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은 죄가 없다" WP의 실패는 "디지털 적응 실패와 무능한 경영 전망"
워싱턴포스트, 직원 10% 감축. 뉴스룸도 큰 타격. 노조 "경영진의 미래 예측 실패에 기자들만 피해" 디지털 구독자도 300만에서 250만 명으로 급감. 잘못된 디지털 정책과 무리한 조직 확장이 가장 큰 문제 "기사를 잘 쓰면 좋은 언론사가 되는 날은 지났다"
미디어 비즈니스는 변화의 시기입니다.
새로운 도전이 일어나고 도전하지 않는 레거시 미디어들은 실패합니다. 간혹 흔들릴 수 없다고 믿었던 대형 스튜디오들도 휘청입니다. 한국과 미국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놀랍게도 워싱턴포스트(WP)가 240명을 정리해고하기로 했습니다. 전체 직원의 10%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WP는 디지털 구독과 광고 매출 하락을 견뎌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구조조정이었습니다.
WP CEO대행인 패티 스톤시퍼(Patty Stonesifer)는 2023년 10월 10일(화)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자체 구조조정 일환으로 정리해고를 실시한다”며 “희망퇴직(voluntary buyouts)이 먼저 시행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자발 희망 퇴직은 정리해고(Layoff)와는 달리, 퇴직 조건 등을 협의한 뒤 일부 보상금 등이 주어집니다. 2000년 초 진행됐던 워싱턴포스트의 희망퇴직에는 15년 이상 근무자의 경우 2년 임금 보전과 건강보험 1년을 보장 받은 바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의 전체 직원은 2600명 가량입니다.이중 1,000명 이상이 뉴스룸 기자 및 직원입니다. 편집국 기자들이 구조조정에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회사는 뉴스룸에서 얼마나 많은 기자들을 해고할지 밝히지 않았지만 이를 부인할 수 있는 사람들은 없어 보입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전체 직원 중 700명 가량이 자발적인 희망퇴직 대상이라고 보도했습니다.
[WP 몰락은 위기 대응 못한 경영 실패]
스폰시퍼 CEO대행은 “지난 2년 간 그리고 2024년까지 웹 트래픽, 구독, 광고 성장에 대한 기존 예측이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며 “그래서 우리는 최우선 분야에 투자하기 위해 비용 구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어려운 결론에 도달했다”고 전했습니다.
외부 요인이 아닌 사실상의 경영 실패를 인정한 것이다. 쉽지 않은 위기 진단입니다.
대부분 한국과 미국의 언론사들의 해고와 구조조정에는 ‘광고 하락’이라는 외부 요인이 붙습니다.
팬데믹 이후 워싱턴포스트의 경영은 정상이 아니었습니다.
이제 뉴욕타임스가 경쟁사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입니다. 아마존 창업주 제프 베조스가 소유한(2013년 2억 5,000만 달러에 인수) 워싱턴포스트(Washington Post)는 2023년에만 1억 달러의 손실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구독자가 한 때 300만 명까지 갔지만 지금은 250만 명 수준입니다. 이에 반해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구독자 숫자는 1분기 기준 970만 명으로 1,000만 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2022년 인수한 스포츠 전문 구독 미디어 애슬레틱(The Athletic)은 2023년 1분기 말 구독자는 330만 명입니다.
뉴욕타임스는 2027년 1,500만 명의 구독자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디지털 광고 매출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계의 어려움에 회사의 경영 부실까지 합쳐서 워싱턴포스트의 디지털 광고 매출을 급감했습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가 위기에 직면한 가장 큰 이유는 전통적인 수익 프레임에만 집착했기 때문입니다.
팬데믹 이후 광고 매출이 급감하고 신문사들의 기존 수익 구조가 악화됐지만 워싱턴포스트는 기사 퀄리티 높이는데만 집착했습니다. 최소한 경영진은 ‘기사를 잘쓰면 좋은 언론사가 된다고 말하면 안됐습니다.’
그들은 언론사의 영속성을 위한 수익 구조를 만들었어야 합니다.
히지만, 워싱턴포스트는 뉴욕타임스가 추진했던 구독 플랫폼 전략(뉴스 외 오디오, 상품비교, 게임 등)은 보이지 않았고 악시오스 등과 같은 오프라인 이벤트 수익도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의 구독자 수가 증가하지 못한 이유도 바로 여기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 전략도 마찬가지입니다. 워싱턴포스트의 소셜 전략은 틱톡에 머물렀습니다. 전통적인 뉴스 미디어에 맞지 않는 포맷입니다. 잔 기술에 집중했지만 디지털 플랫폼에서는 의미 있는 매출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FAST에 진출했지만 상당히 늦었습니다.
팬데믹 이후 뉴스 콘텐츠의 가치는 기자와 매체와의 호흡에서 발생하는데 워싱턴포스트는 테크놀로지 등에서만 투자하면서 기자들의 대외 홍보 활동을 강화하지 않았습니다.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니 수익 창출 능력도 감소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냉소적인 회사 문화, 우수 인재들은 빠져나가]
현재 워싱턴포스트의 어려움은 6월 사임을 발표한 오랜 CEO이자 발행인인 프레드 라이언(Fred Ryan)의 책임이 가장 큽니다.
과거 레이건 대통령 보좌관이자 폴리티코 임원이었던 그는 2014년 워싱턴포스트에 합류했습니다. 그는 임기 첫 5년 동안 뉴스룸 규모를 두 배로 키웠고 회사의 외형을 확장하는데 힘을 썼습니다. 취임 당시 580명이던 기자는 1,000명까지 늘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테크놀로지와 탐사보도팀을 확장했습니다. 또 기후 변화와 웰빙(Wellness)을 담당하는 새로운 부서도 런칭했습니다.
하지만, 늘어난 조직을 운영할 수익 전략은 없었습니다.
다른 뉴스미디어와 마찬가지로 워싱턴포스트도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 퇴임 이후 급격한 구독자 감소에 직면했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구독 등 수익은 늘지 않았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뉴욕타임스와 CNN이 했던 것처럼 스트리밍에 집중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들의 말했던 디지털 전략(Z세대를 위한 버티컬 포맷)은 호시절에나 통하는 전략이었습니다.
라이언은 이 문제로 뉴스룸 간부들과 자주 갈등을 일으켰고 냉소적인 뉴스룸 문화를 비판했습니다. 구독자 확대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설상가상 최근 2년 동안 워싱턴포스트의 우수 인재는 썰물처럼 빠져나갔습니다.
워싱턴포스트의 흑자 운영을 바랬던 베조스는 자신의 돈을 신문 경영에 투입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제프 베조스의 오랜 친구인 스폰시퍼가 6월 이후 CEO대행으로 긴급 투입됐습니다.
그녀는 이메일에서 “지난 두 달 동안 고위 간부들과 함께 회사의 사업 및 재무 결과를 검토했다”며 “해고(layoffs)와 같은 더 어려운 결정을 피하기 위해 희망퇴직(buyouts)을 내렸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또 이번주(10월 13일) 내 직원들에게 구체적인 보상 규모 등을 제시할 것이며 제안 수용 여부는 개인 자유라고 언급했습니다. 현재 워싱턴포스트는 라이언 이후를 책임질 CEO와 발행인을 찾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5명 정도로 최종 명단이 추려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무능한 경영진 때문에 열심히 일한 직원들 일자리 잃게 됐다”]
워싱턴포스트의 구조조정 발표는 급작스러웠습니다.
이에 기자들이 중심이 된 노조(The Washington Post Guild) 간부들은 회사의 무능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습니다.
성명에서 노조는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는 포스트 직원들은 회사 최고 경영진의 형편 없는 의사 결정들 때문에 직업을 잃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중 한 명이 소유한 더 포스트(베조스)가 어떻게 무능한 사업 계획과 무책임한 확장으로 망가졌고 근면 성실한 사람들이 나가게 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Hard-working Post employees are going to lose their jobs because of a litany of poor business decisions at the top of our company, We cannot comprehend how The Post has decided to foist the consequences of its incoherent business plan and irresponsibly rapid expansion onto the hardworking people who make this company run)
워싱턴포스트 노조는 계속되는 고용 불안에 계속 숫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악시오스는 워싱턴포스트 노조가 ‘뉴욕타임스 노조’에 협상력을 키우기 위해 공동 파업 등 연대를 제안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월에서 20명의 기자들을 해고하고 공석이된 30개 자리도 채용을 동결했습니다. 당시 온라인 게임 정보지 ‘런처(Launcher)와 어린이 섹션 ‘키즈포스트(KidsPost)’가 희생당했습니다.
인력 감축은 뉴스 콘텐츠 질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워싱턴포스트 편집국장 샐리 버즈비(Sally Buzbee)는 직원들에게 교통비 삭감, 편집부 축소, 일부 뉴스레터 중단, 오디오와 비디오팀의 전략적 운영 등을 언급했습니다.
구조조정 이후 뉴스룸은 2021년 말 수준인 940명 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뉴스 기능의 축소는 워싱턴포스트의 영향력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위기에는 역발상이 필요합니다. 더 이상 좋은 기사를 쓰면 수익 좋은 언론사가 되는 시기는 지났습니다. (수익 관점에서만)
위기가 닥칠 수록 디지털 뉴스 전략을 강화해야 합니다. 오프라인 뉴스에 비해 비용은 적게 들고 효과는 오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오리지널보다는 디지털 유통에 무게 중심을 돌려야 합니다. 소셜 미디어 서비스도 효율화 해야 합니다. 어차피 전통적인 지면이나 방송 매출은 늘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현재 위싱턴포스트의 인력과 간부진의 능력으로는 쉽지 않은 결론일 겁니다.
[뉴스룸에 확대되는 정리해고]
뉴스 미디어의 정리해고는 워싱턴포스트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2023년 들어 미국 뉴스미디어들은 전체 7%에 달하는 인력을 감축했습니다. LA타임스, 복스미디어,NPR 등 신문, 방송, 온라인 등 모든 형태의 뉴스 미디어가 경기 침체와 광고 하락에 타격을 입었습니다.
NPR은 전체 직원의 10%인 100명을 해고했고 CNN은 수백명의 직원을 정리해고 했습니다. 미국 지역 신문 그룹인 가넷 역시 여러 차례의 정리해고를 단행했습니다. 이외 스포티파이는 지난 여름 200명의 자리를 없앴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