송인 NBC와 텔레문도에서 1억110만 명의 시청자를 끌어 모았습니다. 지난 2021년 탬파 베이 비커니어스(Tampa Bay Buccaneers)와 캔자스 시트 칩스(the Kansas City Chiefs)와의 결승전 9,160만 명에 비하면 8% 상승한 수치입니다.
플랫폼 별로 나눠보면 NBC 채널을 통해 본 시청자수는 9,920만 명이었고 스페인어 방송 텔레문도는 190만 명의 시청자를 모았습니다. 피콕 등 스트리밍, 디지털 플랫폼을 합친 숫자가 1,120만 명이었습니다.
멀티 플랫폼에서 NBC는 가장 좋은 성적을 냈지만, 본체인 지상파 방송만으로 시청률 1억 명을 돌파한 데 대해 NBC는 상당히 고무적입니다. 아무래도 30초당 700만 달러(83억 원)이 넘는 광고 단가에 시청률이 영향을 줄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도 나쁜 성적은 아닙니다. CBS가 중계한 2019년 슈퍼볼(the New England Patriots, the Los Angeles Rams)의 경기는 지상파 방송으로만 9,820만 명이 시청했습니다. 당시 이 성적은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올림픽과 쌍끌이 전략
현재 동계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중국 베이징과 미국 서부의 시차는 쌍끌이 시청률 상승에 큰 도움을 줬습니다. NBC는 슈퍼볼 이후 방송된 올림픽 중계에 2,400만 명의 시청자가 몰렸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18년 평창올림픽을 포함해도 프라임 타임 기준, 가장 좋은 성적입니다.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미국]
슈퍼볼 시청률의 1억 명 돌파는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사람들의 강력한 열망을 반영한 결과로 보입니다. 슈퍼볼 휴식 시간에 방송된 다양한 광고들도 가족 행사, 웨딩, 과거 회상 등 함께 모여 좋았던 날들에 대한 회상이 많았습니다.
올해(2022년) 슈퍼볼은 이런 열망들은 진작 예측된 측면이 많았습니다. 슈퍼볼에 앞서 버라이어티가 조사한 시청률 예측도 9,700만 명~1억 명 정도였습니다.
[슈퍼볼이 스트리밍 피콕 살릴까]
2022년 슈퍼볼은 NBC의 미래에도 상당히 영향을 미친 이벤트로 기록될 겁니다. 자사 스트리밍 서비스 피콕(Peacock)이 중계한 첫 슈퍼볼이기 때문입니다. 2021년 결승전도 CBS와 CBS All Access(현재 Paramount+)와 NFL, CBS, 야후 스포츠의 디지털 사이트에서 동시 방송됐지만 닐슨은 스트리밍 시청률을 공식 TV시청률에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피콕의 시청률 집계도 이번에도 따로(디지털, TV) 집계돼 나왔지만 관건은 슈퍼볼이 얼마나 많은 구독자를 끌어 모았느냐입니다.
공식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미국 방송 전문가들은 올림픽과 동시 중계된 피콕이 상당수의 스포츠팬을 유료 구독자로 확보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또 NBC유니버설은 빅 이벤트를 통해 유입된 스포츠 팬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이 기간 새로운 드라마 시리즈(벨 에어, Bel-Air)도 공개했습니다.
아울러 실시간 시청률 향상에 도움을 준 기술적인 면을 하나 더 지적하면 이번 경기에 닐슨은 ‘옥외 시청(Out of Home) 관람 추정치’를 처음으로 전체 시청률 집계에서 포함했다는 겁니다. 옥외 시청률이란 집이 아닌 사무실이나 스포츠바 등에서 경기를 보는 시청자들을 집계한 수치입니다. 지난해 실시했던 방식이 기술적인 오류로 문제가 발생했지만 이를 개선했다는 지적입니다.
오미크론 바이러스 때문에 야외 시청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지만 ‘티끌이라도 모아야 하는’ 지상파의 미래를 위해선 좋은 일입니다.
소비자 조사 플랫폼 Attest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미국 성인의 2%만이 술집이나 이와 유사한 공공장소에서 관람할 의사가 있으며, 10명 중 1명이 슈퍼볼 파티에 참석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슈퍼볼에 올라온 팀들의 매력도는 다소 떨어진 편입니다. 램스(The Rams)와 벵골스(Bengals)는 각각 와일드카드와 디비전 경기에서 최저 시청률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스토리가 잇습니다.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전형적인 언더독(classic underdog story) 스토리입니다.
신시내티 벵골스(Cincinnati Bengals)는 와일드 카드로 올라가 탑 시드 팁들을 물리쳤습니다.
신시내티는 아메리칸풋볼콘퍼런스(AFC) 챔피언십에서 우승 후보 캔자스시티 치프스를 27-24로 꺾는 파란을 일으키고 슈퍼볼에 올랐습니다.당시 신시내티는 2쿼터 한때 3-21로 끌려가다 기적처럼 승부를 뒤집었습니다. 18점 차 역전승은 챔피언십 역대 최다 점수 차 역전승 타이입니다. 신시내티는 1989년 이후 33년 만에 슈퍼볼 무대를 밟았습니다.
이런 극적인 이야기는 시청률에도 도움이 됩니다. 경기 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4명 중 1명이 이번 경기 결과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혀 관심이 없다는 응답은 13%에 불과했습니다.
또 램스 대 벵갈스 경기를 보려는 5명 중 2명은 벵갈스의 극적인 스토리가 슈퍼볼 관심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습니다.
시청률 추정을 위한 또 다른 주목할 점은 대중의 관심을 평가하는 겁니다. 마루그룹이 조사한 결과, 미국 성인 56%가 올해 경기를 관람할 의향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지난해보다 5%포인트 높은 수치입니다.
이 수치가 그대로 적용됐다면 최소 500만 명의 관객은 신시내티의 매력으로 인해 TV나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청했다는 말이 됩니다.
[집이 불타기 전 완성되어야 하는 대피소]
그러나 이런 전략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수반됩니다. 스트리밍 서비스로의 권력 이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NBC가 언제까지 쌍끌이 전략을 펼칠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슈퍼볼의 TV시청률 회복은 반짝 효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NBC입장에서 유일한 선택은 빅 이벤트 쌍끌이를 통해 최대한 많은 스트리밍 서비스 가입자를 확보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의 집(TV)이 무너지기 전 빠른 스피드로 안전한 장소(스트리밍)로 시청자들을 옮기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입니다. 시청 트렌드를 볼 때 슈퍼볼은 안전한 장소로 가기 위한 교통 수단이 이상의 의미가 되어선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