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버즈피드의 고난의 상장과 CJ와 CBS의 만남/"미디어 시장의 미래는 광고가 아닌 구독에 있다"
이번주 미국 미디어 시장을 흔들었던 두 가지 상징적 사건. 2000년대 초반 등장했던 뉴미디어 언론사 중 처음으로 버즈피드가 기업 공개를 했지만, 기업 가치는 오히려 급락. 이에 반해 한국 기업 CJ ENM은 파라마운트+ 스트리밍을 운영하는 바이어컴 CBS와 손잡아. 새로운 스트리밍 연대의 희망
(2021-12-08)
기업인수특수목적회사(SPAC)과의 합병으로 기업 공개에서 나선 뉴미디어 버즈피드(Buzzfeed)가 개시 첫날 주가 하락으로 곤혹을 치뤘습니다. 지난 12월 3일 스팩, ‘8905th Avenue Partners와 합병한 버즈피드는 지난 12월 6일(미국 시간) 첫 거래에 나섰지만 주가가 11% 이상 하락했습니다.
스팩은 기본적으로 사업보다는 인수 등을 통해 덩치를 키워 주가를 끌어올리는 용도로 만들어진 페이퍼 컴퍼니입니다. 스팩과의 합병은 기업을 공개해 사업 자금 등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의 우회 상장 기법입니다.
최근 미국에선 팬데믹 이후 광고 수익 모델에 큰 타격을 입은 뉴미디어 언론사 사이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습니다. 합병 버즈피드는 한 때 50%까지 급상승했지만 결국 9.62달러에서 11%하락했습니다. 사실 버즈피드의 이런 롤러코스트는 어느 정도 예견됐었습니다.
스팩 상장을 둘러싸고 직원들이 파업을 도모하는 등 논란에 휩싸인 버즈피드는 첫 거래를 앞두고 많은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했습니다. 지난주 유가증권 신고(securities filing)따르면 투자자들은 스팩이 모금한 2억8,50만달러 중 약 94%를 철회했습니다. 이 뉴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로 처음 알려졌습니다.
투자자들이 버즈피드를 외면하게 나선 건 뉴미디어 시장 전망과 함께 직원들의 반발도 컸습니다. 지난주 SPAC 투자자들이 버즈피드와의 거래를 승인한 날 버즈피드 노조원들은 파업을 감행했습니다.
버즈피드 노조원들은 지난 11월 2일 “버즈피드는 기업 공개 등을 준비하면서 회사는 부유해지지만 임금이나 직원 복지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며 “우리가 없으면 버즈피드 뉴스가 없고 그래서 우리는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파업나섰다”고 트윗에서 언급했습니다. 현재 버즈피드 노조 트위터에는 이들을 지지하는 글들을 계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버즈피드의 상장이 미국에서 주목 받은 건 바로 2000년대 초반 새로운 뉴스 콘텐츠로 미디어의 대안으로 각광 받던 디지털 미디어 중 첫 번째 기업 공개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콘텐츠를 중심으로 사이트 트래픽을 일으켜 광고 모델을 극대화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공개 기업이 된 이 후 첫 날, 버즈피드의 기업 가치는 11억5,000만 달러였습니다. 지난 2016년 NBC유니버설로부터 2억 달러를 투자 받을 때 이 회사는 17억 달러의 가치를 인정받았던 것에 비하면 6억 달러 가량 거품이 꺼졌습니다.
버즈피드 CEO인 조나하 페레티(Jonah Peretti) 여전히 미래를 긍정적으로 봤습니다. CNBC 인터뷰에서 그는 “디지털 미디어 영역에는 수익성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시장에선 버즈피드가 너무 늦게 기업을 공개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비즈피드의 비즈니스는 소셜 미디어 서비스들이 여전히 많은 트래픽을 만들고 광고 모델이 크게 인기를 끌었을 때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디지털 미디어 시장에서 광고가 아닌 구독 모델이 점점 중심에 서고 있습니다.
광고 모델의 뉴미디어 회사의 미래가 어느 정도 일지는 보다 더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 다른 뉴스는 바로 CJ ENM입니다. 그러나 이번엔 구독 서비스에 관한 뉴스입니다. CJ와 CBS가 결국 넷플릭스를 넘기 위해 함께 나섰습니다. 어제 말씀드렸던 계란을 다른 바구니에 담는 전략입니다.
바이어컴CBS(ViacomCBS)와 한국 CJ ENM이 스트리밍 시장 공략을 위해 손을 잡았습니다. 넷플릭스, 디즈니+ 등 1억 명이 넘는 메이저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항한 본격적인 ‘마이너 연대’(미안하지만 글로벌에선 그렇다.)입니다.
두 회사는 오리지널 TV콘텐츠를 공동으로 제작하고 각자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묶어 번들 서비스(Bundle Service, 묶음 상품)도 출시합니다.
이번 계약에 따라 바아이컴CBS의 스트리밍 서비스 파라마운트+는 한국에 CJ ENN의 티빙(Tving)과 번들로 독점 서비스됩니다. ‘스타트렉’과 CJ의 한국 콘텐츠가 만나면 파급 효과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아시아에선 그렇습니다. 이번 합작이 파라마운트+의 처음 아시아 진출이기도 합니다.
이에 앞서 CJ ENM은 유명 할리우드 제작사 엔데버(Endeavor Content)의 지분 80%를 10억 달러(1조2,000억 원)에 인수하기도 하는 등 스트리밍 서비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번 계약에서 눈여겨 볼 것은 CJ ENM의 미국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 TV(FAST) 시장 진출입니다. 양사에 따르면 CJ는 바이어컴CBS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 플루토TV(Pluto TV)에서 K콘텐츠 채널을 런칭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서비스는 미국에서만 일일 활성 이용자(DAU) 5,400만 명에 이르는 무료 스트리밍입니다. 삼성, LG 등 왠만한 스마트TV에는 다 제공됩니다. 서비스 채널도 200여개인 사실상의 무료 TV입니다.
이제 CJ ENM은 한국 사업자 중 가장 앞선 상태로 미국 스마트TV를 통해 미국인들의 거실에 침투합니다.