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ABC의 승리, 올림픽의 패배, 넷플릭스의 위협
2월 21일 NBC유니버설, 올림픽 TV시청률 발표했지만 역대 최저를 기록. 위안은 디지털 시청 시간이 42억 분 이상으로 늘었다는 것. 이에 앞서 올림픽으로 무장한 NBC는 아침 뉴스에도 ABC에 시청률 뒤져. 올림픽의 효과에 대한 우려 나와. 이에 반해 넷플릭스는 프랑스에 투자를 늘리는 등 지속적인 위협
TV시장 대형 이벤트인 올림픽은 아침 뉴스도 전쟁으로 만듭니다. 밤 사이 시차 등의 문제로 경기를 보지 못했던 시청자들을 위해 경기를 종합하기도 하고 메달을 딴 선수나 가족을 인터뷰한 영상을 내보기도 합니다. 그래서 미국 TV시장에서 올림픽 기간 각 방송사들의 아침 뉴스도 치열한 경쟁을 펼칩니다.
이 경쟁에서 오랜 승자는 NBC 아침뉴스 ‘Today’였다. NBC유니버설이 올림픽을 계속 중계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올해(2022년)는 전통이 깨졌다. ABC의 ‘굿모닝 아메리카(Good Morning America, GMA)’가 베이징 겨울 올림픽(Winter Olympics from Beijing) 개막 첫 주 아침 뉴스 시간 대 시청률 1위를 한 겁니다.
닐슨(Nielsen)에 따르면 이 사건은 1992년 2월 7일 이후 3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올림픽 개막 첫 주인 2022년 2월 11일 GMA는 334만 명의 시청자를 모아 NBC뉴스의 아침뉴스 투데이(Today) 306만 명을 크게 앞섰습니다.
물론 투데이는 핵심 오디언스 세대인 25~54세 시청자 시청률에서는 1위를 차지했지만 ABC에 비해 겨우 4,000명 앞섰을 뿐입니다. 이 영향은 저녁 뉴스에도 이어졌습니다. NBC의 메인 뉴스인 ‘NBC Nightly News’는 25~54세 통합 시청률(TV+디지털)에서 ABC ‘월드 뉴스 투나잇(World News Tonight)’에 뒤졌습니다.
보통 올림픽이 시작 초반 강력한 세몰이를 한다는 점에서 NBC의 치욕인 동시에 ABC의 위대한 승리입니다.그리고 ABC도 올림픽 뉴스를 전했지만, 전세계 대형 이벤트를 중계한 방송사가 아닌 곳이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오디언스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난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는 NBC 투데이가 모든 세대에서 ABC를 앞섰습니다. NBC유니버설과 모회사인 컴캐스트는 올림픽 중계(2021~2032년)에 77억5,00만 달러(9조 2,400억 원)을 투자했습니다.
NBC가 30년 만에 ABC에 뒤진 이유는 두 가지 이유로 분석됩니다. 이는 단기와 장기 영향으로도 이해가 됩니다.
[단기는 팬데믹]
단기는 바로 팬데믹(Pandemic)입니다. 2022년 베이징 올림픽은 여러 이유로 미국에서 유독 인기가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NBC는 불과 6개월 동안 두 개의 올림픽(여름과 겨울)을 중계해야 했습니다. 이는 잠재적으로 시청자들의 피로감을 불러왔습니다. 또 중국의 지나친 팬데믹 규제와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미국의 정치적인 보이콧도 NBC유니버설에게는 매우 큰 제약이었습니다.
NBC유니버설은 중계권사임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에게 접근하기 어려웠고 베이징과 올림픽을 둘러싼 다양한 화면을 담기 힘들었습니다.
지난 1996년 애틀랜타(Atlanta) 올림픽 이후 미국 NBC ‘투데이’팀은 올림픽 기간 현장으로 스튜디오를 옮깁니다. 올림픽 참가 선수들과 가족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2022년의 모습은 달랐습니다. 공동 앵커인 크레그 멜빈(Craig Melvin)만 베이징에 옮겨갔고 나머지 앵커들은 뉴욕 스튜디오에서 방송을 했습니다.
[수명이 다하고 있는 올림픽, 빅 이벤트에 대한 재정의]
시청률 하락의 장기 이유는 다름 아닌 ‘올림픽’ 그 자체입니다.
대형 국가적 이벤트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서 올림픽도 더 이상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올림픽도 평균 수명이 다하고 있는 겁니다. 올림픽의 평균 시청자들은 중장년 이상입니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올림픽은 서서히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 도쿄올림픽 직후, 버라이어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앞으로도 올림픽을 시청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55세 이상의 관심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55세 이상은 도쿄올림픽 이후 미래 올림픽에 관심이 있다는 응답이 2.9배 낮았습니다.
18세~34세 젊은 세대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이들은 점점 TV를 떠나고 있어, ‘TV에서의 올림픽’의 위상은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팬데믹으로 인한 올림픽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투명됐지만 ‘종합 스포츠 경기’에 대한 다양한 시선들이 숨어있는 응답입니다.
2022년 베이징 올림픽도 시청률에서 최악을 기록했습니다. 닐슨에 따르면 베이징 올림픽 게임 미국 프라임 타임 TV시청률은 평균 1,070만 명에 불과했습니다. NBC의 스트리밍과 디지털 플랫폼 중계를 합치면 1,140만 명 정도였습니다.
이는 겨울올림픽에서는 프라임타임 기준 가장 낮은 시청률이었다고 AXIOS가 보도했습니다. 지난 2018년 평창올림픽에 비교해서도 시청률이 36% 하락했습니다. 개막식 시청률 역시 1,400만 명으로 평창보다 43%하락한 역대 최저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NBC유니버설의 유일한 희망은 디지털 시청 상승이었습니다. NBC는 스트리밍 서비스 피콕, 모바일 앱 등을 통해 오디언스들이 올림픽 경기를 시청한 시간은 43억 분으로 역대 최대였다고 밝혔습니다. NBC유니버설은 ‘가장 많이 스트리밍 된 올림픽’이라고 지칭했습니다.(most streamed Winter Games ever)
올림픽의 TV시청률 추락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감소세가 팬데믹과 만나면서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또 올림픽에 미국과 중국, 중국과 한국 등 국가 간 정치적 긴장 관계가 방송에 투영되면서 시청률은 더 떨어지고 있습니다.
도쿄올림픽도 20116년 여름 올림픽에 비해 시청률이 42% 하락했습니다. 앞으로도 국제 정세가 더 나아질 가능성이 별로 없는 측면에서 올림픽에 대한 정치적인 영향을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대형 이벤트의 시청률 하락은 올림픽뿐만은 아닙니다.
오스카 등 주요 시상식 등도 전보다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이에 반해 단일 스포츠 중계 이벤트는 어느 정도 선방하고 있습니다. 이는 이제 TV는 더 이상 모든 것을 종합해주는 중심 매체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올림픽에 대해 진지한 고민할 때가 오고 있습니다.
[전망 그리고 ‘두려운 존재’가 된 넷플릭스]
이런 상황에서 넷플릭스(Netflix) 등 스트리밍 서비스들의 추격은 빠릅니다. 넷플릭스는 2월 23일(프랑스 시간) 유럽과 프랑스 영화에 향후 3년 간 최소 4,500만 달러(536억 원)을 투자하기로 프랑스 영화 노조(French film guilds)와 합의했습니다. 이로 인해 넷플릭스는 프랑스 및 유럽 영화에 연간 수익의 4%를 투자하고 최소 3000만 유로는 프랑스 영화에 쓰게 됩니다.
규제에 따른 강제적인 투자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넷플릭스는 프랑스 등 유럽에서 그만큼 많이 벌고 두려운 존재라는 겁니다.
프랑스 영화 투자와 함께 넷플릭스는 프랑스 영화가 극장에 개봉한 뒤 15개월이 지나면 스트리밍에 라인업에 편성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들 영화는 7개월 간 넷플릭스에서만 독점 상영됩니다.
이에 앞서 지난 2021년 12월 넷플릭스, 아마존, 디즈니+,애플TV 등 스트리밍 서비스는 프랑스 방송 규제 기관(CSA)과 시청각 미디어 서비스(Audiovisual Media Services Directive (Avms))에 따른 프랑스 법령의 일환으로 연간 수익의 20%를 TV시리즈와 영화 등 프랑스 콘텐츠에 투자하기로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당시 CSA는 이로 인해 연간 2억 8,200만 달러에서 3억3,000만 달러를 스트리밍 사업자들이 투자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