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TV로 젊은 세대를 쫓는 자, 미래의 모두를 버리는 것
11월 8일(미국 시간) 끝난 미국 중간 선거. 4년 전에 비해 TV시청자수 30% 급감. 스트리밍 서비스 성장과 케이블TV 구독자수 급감이 큰 원인. 특히, 젊은 세대는 이제 스트리밍 서비스와 소셜 미디어로 이동. 방송사들도 스트리밍과 소셜, 스트리밍 오리지널을 적극 활용. 2024년 미 대선은 스트리밍 뉴스 전쟁 가능성이 커.
2022년 11월 8일 있었던 미국 중간 선거, 민주당의 정치적 승리로 끝났지만, 미디어 업계에 많은 질문을 남겼습니다. 미국 13개 라이브 TV(전국) 방송사를 통해 중계된 중간선거는 프라임타임 2,540만 명의 시청자수를 기록했습니다. 상당한 수치지만 지난 2018년에 비해 시청자 수가 30% 가량 빠졌습니다.
시청률 감소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했습니다.
일단 큰 드라마는 없었습니다. 2018년의 경우 민주당이 ‘하원’에서 다수당을 차지해 2년간의 공화당 3개 독점(상원, 하원, 백악관) 시대를 끝내는 극적인 선거였습니다. 2014년에는 2,270만 명이 중간선거를 TV로 지켜봤는데 오바마의 두 번째 임기 중간에 공화당은 상원의 과반을 차지했습니다.
2022년 중간선거 보도의 승자는 폭스 뉴스(Fox News)였습니다. 프라임타임 저녁 8시~11시 720만 명의 시청자 수를 기록하며 경쟁 방송사를 여유있게 따돌렸습니다. ABC뉴스는 폭스 뉴스에 한참 밀린 2위로 330만 명의 시청자를 모았습니다.
뒤이어 MSNBC(320만 명), NBC 310만명, CNN과 CBS과 각각 260만 명과 250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이번 선거는 MSNBC가 처음으로 CNN의 시청률을 앞서는 이변이 발생했습니다. 디스커버리와 합병 후 스트리밍 서비스 철수, 감원, 제작비 삭감에 시달리는 CNN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는 분석입니다. (CNN은 2004년 이후 선거 보도를 이끌었던 인기 앵커 울프 블리처(Wolf Blitzer)가 없이 치른 첫 번째 선거였습니다.)
폭스뉴스는 광고주들이 선호하는 25~54세 시청자들도 사로 잡았습니다. 이 세대의 폭스뉴스 시청자수는 180만 명이었습니다. CNN과 NBC가 대량 100만 명의 25~54세 시청자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상당한 수치입니다.(유튜브와 닮아가는 TV입니다.)
[TV선거 보도의 고령화는 문제]
그러나 문제는 TV선거보도에 대한 젊은 세대의 외면입니다. TV시청자의 7%만이 18~34세 시청자였습니다. 25%정도가 35~55세였고 대다수인 65%는 55세 이상이었습니다. 2022년 중간선거가 낙태, 총기 문제 등 젊은 세대가 관심을 가질 만한 요소들이 많았지만 TV로는 모이지 않았던 겁니다.
사실 미국에서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며 뉴스 채널들의 시청률은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비해 바이든은 ‘뉴스 메이커’로서의 가치가 낮았습니다. 특히, 2022년 들어 미국인들의 뉴스에 대한 관심이 식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여기에도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
잇단 대형 뉴스 발생으로 인한 피로감과 대공황 등 경기 침체도 뉴스 시청률에는 악재입니다.
특히, 케이블TV와 위성방송 구독자가 계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일단 유료 방송의 연도별 성장률은 2013년 이후 계속 마이너스입니다. 2022년 2분기는 저가 상품(Skinny Bundles, 뉴스,스포츠 등 필수 콘텐츠만 편성)을 제외한 하락률은 -9%였습니다.
2018년에는 대략 9,000만 미국 가구가 케이블 혹은 위성방송을 시청했는데 2022년 3분기 6,800만 명 밖에 없습니다. 현재 미국 케이블 TV시청률을 받치고 있는 건 그나마 뉴스와 스포츠입니다.
그러나 스포츠는 이미 배반 중입니다. NFL 등 미국 주요 스포츠 중계권이 점차 스트리밍 서비스로 이동함에 따라 이 시장에서도 케이블의 경쟁 우위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스포츠를 전문으로 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도 계속 늘고 있습니다.
유료 방송을 떠난 고객들은 스트리밍 서비스와 최근 경기 악화 이후에는 무료 광고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FAST)로 대거 옮겨가고 있습니다. 그 사이 유튜브(유튜브TV 포함)은 점유율을 크게 높였습니다.
2022년 10월 닐슨이 조사한 통합 시청 점유율( TV consumption ratings, Gauge)에 따르면 유튜브는 8% 점유율로 넷플릭스를 제치고 전체 스트리밍 서비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런 미디어의 지형 변화는 2024년의 소비 변화를 예측하기 충분합니다. 트럼프의 재등장은 시청률에 오히려 악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선거도 이제는 스트리밍으로 흐르는 물결을 바꾸기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변화한 시청 흐름에 미국 방송사들도 가만있지는 않았습니다. 자사 스트리밍 뉴스 채널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보통 지상파 TV뉴스가 서부 기준 오후 5시에 시작했지만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이전부터 디지털 오리지널 뉴스 등을 방송해 오디언스들을 모았습니다.
[새로운 세대 , 새로운 선거보도]
ABC뉴스는 2022년 출범시키는 ‘뉴스 스튜디오’를 백분 활용했습니다.
아침뉴스(굿모닝 아메리카)를 진행하는 조지 스테파노풀로스(George Stephanopoulos)가 출연하는 오리지널 뉴스 다큐멘터리를 ‘파워트립(Power Trip- Those Who Seek Power and Those Who Chase Them)’ ABC스튜디오가 만들었다.
2022년 9월 25일 방송된 이 프로그램은 뉴스에 리얼리티 예능 경연 프로그램 형식을 차용한 특이한 형태입니다. 7명의 젊은 기자(embeds)들이 ABC현직 기자들의 지도를 받아 2022년 미국 중간선거(Mid-Term) 및 선거 운동을 취재하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뉴스이자 다큐멘터리이고 또 리얼리티 예능이기도 합니다. 각 에피소드에는 젊은 기자들이 미 전역의 선거 현장을 따라다니며 실제 취재에 참여하고 때로는 실패하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이를 통해 학생 기자들이 ‘진짜 기자’로 성장하는 과정을 프로그램은 보여줍니다.
예능과의 차이점은 실제 이 프로그램은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텍사스, 캘리포니아 등에서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 경선을 진짜 취재한다는 겁니다.
이들이 취재한 내용은 실제 방송 뉴스에도 반영됐습니다. ‘파워트립’에서 스테파노폴로스는 정치 애널리스트이자 학생 기자들의 멘토로 출연했습니다.
ABC뉴스 스튜디오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두가지 효과를 노렸습니다. 스트리밍을 위한 새로운 뉴스 오리지널 포맷을 개발하는 동시에 20대 젊은 이들이 직접 기자로 나선만큼 Z세대를 뉴스에 다시 끌어오기 위한 전략입니다.
또 NBC가 스냅챗 뉴스 포맷 ‘스테이 튠드(Stay Tuned)’를 활용하며 젊은 시청자에게 다가가는 등 소셜 미디어도 선거에 본격 등장시켰습니다.
특히, 자사 뉴스룸이 선거를 어떻게 준비하는 지를 보여주는 숏 폼도 인기를 끌었습니다. (한번 보시길 바랍니다.)
NBC 뉴는 틱톡도 적극 활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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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BC의 디지털 보도는 다른 언론사의 취재 대상이기도 했습니다.
선거에서 미국 방송사들의 스트리밍 뉴스 채널은 더 이상 부가 상품은 아니었습니다. 방송 뉴스와 함께 성장한 세대가 유료 방송과 지상파를 떠난 뒤 생존을 원한다면 풀타임 스트리밍 뉴스 채널로 이동은 필수적이었습니다.
NBC 뉴스 수석 부사장 자넬 로드리게스(Janelle Rodriguez)는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전통 뉴스 매체를 통해 젊은 시청자를 쫓으려 한다면 우리는 그들 모두를 버리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If we only try to go after younger viewers with traditional news outlets, we are leaving them all behind)
2024년 미국 대선은 지상파가 아닌 스트리밍 뉴스 전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