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TV축제의 TV시청률 추락…우리에게 남긴 의미는?
한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The Squid game)’이 드라마 부문 최고 남우 주연상, 최고 감독상을 받아 한국에게는 큰 의미로 남은 제 74회 에미상(Emmy Award). 통합 시청자수 590만 명으로 역대 최저 시청률을 기록. 사회 현상을 만든 TV콘텐츠가 TV에서 소외 받는 현상. TV콘텐츠는 살지만, TV는 죽어가는 현상
지난 2022년 9월 12일 끝난 제 74회 에미상(Emmy Award)은 한국인들에게는 새로운 축제였습니다. 멀게만 느껴졌던 미국 TV업계의 축제에서 한국인들이 주요 상(드라마 최고 배우, 최고 감독)을 휩쓸면서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했습니다. 우리에게 기쁨을 안겨준 콘텐츠는 물론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The Squid game)’입니다.
그러나 74회 에미상은 역대 최저 시청률을 기록, 역사적인 오명을 남겼습니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Nielsen)에 따르면 2022년 9월 12일 저녁 5시(서부 기준) 미국 지상파 방송 NBC에서 방송된 3시간 동안 방송된 에미상 시상식의 총시청자수(Total Viewers)는 전년 대비 25%가 감소해 역대 최소 시청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2022년 에미상, 미국서 590만 명 시청, 역대 최저]
시청자 수 기준으로 9월 12일 저녁 5시 에미상을 본 사람은 590만 명으로 2020년 CBS에서 방송된 73회(637만 명)보다 50만 명 이상 적었습니다.
에미상 시상식 시청자수는 2010년 대 이후 꾸준한 감소세를 이어오다가 2020년 12%의 기록적인 시청률 하락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2021년 코로바이러스 팬데믹으로 반전을 기록(23.1% 상승)하며 790만 명을 끌어모으기도 했습니다. 74회 에미상 시상식은 TV와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 피콕(Peacock)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영화 배우 케난 톰슨(Kenan Thompson)이 사회를 본 에미 시상식은 핵심 소비 층인 18~49세 시청률 1.09%를 기록했습니다. 이 역시 역대 최저였습니다. 이전 최저 시청률은 2020년 ABC에서 방송된 시상식으로 1.3%에 그친 바 있습니다. 2021년 에미상 시상식은 전년 대비 약간 상승해 1.9% 시청률이었습니다.
2022년 에미상 시상식이 큰 이벤트가 없긴 했습니다.
오징어게임의 수상 외에는 예상 가능한 결론을 내렸습니다. HBO의 드라마 ‘석세션(Succession)’이 드라마 부문 최고 작품상을 수상했고 애플 TV+의 테드라소(Ted Lasso)’가 코미디 부문 최고상을 받았습니다. HBO MAX의 코미디 드라마 ‘The White Lotus’는 10개 부문을 수상해 최다 수상작이 됐습니다. 또 HBO는 총 38개 부문에서 상을 받아, 최다 수상 플랫폼이 됐습니다.
[에미의 주도권은 TV에 아닌 소셜 미디어로 이동]
시청자 수 50만 명 하락은 어쩌 보면 의미 없는 수치 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추세적인 감소여서 무시하긴 어렵습니다. 특히, 미래의 주시청자 층인 18~49세의 추락이 더 가파르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TV를 통해 콘텐츠를 보는 젊은 세대가 점점 줄고 있는 만큼 에미상 시청률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2022년 에미상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전체 대비 18~49세 오디언스 점유율(Audience Share)은 110만 명으로 전년 대비 70만 명이 줄었습니다. 비율로는 39.8% 하락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 Z세대 시청자가 전세대보다 TV를 적게 보는 것은 아닙니다. 이들은 다양한 루트를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미디어 믹스(Media Mix)’세대인 셈입니다. 에미가 젊은 세대를 향한 콘텐츠 도달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15~29세 젊은 층은 스트리밍 서비스와 소셜 미디어 서비스를 주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2022년 7월 버라이어티가 미국 1,720명 15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미디어 소비 패턴과 플랫폼, 콘텐츠’ 등을 조사한 결과를 통해 나온 결론입니다.
특히, 이들이 ‘지난 주 30분 이상 이용한 미디어 플랫폼’ 중 50% 이상의 이용률 기록한 상위 5대 플랫폼 중 4개가 무료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었습니다.
넷플릭스(1위, 62%)가 1위였고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젊은 층이 주머니 사정이 가벼울 수 밖에 없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결국, Z세대에 콘텐츠를 접근시키기 위해선 일정 수준의 무료 플랫폼에 서비스되어야 한다는 것 입니다. 에미상도 TV를 보지 않는 Z세대를 끌어들이길 원한다면 이들이 사용하는 소셜 미디어 서비스를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15~29세가 소비하는 상위 미디어 플랫폼(채널) 중 TV채널은 거의 없습니다. ABC와 폭스 등이 존재하지만 미식축구 등 스포츠 중계 때문인것으로 보입니다. 소셜 미디어, 스트리밍 서비스 중 자존심을 지킨 채널은 Z세대 취향 콘텐츠를 편성하는 ‘어덜트 스윔(Adult Swim)’입니다. 특히, 이 채널은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FAST)를 통해 스마트TV에도 공급됩니다.
이런 관점에서 시상식 시청률 하락은 에미상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어떤 시상식도 이제 안전하지 않습니다. 영화 시상제인 오스카상 시청률도 2016년 이후 계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2021년 1,060만 명으로 2021년 1,040만 명에 비해 늘었지만, 의미있는 증가는 아니었습니다. 또 음악 시상식들도 최근 몇 년간 시청률 침체를 겪어야 했습니다. 2022년 6월 미국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버라이어티도 시상식 TV시청률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습니다.
특히, 젊은 소비자들은 나이든 세대들보다 더 많은 엔터테인먼트 포맷을 쓰고 있습니다. 단순히 미디어 소비 플랫폼을 옮기는 것이 아닌 다양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즐기고 있는 겁니다.
버라이어티 조사 결과, 15~29세 소비자들은 21.1개의 미디어 플랫폼(주간 평균)을 사용했습니다. 60세 이상이 12.9개를 사용하는 것과 비교하면 10개 가량 많습니다.
가장 자주 이용하는 플랫폼은 소셜 미디어 서비스였고 음악, 구독 소셜 미디어 서비스, 게임 등이었습니다. 지상파TV 플랫폼을 지난 주 이용했다는 응답은 69%(10명 중 7명)으로 가장 낮았습니다.
결국 젊은 세대는 개별 플랫폼에 쓰는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방송사나 언론사들에는 더 힘들 수 밖에 없습니다. 또 MZ세대를 찾아가기 위한 비용(광고비나 제작비)도 더 많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미디어 믹스에 대응하는 작업은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 줄 수 있습니다.
[에미상, 최저 시청률의 의미 “TV는 죽었다”]
TV를 기념하는 축제의 시청률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는 것은 TV업계에 또 다른 고민을 안겨줍니다.
첫 째는 ‘지금 시상식이 현실 오디언스들의 인식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스트리밍 시대, 소비자들이 진짜 원하는 콘텐츠들이 에미상의 부름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파라마운트 TV콘텐츠 ‘옐로우스톤(Yellowstone)은 시즌4 10번째 에피소드에서 시청자수 1,000만 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에미 수상 리스트에는 없었습니다.
또 TV가 젊은 세대들의 놀이터 기능을 잃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TV에서 멀어져 다른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습니다. 젊은층들은 오히려 시상식 관련 소식과 배우들의 수상 소감 등을 TV가 아닌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확인하고 소통하고 있습니다.
2010년 중반만 해도 1,000만 명을 넘었던 에미상 시청자수는 이제 500만 명을 간신히 넘기는 수준까지 하락했습니다. 2023년이나 2024년에는 500만 명 선이 깨질 수도 있습니다. TV아카데미 위원회(TV Academy board of directors)의 특단의 과감한 조치가 없다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