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와 헤어질 결심' 디즈니...스트리밍 시대 보다 더 중요해질 뉴스 스튜디오
'방송은 우리의 미래가 아니다'고 한 디즈니. 케이블 TV채널에 이어 미국 4대 지상파 방송도 매물로 내놔. 디즈니의 우산을 벗어나 생존을 위해선 가장 익숙한 플랫폼을 버려야 하는 상황에 놓인 ABC. 그들의 답은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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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ABC는 알다시피 4대 지상파 네트워크입니다. 1943년 개국해 1995년 디즈니에 인수됐습니다. 디즈니 엔터테인먼트 사업부의 심장이었습니다. 본사 역시 월트 디즈니의 고향인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 드라이브 버뱅크에 있습니다.
사옥도 로이 E. 디즈니 애니메이션 빌딩(Roy E. Disney Animation Building)을 근처에 두고 있습니다.
2007년까지 ABC라디오를 가지고 있었지만 디즈니는 시타델 방송(Citadel Broadcasting)에 이 사업부를 매각했습니다. 당시는 스트리밍 서비스와 팟캐스트가 태동하던 시기였습니다. 빅3(NBC, CBS) 중 가장 젊은 레거시 방송사이기도 합니다.
1943년 라디오 방송사로 개국한 ABC는 1948년 TV를 시작합니다.
1950년 유나이티드 파라마운트에 합병되기도 했습니다. 이후 캐피털 시티 커뮤니케이션이 새로운 주인으로 등극합니다. 그러나 1996년 디즈니가 Capital Cities/ABC의 대부분의 자산을 인수하면서 신데렐라의 성에 들어왔습니다. 2023년 현재 ABC는 8개 직영 지역 방송사와 미국 전역에 230개 지역 스테이션( 230 affiliated television stations)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1996년에 디즈니에 인수된 이후에는 빠르게 월트 디즈니 그룹의 중심이 됩니다.
ABC는 디즈니와 함께 지상파의 전성기를 함께 했습니다. ESPN을 통해 각종 스포츠를 중계했고 ‘굿모닝 아메리카’(GMA)는 오랜 기간 미국 아침 뉴스 시청률 1위를 합니다.현재 디즈니 CEO인 밥 아이거(Bob iger)는 ABC지역 뉴스에서 기상 캐스터로 첫 사회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지상파를 포기한 디즈니]
전성기가 영원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디즈니는 스트리밍 시대 ABC를 포기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지난 2019년 11월 디즈니+(Disney+)를 런칭하고 스트리밍 시장에 뛰어든 디즈니(Disney)는 스트리밍 분야에서만 100억 달러(2023년 6월 기준)의 손실을 봤습니다. 그러나 스트리밍은 디즈니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입니다.
대신 디즈니는 오히려 전통 미디어와 결별을 택했다. 전체 시청 트렌드가 스트리밍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9월 들어 미국 방송가에선 충격적인 소문이 돕니다. 디즈니가 ABC를 팔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 미디어 재벌 베이런 알렌(Byron Allen)은 디즈니에 ABC와 내셔널 지오그래픽, FX 등을 매각하는 조건으로 100억 달러(13조 5,200억 원)를 지급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또 다른 지역 미디어 그룹 넥스타 미디어 그룹(Nexstar Media Group Inc) 역시 디즈니와 ABC와 8개 지역 미디어 네트워크를 매각하는 계약을 논의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파장이 커지자 디즈니는 뒤늦게 수습에 나섰습니다.
2023년 9월 14일 디즈니는 스트리밍 시대, 전통 TV네트워크들에 대해 전략적인 옵션을 고려하고 있을 뿐, 매각 등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디즈니는 여운을 남겼습니다. “모든 가능성 열려있다. 실시간 방송 비즈니스를 위해 다양한 전략적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디즈니의 ABC 매각은 미국 방송 시장에 두 가지 충격을 줬습니다.
디즈니의 품을 떠난 ABC가 독자 생존할 수 있는 지와 그리고 ABC매각 가격이 100억 달러에 그쳤다는 겁니다.
물론 최종 가격은 아니지만, 미국 4대 지상파 방송사로선 초라한 금액임은 분명합니다.
현재 미국 주요 지상파는 모두 미디어 재벌(폭스, 컴캐스트, 파라마운트)에 속해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재무력이 약한 알렌(웨더뉴스 소유), 넥스타(지역 2위 사업자)에 ABC가 넘어갈 경우 그들의 미래도 알 수 없습니다. 넷플릭스는 1년에 20조 원이 넘는 돈을 콘텐츠에 투입합니다.
[스트리밍 시대, 뉴스룸의 미래]
최종 결론은 알 수 없지만 디즈니가 뉴스를 버렸다는 인식은 ABC뉴스룸을 좌절시켰습니다. 넥스타도 강한 지역 뉴스 채널(뉴스네이션)을 가지고 있지만 ABC에 비할 바 아닙니다. 넷플릭스에 대항하는 미디어 그룹을 지향하는 디즈니에게 ‘뉴스’는 그냥 구매 대상일 뿐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디즈니의 생각은 전 잘못됐다고 봅니다.
ABC를 인수하는 사업자는 ABC뉴스 스튜디오도 가지게 됩니다. ABC뉴스 스튜디오는 스트리밍 시대를 가장 현명하게 헤쳐나갈 핵심 부서가 될 수 있습니다.
스트리밍 시대, 뉴스 장르에 다양한 포맷이 요구되고 뉴스를 편성하려는 플랫폼이 늘어나자, ABC는 2021년 뉴스, 다큐멘터리를 전문적으로 제작, 생산하는 스튜디오를 런칭했습니다.
처음에는 ABC와 훌루, 디즈니+에 다큐멘터리 콘텐츠를 주로 공급하는 제작사였습니다. 교양 및 실시간 뉴스를 제작해왔습니다.
ABC뉴스 스튜디오는 2022년 본격적으로 확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뉴스 포맷을 제작했고 스트리밍에 맞는 뉴스 장르 탐구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2022년 ABC뉴스 스튜디오는 ABC뉴스와 아침뉴스 앵커 조지 스테파노풀로스(George Stephanopoulos)는 젊은 정당 출입 기자들이 미국 중간 선거 유세 현장을 취재하는 리얼 다큐 프로그램 ‘파워 트립(Power Trip)’을 방송했습니다.
뉴스 보도에 예능 요소를 담고 현장 기자들의 무대 뒤를 보여주는 이 프로그램은 뉴스 스튜디오의 기능을 확장했습니다. 파워트립은 TV가 아닌 스트리밍 훌루(Hulu)에서 방송됐습니다.
파워트립에 나온 기자들이 모두 성공하지 못했지만 매일 아침, 노래 경연에 나서는 출연자들처럼 긴장된 모습의 기자들의 얼굴을 시청자들을 ‘뉴스 스트리밍’에 모으기 충분했습니다. 신입 기자들과 설전을 벌이는 정치인들의 모습은 유권자들에게 충분한 정보가 됐습니다.
[사람들이 보지 못한 새로운 인터뷰를 준비하는 ABC]
최근 ABC뉴스 스튜디오는 ‘인터뷰 포맷’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역시, 스트리밍에서 매우 좋은 가장 저렴하고 효율적인 콘텐츠입니다. 물론 스트리밍의 격에 맞는 인사를 만나야 합니다.
스트리밍 인터뷰 포맷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스튜디오와 질문자입니다. ABC는 아침 뉴스 진행자로 유명한 로빈 로버츠(Robin Roberts)에게 새로운 역할을 맡겼습니다.
ABC뉴스 스튜디오(ABC News Studio)가 로버츠가 출연하는 다양한 포맷의 인터뷰 뉴스를 제작하는 부서를 만들었습니다.
로버츠는 이메일을 통해 미국 언론에 “이 부서는 매력적인 이야기를 다양한 형식으로 전달할 수 있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사람들이 보지 못한 새로운 장르를 탐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미국 지상파 방송사들도 다큐멘터리 뉴스와 전형적이지 않은 다양한 형식 뉴스 콘텐츠를 실험하고 있습니다.
NBC뉴스 스튜디오를 런칭해 드라마까지 만들었던 NBC유니버셜은 MSNBC 진행자 레이첼 매도우(Rachel Maddow)에게 뉴스가 아닌 영화와 팟캐스트에 출연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또 전 백악관 대변인 젠 파사키(Jen Psaki)는 오후 8시 MSNBC에서 뉴스 프로그램(Inside with Jen Psaki)을 진행합니다.
백악관 대변인이 진행하는 뉴스 역시 인터뷰가 주력입니다. 이에 앞서 CBS도 ‘See it Now’라는 이름의 뉴스 스튜디오를 런칭한 바 있습니다. See it Now가 파라마운트+에 집중한 것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로버츠가 이끄는 새로운 뉴스 부서에 근무하는 수석 프로듀서 조나단 블레이클리( Jonathan Blakely)는 인터뷰에서 멀티 포맷 뉴스를 강조했습니다.
그는 “우리는 모든 포맷과 장르에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며 “대중 문화, 사건 실화에서부터 로빈과 함께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로버츠의 ABC뉴스 스튜디오 합류 첫 번째 프로젝트는 2023년 9월 24일(일) ‘20/20’의 스페셜 에디션 ‘Kerry Washington: Thicker Than Water’입니다.
배우이자, 감독, 프로듀서인 케리 워싱턴(Kerry Washington)과의 1대 1일 인터뷰를 담은 작품이다. 같은 이름의 케리 워싱턴의 자서전을 앞두고 방송되는 콘텐츠입니다.
스트리밍 시대, 모두 다 다양한 형식의 뉴스를 꿈꾸며 디지털에 올인합니다. 한국 뉴스룸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정작 놓치는 것은 오디언스(Audience)입니다.
정말 오디언스가 파격적인 새로운 형식의 뉴스만을 ‘디지털이나 스트리밍에서 원할까요’ 제가 생각하기는 아닙니다.
새로운 혹은 젊은 오디언스가 스트리밍에서 원하는 뉴스는 ‘돈을 낼만한 뉴스입니다.’ 독점 인터뷰는 과금 의사가 분명한 콘텐츠 중 하나임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유퀴즈’에 유재석이 있듯, 스트리밍 인터뷰 뉴스에서 새로움이 있어야 합니다. 물론 전 뉴스 진행자의 변화로는 새로움을 줄 수 없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