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D] “급상승하는 재전송료를 위한 해법” “시청자 우위 시대, 가격 인상보단 가격 합리화"가 우선
최근 플랫폼과 방송사 간 재전송료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NBC유니버설과 유튜브TV도 협상 실패로 블랙아웃 위기. NBC는 콘텐츠 가치 인정해달라는 것이고 유튜브TV는 과도한 인상폭이라는 입장. 이면에는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 둘러싼 갈등이. 그러나 유료 방송 가입자 계속 줄고 있어 합리적인 갈등 조정 필요.
(2021-10-01)
한국이나 미국이나 케이블TV 등 유료 방송 플랫폼의 시대엔 TV방송사(지상파+케이블)와 플랫폼간 갈등은 늘 존재합니다. 가장 극심한 대립은 ‘재전송료’ 문제였습니다. 재전송료는 TV방송사들이 자신들의 방송을 플랫폼에 제공하는 조건으로 받는 일종의 저작권료입니다.
콘텐츠의 가치를 높게 평가 받고 싶은 방송사들은 매년 재전송료를 올렸습니다. 그러나 방송 플랫폼 사업자들은 저항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한국과 달리 미국은 블랙아웃(Black out, 방송 중단)이 심심치 않게 일어납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유료 방송이 성장(가입자)해왔기 때문에 방송사들이 받는 재전송료도 어쨌든 인상돼 왔습니다.
[유료 방송 가입자 감소에도 재전송료 상승]
그러나 최근 미국에선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유료 방송 구독자가 줄고 있지만, 재전송료 수입이 상승하고 있는 겁니다. 이는 미국 유료방송플랫폼(MVPD)와 인터넷을 통해 유료 방송을 보는 가상 유료 방송 플랫폼(VMVPD)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1년 사이(12개월) 미국 유료 방송 가입자는 4.3%(340만 명)가 감소했지만, TV방송사들이 거든 재전송료(affiliate fee)는 같은 기간 6.3% 8억550만 달러(9,550억 원) 증가했습니다. 경제 법칙을 거스르는 결과인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구독자가 보고 있습니다. 플랫폼 사업자들이 비용 증가분을 고객들에게 전가해왔기 때문이다. 이는 고객 감소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방송 사업자와 TV플랫폼 사업자 간 갈등도 심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NBC유니버설과 가상 유료 방송 사업자 유튜브TV(Youtube TV) 간 싸움도 같은 맥락입니다.
유튜브TV는 NBC, 스포츠 및 지역 방송사 등의 채널을 서비스하고 있는 NBC유니버설과 재전송료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NBC는 재전송료를 더 올려 받고 싶어하고 더 나아가 자신들의 스트리밍 서비스 피콕(Peacock)과 묶음 상품(Bundle)을 만들기를 원합니다. NBC는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 ‘미식축구경기 중계’ 등 인기 콘텐츠를 앞세워 유튜브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튜브는 이 두 조건 모두 거부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지난 9월 25일 회사 블로그를 통해 만약 NBC유니버설과의 계약이 불발되면 현재 월 이용 가격을 65달러에서 10달러 낮춰 55달러로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NBC의 콘텐츠 가치가 전체 65달러 중 월 10달러라는 이야기인데 상대방에 강공을 날린 셈입니다.
유튜브TV는 “우리의 요구는 유튜브TV를 다른 유료 방송 플랫폼과 동등하게 취급해 달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NBC유니버설은 “NBC유니버설은 엔터테인먼트, 히스패닉, 스포츠, 뉴스 등을 종합 서비스하는 유일한 회사로 구글의 유튜브로부터 공정한 요금(fair rates)을 받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그러나 안타깝게도 구글을 협상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구글이 계속 고집한다며 우리는 채널 공급을 중단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점점 침체되고 있는 VMVPD]
유튜브TV가 기존 유료 방송사업자와 동등 대우를 요구한 이유는 가입자 감소가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미국 VMVPD시장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VMVPD는 2021년 상반기(1분기, 2분기) 구독자 성장률이 지난 2016년 이후 하위 3위 중 2위와 3위를 기록했습니다. 구글에 따르면 유튜브TV의 가입자는 지난 2020년 10월 기준 325만 명입니다. 물론 그 사이 가입자가 늘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추세적인 감소를 피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현재 미국에선 슬링TV(Sling TV), 후보TV(Fubo TV), 훌루 TV라이브(Hulu), 파일로(Philo) 등이 VMVPD사업을 하고 있는데 거의 모든 사업자가 고전 중입니다. 한국에선 이런 서비스를 별도 사업자가 아닌 IPTV사업자인 이동 통신사들이 모바일 앱을 통해 부가 서비스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VMVPD의 급격한 가격 인상 인기 하락 요인]
VMVPD의 고전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가격인상입니다. 유료 방송 구독 가격이 상당히 비싼 미국의 경우 3분의 1 이하 가격에 유사한 채널 서비스(지역 채널 및 스포츠)를 하는 VMVPD를 선호했습니다. 그러나 VMVPD 이용 가격은 계속 상승했습니다. 이제 인터넷 서비스와 VMVPD를 함께 구독할 경우 기존 케이블TV 번들(케이블TV+인터넷)과 차이가 없어졌습니다.
이 같은 가격 인상은 VMVPD사업자들이 TV방송사에 지급하는 재전송료가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트리밍 서비스 등 확산 등 경쟁 상황이 나빠지다 보니 차별화를 위해 더 많은 채널을 편성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럴 경우 동시에 채널 수급 비용(재전송료)도 늘어나게 됩니다. 비용 증가는 고스란히 고객의 월 이용 가격에 반영돼 가입자 이탈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미국 1위 VMPD인 훌루(Hulu)를 보면 이런 악순환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이 회사는 지난 2019년 이후 몇 차례 가격을 올렸고 지난해 1월 10달러를 인상해 현재 65달러 수준입니다. 그러나 가격 인상 후 계속해 가입자가 줄고 있습니다.
스트리밍 전쟁도 유튜브TV와 NBC유니버설 간 갈등의 또 다른 배경입니다.
NBC유니버설은 뒤늦게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2020년 7월)에 뛰어들면서 모든 자원을 피콕(Peacock)에 쏟아붓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월 5달러(6,000원) 서비스인 피콕에 ‘일요일 풋볼 중계(Sunday Night Football)’까지 편성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실시간 채널에는 힘을 빼고 있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에 더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결과적으로 NBC유니버설은 과거처럼 실시간 방송 채널 협상에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이른바 락온 효과(knock-on effect), 즉 연쇄 반응입니다. 블랙아웃을 막기 위해 가격을 낮추고 유튜브TV에 끌려 다닐 이유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게다가 유튜브TV도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이 회사는 경쟁 사업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향후 전망]
매체가 다양해지고 세대별 지역별로 선호하는 미디어들이 달라지는 이른바 ‘엔터테인먼트 믹스’ 현상이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NBC유니버설 등 미디어 기업들도 콘텐츠를 하나의 플랫폼에만 담지 않고 있습니다. 아울러 매체가 다양해짐에 따라 모든 콘텐츠를 한 곳에 제공하는 절대 플랫폼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둘 간의 협상 타결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설령 합의하더라도 다른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유튜브TV는 이미 NBC유니버설이 채널을 뺄 경우 10달러를 인하하겠다고 시청자 대상 솔루션을 내놓은 상태입니다.
이 싸움에선 어느 쪽도 물러서기 힘듭니다. NBC유니버설의 경우 앞으로 등장할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들에게 물러선다는 선례를 남기고 싶지 않을 겁니다. 유튜브TV는 더 이상 가격을 올려 가입자가 떨어져 나가는 상황을 원치 않습니다.
미디어 기업들도 현실을 깨달을 때입니다. 모든 케익을 독식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세상은 흔들리고 소비자들은 변합니다. 방송사들도 과거처럼 재전송료를 계속 올리기가 쉽지 않고 플랫폼 사업자들도 버티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적어도 콘텐츠 시장에서 현재는 절대 승자가 없는 소비자 우위 시장입니다. 이 시장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적응이 필수입니다.
계속되는 가격 인상보다는 유튜브TV의 해법처럼 채널별 상품을 내놓거나 번들 등으로 전략을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합니다. 이 공식은 이제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이 완성되고 있는 한국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