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비즈니스] 뉴스 미디어에 더 길게 느껴질 '2022년 겨울'
CNN은 결국 12월 1, 2일 정리해고 단행. 핵심인 뉴스룸, 앵커, 디지털 인력 등을 제외하고 수백명이 영향 받아. 인원 감축과 오리지널 콘텐츠 축소로 1억 달러 이상 비용 절감 예상. 이외 다른 디지털 미디어들도 잇달아 인원 감축. 하지만, 다른 영역에 비해선 아직은 희망적.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길고 긴 불황의 터널'
결국 글로벌 1위 뉴스 미디어 CNN도 정리해고에 나섰습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수백명이 영향을 받을 전망입니다. 크리스 리히트 CEO는 11월 30일(수, 미국 시간) “오늘 개인 별로 정리해고를 통보될 것이다. 상당수 고정 출연자 등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모두에게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CNN은 현재 4,000~4,500명 정도의 직원이 글로벌 시장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뉴스룸과 앵커, 디지털 인력 등은 해고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CNN의 정리해고는 2022년 5월 크리스 리히트가 CEO로 부임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됐었습니다. 리히트는 2022년 말까지 상당한 금액을 절감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 CNN은 일요일에 방송되던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릴라이어블 소스(Reliable Sources)’ 등을 폐지했습니다. 4월에는 스트리밍 서비스 CNN+도 32일 만에 전격 중단했습니다. 또 ‘Anthony Bourdain: Parts Unknown’ 등 일부 오리지널 프로그램도 폐지했습니다.
CNN의 정리해고는 모회사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WBD)의 자금 절감 노력과 궤를 같이 합니다. 4월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가 합쳐 생겨난 WBD는 투자들에게 지출 중 30억 달러 비용을 절감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크리스 리히트는 전임 CEO 제프 저커(Jeff Zucker)가 부하 직원과의 부적절한 관계 때문에 갑작스럽게 물러난 뒤 2022년 5월 전격 취임했습니다. CNN은 전직 앵커 크리스 쿠오모(Chris Cuomo)와도 소송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크리스 쿠오모는 그의 형인 전 뉴욕주지사 앤드류 쿠오모의 성추행을 함께 덮으려고 했다가 CNN으로부터 해임당했습니다.
CNN을 감원 상황까지 몰고 온건 경기 침체지만 이면에는 낮은 실적도 있습니다. CNN은 폭스 뉴스(Fox News)나 MSNBC에 시청률에서 뒤지고 있습니다. 아직 25~54세 광고주들이 신경쓰는 핵심 타깃 층 시청률은 다소 앞서지만 총 시청률 하락은 CNN의 수익성을 갉아먹고 있습니다. CNN은 인원 감축 등으로 1억 달러의 비용을 줄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미디어 업계 해고 바람은 CNN에만 불지 않습니다. 미국 미디어 산업 전반에 해고와 경비 절감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로 광고 매출과 시장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광고 전문기관들도 시장 전망치를 계속 낮추고 있습니다.
특히, TV업계는 계속되는 코드 커팅(Cord Cutting, 유료 방송을 중단하고 스트리밍 서비스로 옮기는 것)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악시오스는 오는 2027년까지 1,690만 명의 유료 방송 시청자가 구독을 중단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미디어 기업의 어려움은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2020년 팬데믹 초기에도 뉴스룸 등 미디어 기업들은 비슷한 처지였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정부 구제 금융 지원 등이 있었지만 지금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2020년 최악이었던 정리해고는 2021년 다소 진정되는 듯 보였습니다. 지난해 미디어 기업의 해고율은 2008년 이후 가장 낮았습니다.
하지만, 미국 미디어 분야 정리해고는 올해(2022년) 다시 증가했습니다. 고금리, 광고 하락 등이 다시 미디어 기업을 괴롭혔기 때문입니다.
챌렌저, 그레이, 크리스마스(Challenger, Gray & Christmas)분석에 따르면 2022년 10월까지 3,000 자리가 넘는 미디어 기업 일자리가 사라졌습니다. 디즈니 등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들도 정리해고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는 2022년 4월 합병 이후 계속해서 사람들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CBS, MTV, VH1 등의 채널을 보유한 파라마운트 글로벌(Paramount Global)도 2022년 11월 16일 광고 영업팀을 중심으로 한 정리해고를 발표했습니다. 뉴욕과 LA사업장에서 100명이 넘는 노동자가 거리로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월트디즈니도 정리해고를 밝혔다는 점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디즈니는 신규 채용을 중단하고 출장 제한 등 비용 절감에 들어갔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 부문 손실이 15억 달러(2022년 3분기)에 달했기 때문입니다.
NBC유니버셜의 케이블TV사업부도 10월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를 단행했습니다. NBC유니버설 역시 영향을 받았습니다. 스트리밍 플랫폼 로쿠(Roku) 역시, 11월 초 200명의 직원을 줄었다. 전체 인력의 5% 해당하는 숫자입니다.
[뉴미디어 스타트업, 경기 침체에 더 취약]
특히, 디지털 뉴미디어 스타트업은 경기 불황에 더 취약했습니다. 불황에 기업들이 TV광고보다 디지털 광고를 더 빨리 중단했기 때문입니다. 2020년 폴리티코가 런칭한 테크 뉴스 사이트 프로토콜(Protocol)은 2022년 말 서비스를 중단합니다. 악시오스는 폴리티코 소속 기자 60여 명도 모두 해고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 타깃 경제 관련 뉴스레터 미디어 모닝 브루(Morning Brew)는 광고 시장 불확성으로 인해 11월 17일 직원 14%를 해고했습니다. 회사 CEO 오스틴 리프(Austin Rief)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경기 불황으로 기업들이 광고비 부터 줄이고 있다며 직원 감축의 불가피함을 말했습니다.
애드위크(Adweek)에 따르면 아웃도어 브랜드 관련 미디어인 아웃사이드 미디어(Outside Media)도 11월 16일 직원 15%를 내보냈습니다. 바이스 미디어(Vice Media) CEO 낸시 두벅(Nancy Dubac)은 일부 구조조정 끝에 직원들에게 최고 15%까지 비용을 절감 하라고 주문했습니다.
특히 전문가들은 신문사들의 어려움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미국 최대 신문 그룹 가넷(Garnett)은 8월 400명 정리해고 이후 무급휴직과 또 다른 정리해고를 단행했습니다.
[약하지만 돌파구가 없다.]
그러나 현재 미디어 업계의 위기는 빅테크에 비해서 심하지 않습니다.
글로벌 인력 시장 조사 기업 챌린저, 그레이 & 크리스마스(Challenger, Gray & Christmas)의 데이터를 봐도 알 수 있습니다. 2022년 들어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몸집을 줄이고 있지만 미디어는 비교적 잘 버티고 있습니다.
체감 위기가 실제보다 더 과장된 분위기입니다.
챌린저에 따르면 2011년 11월 말 기준, 미국 미디어 업계는 3,372명의 정리해고(layoff)를 단행했다. 테크 분야나, 자동차, 헬스케어, 유통 분야보다 훨씬 적은 수준입니다.
디지털, 지면, 방송 등 뉴스 미디어들은 1,446명의 노동자를 내보냈습니다. 이 역시 2010년 이후 연간 기준 가장 낮습니다. 12월 드라마틱한 해고가 없다면 올해(2022년) 뉴스 업계는 그리 나쁘지 않은 연도로 기록될 것으로 보입니다. CNN의 해고는 12월에 수치에 반영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경제학자들은 2023년 대공황을 예견하고 있습니다. 기업들도 지출을 줄이고 조직도 축소하면서 불황을 대비하고 있습니다. 챌린저 자료에 따르면 11월 미국 소재 기업들은 7만 6,835개의 일자리를 줄였습니다. 10월 대비 127% 폭증한 수치며 2021년 11월과 비교하면 417%가 상승했습니다. 챌린저에 따르면 2022년 들어 지금(11월)까지 고용주들은 32만173명의 일자리 감축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30만2918명보다 6%나 많았습니다.
이중 테크 섹터의 정리해고는 8만 978명이었습니다. 챌런저가 데이터를 추적해온 2000년 이후 연간 기준 가장 많은 숫자입니다.
대량 정리해고는 보통 대공황 기간 벌어집니다. 챌린저에 따르면 닷컴 버블 후 2001년 미국 시장에서만 4만 3,420명이 정리해고를 당했습니다.
2007년 말부터 2009년까지 이어진 금융 대공황(Great Recession) 기간인 2008년에서 2009년 합쳐 5만 1,149명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발 경기침체였던 2020년에는 3만 711명이 해고됐습니다.
비록 지금 미디어 시장 고용 사정이 나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안심할 수 없습니다.
현재까지 미디어 시장은 덜 아프지만 다른 영역을 봤을 때 앞으로 더 많은 해고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 많은 경제학자들이 이번 경기 침체가 심각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오래갈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미디어 기업들의 고통도 계속될 수 있습니다. 주된 수익원인 광고 시장(특히, 디지털)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고 사람들의 구독 심리도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미디어도 사람이 만드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